[칼럼] 다이어트 상식의 함정

인바디 검사를 받으면 화면 어딘가에 'BMR', 즉 기초대사량이 표시된다. 많은 사람이 이 숫자를 보고 이런 생각을 한다. '이게 내가 하루에 쓰는 칼로리니까, 이것보다 적게 먹으면 살이 빠지겠구나.' 논리적으로 그럴싸해 보이지만, 이는 위험한 오해다.
기초대사량은 가만히 누워 숨만 쉬고 있을 때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다. 호흡, 심장 박동, 체온 유지에만 쓰이는 칼로리로, 하루 총 소비 칼로리의 일부에 불과하다. 나폴리 의대 연구에 따르면 하루 총 에너지 소비량 중 기초대사량은 약 70%다. 나머지는 음식 소화에 10%, 일상 활동에 15%, 운동에 5%가 쓰인다. 기초대사량 이하로 먹는다는 것은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조차 채우지 못하는 상태를 뜻한다.
그런데도 많은 다이어터가 극단적으로 적게 먹는 방식을 선택한다. 하루 800kcal 미만을 섭취하는 '초저열량 식이(VLCD)'가 대표적이다. 피사 대학의 2025년 연구에서 700~800kcal의 케토제닉 VLCD를 4주간 시행하자 체중이 약 7% 줄었다. 적정 감량 속도인 월 3%를 두 배 이상 뛰어넘는 수치다. 얼핏 효과적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그 다음에 있었다.
감량된 체중 중 지방은 8.8% 줄었지만, 근육은 5.6%나 함께 빠졌다. 근육이 줄면 단순히 힘이 약해지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피부가 늘어지고 몸이 처지면서 나이 들어 보이는 체형으로 변한다. 더불어 하루 총 에너지 소비량이 10% 감소해 대사 자체가 낮아졌다. 에버딘 의과학 연구원의 연구에서는 칼로리를 급격히 줄이자 심장, 폐, 간 같은 장기의 크기가 줄어들며 에너지 소비가 감소하는 현상이 확인됐다. 다이어트 중 탈모가 생기는 것도 같은 원리다. 생존에 덜 중요한 모발에서 먼저 에너지를 거둬들이는 것이다.
이 '대사 적응'은 새로운 발견이 아니다. 75년 전 미네소타 기아 연구에서도 하루 1,570kcal를 먹인 피험자들의 대사가 20% 떨어지고, 무기력증과 우울감 등 심각한 이상 반응이 나타났다. 대사가 극도로 저하된 몸은 조금만 먹어도 살이 찌는 체질로 변한다. 다이어트 후 요요가 반복되고 정체기가 자주 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얼마나 먹어야 할까. 버몬트 의대 연구에 따르면 전체 인구 96%의 기초대사량은 하루 1,680~2,320kcal 범위 안에 있다. 기초대사량 자체가 이미 이 수준이니, 활동까지 감안한 총 소비 칼로리는 훨씬 높다. 미국 영양지침과 비만학회 권고안은 하루 총 소비량보다 500~700kcal 적게 섭취하도록 권장한다. 이를 적용하면 여성은 1,800~2,000kcal, 남성은 2,000~2,200kcal 선이다. 감량 속도가 다소 느린 것이 유일한 단점이지만, 근육 손실 없이 정체기와 요요 확률을 줄이고 건강을 지킬 수 있다.
칼로리 소비를 늘리는 방법도 오해가 많다. 운동 효과를 과신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하루 10km를 걸으며 사냥하는 아프리카 하드자족과 소파에 누워 지내는 도시인의 하루 총 칼로리 소모량이 비슷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운동으로 소비가 늘면 몸이 다른 대사에서 에너지를 아끼기 때문이다. 그보다 효과적인 것은 일상 속 움직임이다. 청소 228kcal, 마트 장보기 320kcal. 건국대 연구에 따르면 일상 활동으로 하루 최대 280~350kcal까지 소비를 늘릴 수 있다.
기초대사량 이하로 먹는 것은 빠른 감량이 아니라 몸의 파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굶어서 빠진 체중은 지방이 아닌 근육이고, 낮아진 대사는 다음 다이어트를 더 어렵게 만든다. 천천히, 충분히 먹으면서 일상에서 조금 더 움직이는 것. 그것이 가장 지속 가능한 다이어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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