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식용유 375% 폭등”…전쟁 장기화에 물가 ‘비상’

미국과 이스라엘이 시작한 이란 전쟁이 두 달 넘게 이어지면서 이란 내 물가가 급등 국민의 생활고가 심화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각) 이란 반관영 타스님과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이날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전쟁 피해 재건 회의에 참여한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전쟁으로 발생한 파괴와 피해 규모를 고려할 때 국가 전체가 폭넓은 국민 참여와 연대, 사회 기관들과의 협력을 필요로 한다”며 “어려운 시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 각계각층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페제슈키안 대통령의 발언은 앞서 지난달 30일 이란 통계청(SCI)이 페르시아력 첫 달인 파르바르딘(3월21일∼4월20일)의 연간 물가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73.5%를 기록했다고 발표한 가운데 나왔다. 통계청은 같은 기간 월간 물가상승률은 전월 대비 5%였다고 밝혔다.
이란 중앙은행은 다른 통계 방식으로 집계한 결과, 파르바르딘의 연간 물가상승률이 67%, 월간 상승률은 7%였다고 밝혔다. 알자지라는 두 기관의 수치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최근 이란의 물가 상승세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며 국민의 생활고가 더욱 심화하고 있음을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라고 분석했다.
테헤란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알자지라에 지난달까지만 해도 살 수 있던 물건들을 이제는 살 수 없다고 말하며 “대부분의 사람이 자신이 필요하고 원하는 것들을 살 수 있는 여유가 없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이란 통계청은 파르바르딘(페르시아력 1월)의 식품 물가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15%나 급증했고, 여러 주요 품목의 가격이 전년 대비 3배 이상 올랐다고 발표했다.

품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고체 식물성 기름의 가격 상승률이 375%로 가장 높았다. 이 외에도 액체 식용유(308%), 수입산 쌀(209%), 닭고기(191%)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가격 상승률이 가장 낮은 품목은 버터로 48%에 그쳤다. 유아용 조제분유(71%)와 파스타(75%)도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테헤란의 한 케밥 가게서 일하는 마지드는 알자지라에 “식당이 최근 몇 달 동안 가격을 세번이나 올렸다”라고 말했다. 이어 “(주요 재료인) 간 가격이 두배로 올랐는데, 공급업체에 이유를 물어보면 공급 부족 때문이거나 양이 수출되고 있어서라고만 한다”며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가운데 이란 정부 산하 소비자·생산자 보호기구(CCPO)는 이날 전국 31개 주지사에게 보낸 지침에서 식용유 가격 인상은 “불법”이라며 “이전 수준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악화하는 경제 상황 속에서 이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또, 정부는 매달 현금 보조금과 지정된 매장에서 필수품을 구매할 수 있는 전자 상품권을 지급하고 있지만,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지원금은 1인당 매달 10달러(약 1만4700원)도 채 되지 않는다. 당국은 지급액을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예산 부족이 심각한 실정이다.
페제슈키안 대통령과 압돌나세르 헤마티 중앙은행 총재는 물가 상승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지난 2월 말 시작된 전쟁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란 강경파 의원들과 국영티브이(TV) 진행자, 그리고 이란혁명수비대와 연계된 언론 매체들도 물가 급등이 의심스럽다고 밝히며 “이러한 물가 폭등은 군사적 실패를 겪은 적들이(미국·이스라엘) 벌이는 “경제적 보복”의 일환이라고 규정했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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