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 '제자리 진격'... "이대로면 돈바스 장악 30년 걸려"

곽주현 2026. 5. 1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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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러시아 열병식 규모도 줄어
"전세가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단 신호"
푸틴 대통령 지지율은 7주 연속 하락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네 번째) 러시아 대통령이 9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81회 승전 기념일 열병식에 참석해 이를 지켜보고 있다. 모스크바=UPI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될 조짐을 보인다"며 승리를 장담한 것과 달리, 실제 전장에선 러시아군 진격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러시아가 무인기(드론)를 활용한 우크라이나의 공격에 대처하는 데 애를 먹는 동안 푸틴 대통령에 대한 지지는 하락하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10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거의 전진하지 못하고 있다며 "러시아군이 올해 월평균 진격 속도를 유지한다면, 러시아가 전쟁 종식 조건으로 내세운 돈바스 지역 전체 장악에는 3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돈바스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동쪽 접경 지역으로, 현재 러시아가 75%가량을 점령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는 꾸준히 탈환을 노리고 있다.

9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개최된 승전 기념일 열병식에서도 이상징후가 포착됐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해 퍼레이드에서는 예년과 달리 미사일과 기타 무기 규모가 축소됐다고 짚었다. WSJ는 "만약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드론 공격을 우려했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이는 4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이어진 피의 전쟁 끝에 전세가 러시아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하나의 신호"라고 강조했다.

미국 전쟁연구소(ISW)는 앞서 보고서를 통해 "올해 봄 러시아군의 전적은 지난해보다 안 좋다"며 "우크라이나는 4월에 잃은 영토보다 더 많은 영토를 러시아 점령군으로부터 탈환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쟁정보 분석기관 블랙버드도 비슷한 견해를 내놨다. 이들은 지난 3개월 동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거둔 성과는 2023년 이후 최악 수준이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의 게란-2 자폭 드론이 지난달 16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한 빌딩을 마주하고 날아가고 있다. 키이우=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군이 고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우크라이나의 드론 기술 때문이다. 특히 최근 몇 달 동안 우크라이나는 드론 기술과 생산, 전술 분야에서 빠른 발전을 이뤄 일부 영역에서는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장갑차에 병력을 태워 전선을 돌파하는 시대는 거의 끝났다"며 "러시아는 드론으로 가득 찬 전장에서 어떻게 대규모로 진격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아직 해결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드론 조종에 필수적인 인터넷이 불안정한 것도 문제로 꼽힌다.

전쟁이 교착 상태에 머무르면서 러시아 정부는 경제적, 정치적 압박을 강하게 받고 있다. 지난달 러시아 국영 여론조사기관 브치옴(VTsIOM)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 지지율은 7주 연속 하락해 65.6%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쟁이 시작되기 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반감의 가장 큰 이유는 인터넷 접속 차단 및 해외 앱 사용 제한이다. 군사비 지출로 경제에 상당한 타격이 간 것도 문제다. NYT는 올해 초 몇 달 동안 러시아가 징병 목표 달성에도 실패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따뜻해지는 날씨를 기회 삼아 러시아군이 새로운 대규모 공세를 준비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전쟁 지역에 수목이 무성해지면 드론 공격을 피할 수 있어 진격 속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막심 바쿨린 우크라이나 장교는 NYT 인터뷰에서 "최근 돈바스 지역에서 러시아 활동이 활발해졌다"며 "아직 대규모 공세는 없지만 모두가 그 이야기를 하고 있고,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경계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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