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까지 반도체 슈퍼사이클”…3분기부터 수요 둔화 신중론도
4월 이후 하루 5%대 상승 거래일
삼전 5차례·하이닉스 8차례 달해
단기간 급등에도 실적 기대감 커
AIDC 등 투자로 공급 부족 여전
일각선 “범용 메모리가격 상승률
한자릿수로 줄어들 가능성” 우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연일 급등세를 이어가자 반도체 업황의 장기 슈퍼사이클 기대와 함께 단기 정점 통과 우려도 하나둘 고개를 들고 있다. 다만 메모리 가격 급등세가 둔화되더라도 과거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의 이익률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증권가에서는 실적 상향 전망에 목표주가를 연달아 높이면서도 단기 급등 부담과 하반기 업황 둔화 가능성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 대비 6.33%와 11.51% 급등한 28만 5500원과 188만 원에 거래를 마쳤다. 인공지능(AI)발 반도체 랠리 속에 두 종목으로 수급이 집중되면서 4월 이후 하루 5% 이상 상승한 거래일은 삼성전자가 총 5차례, SK하이닉스는 8차례에 달했다. 주가 상승세에 힘입어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개인 주식 재산은 51조 7000억 원으로 50조 원을 넘었다.
주가 급등 속도에 대한 부담은 날로 커지고 있지만 당분간 실적 중심 성장세가 이어진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JP모건은 “메모리 수급 격차는 내년에 더 심화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고객들은 부족 현상을 우려해 이미 내년 수요를 끌어당기고 있다”면서 “메모리 업사이클은 더 오래 높은 수준을 유지(Higher for Longer)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AI 투자 확대가 메모리 업황을 구조적으로 변화시킨다는 근거와 함께 AI 공급 부족은 장비·부품·메모리 전반의 가격 인상으로 전이될 것으로 예측했다.
미래에셋증권도 “코어위브, 구글,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수주 잔액이 분기 매출의 수십 배 규모까지 증가했다”며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른 구조적 장기 호황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실제 AI 특화 클라우드 기업인 코어위브의 1분기 수주 잔액은 994억 달러(약 146조 3466억 원)로 전 분기 대비 48.8% 급증했다. 이는 1분기 매출의 약 50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구글클라우드와 AWS 1분기 수주 잔액 역시 각각 분기 매출의 23배, 10배 규모까지 확대됐다.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대규모 장기 수주가 이어지면서 메모리 업황이 과거와 달리 높은 수익성을 장기간 유지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반도체 업종 밸류에이션이 여전히 저평가 구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업종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현재 5.17배 수준으로 최근 20년 평균인 10배를 크게 밑돌고 있다. 반도체 업종의 12개월 선행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말 136조 7000억 원에서 이달 8일 기준 537조 원으로 293% 급증했지만 시가총액 상승 폭은 135%에 그치면서 오히려 PER이 하락했다. 현대차증권은 반도체 기업들의 이익 지속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커질 경우 업종 PER이 최소 6.25배 수준까지는 회복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내년까지 메모리 수요가 공급을 상회해 사실상 ‘메모리 공급 제로’ 시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내년 하이퍼스케일러들의 AI 설비투자가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신규 메모리 생산 라인 가동은 2028~2029년에야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실적이 올라가면서 PER이 낮아지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다”며 “반도체 산업이 순환을 타는 시장이냐 아니면 구조적인 성장이냐의 교착점에 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올해 3분기부터 반도체 업종의 상승세가 소폭 둔화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범용 메모리의 가격 상승으로 인해 PC와 스마트폰 수요가 둔화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들의 메모리 재고 부족 현상이 일부 완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키움증권은 “올해 3분기 범용 메모리의 가격은 전 분기 대비 한 자릿수 수준으로 상승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며 “범용 메모리의 가격 급등 흐름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짚었다. BNK투자증권도 “가파른 실적 증가에도 반도체 사이클이 후반부에 진입하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HBM4 비중 확대와 메모리 가격 상승률 둔화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투자의견에 대해 키움증권은 기존 ‘매수(BUY)’에서 ‘아웃포펌(Outperform·시장수익률 상회)’으로, BNK투자증권은 ‘보유’로 낮췄다.
그럼에도 데이터센터 수요가 이 같은 PC와 스마트폰 분야 메모리 수요 감소 폭을 상쇄할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이날도 증권사들은 잇달아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키움증권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26만 원에서 33만 원으로, SK하이닉스는 130만 원에서 190만 원으로 높여 잡았다. 미래에셋증권은 삼성전자 40만 원, SK하이닉스는 270만 원을 제시했다.
백영찬 상상인증권 리서치센터장은 “3분기부터 반도체 업종의 수익성이 조금씩 둔화될 가능성이 있지만 둔화 폭이 미미할 뿐더러 감소한 수익률조차 과거에 비해 매우 큰 수준일 것”이라며 “데이터센터를 짓지 않는다는 것은 계속 후발주자로 남겠다는 의미인 만큼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박신원 기자 sh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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