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닮고 싶은 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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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침, 한 카페에서 어른 A를 만났다.
그는 오랜 시간 경영학계의 구루로 활동하며 수십 권의 책을 집필해온 사람이기에, 나는 글로만 만나던 그를 오래 동경해왔다.
그런 그가 지인을 통해 감사하게도 먼저 나에게 만남을 요청해주어서 성사된 자리였다.
그러나 그는 나를 대하는 태도를 통해 이미 내게 커다란 조언을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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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침, 한 카페에서 어른 A를 만났다. 그는 오랜 시간 경영학계의 구루로 활동하며 수십 권의 책을 집필해온 사람이기에, 나는 글로만 만나던 그를 오래 동경해왔다. 그런 그가 지인을 통해 감사하게도 먼저 나에게 만남을 요청해주어서 성사된 자리였다.
젊은 경영 코치이자 작가로서 나는 그에게 어떻게 이 일을 더 잘, 더 오래 할 수 있을지 조언을 구할 요량이었다. 하지만 나의 계획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자리에 앉자마자 그는 내가 쓴 책을 꺼내 찬사를 보내기 시작했다. 책의 거의 모든 곳에 밑줄이 쳐져 있었다. 그러고는 이내 쪽지를 꺼내 질문을 퍼붓기 시작했다. 쪽지에는 그가 내 책을 읽으면서 궁금했던 것들이 적혀 있었는데 질문이 족히 스무 개는 되어 보였다. 책에서 말한 이 개념의 해석이 맞느냐, 어떤 사례가 있느냐. 이 책은 어떻게 만들었길래 이렇게 잘 읽히느냐, 책에서 언급했던 이 공간은 무엇이냐….
A는 내가 하고 있는 몇 가지 독서모임과 강연 활동에 대해서도 궁금해했다. 그리고 자신을 소개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소년과 같은 얼굴로 말했다. "나 그거 해보고 싶어!"
이 얼마나 놀라운 말이란 말인가! 나는 칠순을 넘은 남자가 그런 말을 하는 것을 들어본 지 아주 오래되었다. 그 말이 너무나 생소하게 느껴져 헛웃음을 지었다.
전부라고 할 수는 없겠으나, 내가 만난 어른들 중 많은 이들이 나이 육십만 넘더라도 마치 세상을 다 산 사람들처럼 행동했다. 대부분 자신의 전성기는 지났다고 생각하기에 하고 싶은 것이 별로 없다고 이야기했고, 미래보다는 과거를 돌아보는 데 시간을 쓰고 있었다. 하나같이 스무 살 서른 살 젊은 나를 만나면 질문을 하기보다는 조언을 하는 분들이 많았다.
나는 나이를 먹어가면서 닮고 싶은 어른들을 수집하는 취미가 생겼다. 잘 나이 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오늘 만난 A를 나는 내 수첩 속 '닮고 싶은 어른' 리스트 중 한 명으로 기록한다. 그를 통해 내가 기록한 닮고 싶은 어른의 모습은 이렇다. '어린 세대를 가르칠 존재가 아닌 배울 존재로 여긴다' '여전히 하고 싶은 것과 의욕이 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알고, 표현하고, 해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한다' '호기심을 잃지 않고 세상만사에 궁금해한다'. 마지막으로, 나보다 어린 젊은이에게는 빵과 커피를 산다.
시간이 짧았던 탓에 나는 준비한 질문들의 아주 일부분밖에 하지 못했다. 나는 조언을 구하러 가서 조언을 하다 온 셈이다. 그러나 그는 나를 대하는 태도를 통해 이미 내게 커다란 조언을 해주었다.
나는 삼십 년 후의 미래를 상상한다. 노인이 된 내가 나보다 서른 살 마흔 살 어린 젊은이와 카페에 앉아 있는 장면을. 그 노인은 의욕이 있고,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며, 여전히 무언가 하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젊은이에게 조언이 아닌 질문을 한다. 마지막으로, 소년과 같은 얼굴과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 자, 당신이 닮고 싶은 어른의 모습은 무엇인가?
[오탁민 '명료함' 작가, 프로덕트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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