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립마산박물관, 항일 민족교육 산실 ‘마산 대자유치원’ 조명

류민기 기자 2026. 5. 1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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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첫 유아교육기관이자 내년 개원 100주년을 맞는 '대자유치원'(창원시 마산합포구 추산동)을 조명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창원시립마산박물관은 상반기 기획전 <우리는 잎트는 조선의 꽃> 을 8월 30일까지 마산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연다.

이는 대자유치원이 단순 교육기관을 넘어 항일 민족운동의 일환으로 설립·운영됐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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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0일까지 기획전 <우리는 잎트는 조선의 꽃>
내년 개원 100주년 맞는 경남 첫 유아교육기관 조명
민족 정체성 수호 의미 되새겨…참여형 프로그램도
배달유치원(현 대자유치원) 제1회 졸업사진(1928년 3월 22일). /대자유치원

경남 첫 유아교육기관이자 내년 개원 100주년을 맞는 '대자유치원'(창원시 마산합포구 추산동)을 조명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창원시립마산박물관은 상반기 기획전 <우리는 잎트는 조선의 꽃>을 8월 30일까지 마산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연다.

"대자유치원은 일제강점기라는 냉혹한 현실 속에서도 우리말과 역사, 정체성을 가르치던 공간이었습니다. 아이들이 마음껏 동심을 펼치던 도화지였으며, 세상을 향해 첫걸음을 내딛는 전환의 장소였습니다. 때로는 배움과 광복을 갈망하는 이들을 품어내는 안식처였습니다.(중략) 한 교육기관이 지역에서 100년을 이어올 수 있었던 긍지, 그리고 함께 봄을 이루어낸 사람들의 시간. 오랜 시간 대자유치원이 축적한 장소성과 역사성은 그 자체로 하나의 깊은 이야기입니다."(전시 서문 중)

정법사 부설 대자유치원은 1927년 '배달유치원'으로 문을 열었다. '유아들의 민족얼 고취'가 목표였다. 1912년 마산에 정법사(통도사 마산포교당 정법사)를 창건한 양산 통도사와 지역 유지들이 뜻을 함께해 설립 자금을 모았다. 사회운동 진영의 참여도 두드러졌다. '배달'은 한민족 정체성을 상징하는 표현으로, 우리말·우리글을 비롯해 문화와 정체성을 지키려는 뜻을 담고 있다.
대자유치원 1942년 제15회 졸업사진. 아이들이 우리말 '대자' 형태로 앉아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이때는 일제가 민족말살정책을 이어가며 일본어 사용을 강요하던 시기였다. /대자유치원
대자유치원 아이들이 아침 체조하는 모습(1939년 추정). /대자유치원

설립 과정에는 신간회 활동에 참여했던 독립운동가들이 관여했다. 이형재(1882~1938), 최철룡(1902~1971, 건국훈장 애족장), 명도석(1885~1954, 건국훈장 애국장), 이상만(1898~1938, 건국포장) 등은 창립 당시 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는 대자유치원이 단순 교육기관을 넘어 항일 민족운동의 일환으로 설립·운영됐음을 보여준다.

개원 첫해인 1927년 원생 123명이 입학해 이듬해인 1928년 46명이 졸업했으며, 2023년까지 7300여 명이 대자유치원을 거친 것으로 집계된다. 조각가 문신(1923~1995, 졸업연도 분명하지 않음), 이순항 전 경남도민일보 대표이사(1933~2022, 14회), 노재봉 전 국무총리(1936~2024, 15회), 표동종 전 경상남도교육감(1936~, 졸업연도 분명하지 않음) 등이 이곳 졸업생이다.
창원시립마산박물관 상반기 기획전 <우리는 잎트는 조선의 꽃>이 8월 30일까지 마산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류민기 기자
전시는 세 부분으로 구성됐다. 제1부 '들녘에 비바람 불어쳐서 산 위에 나무들 넘어져도'에서는 1899년 마산포 개항 이후 지역사회 변화를 살펴본다. 러일전쟁 승리로 주도권을 장악한 일본은 경제적 수탈과 함께 전통 종교에 대한 탄압을 강화했다. 이에 불교계는 도심에 포교당을 세우고 지역민 역량을 키우는 데 힘썼다. 마산의 민족운동가들과 연대해 교육기관 설립 의지를 다지고 어린이 교육을 통해 광복을 꿈꾼 과정 등을 소개한다.
창원시립마산박물관 상반기 기획전 <우리는 잎트는 조선의 꽃>이 8월 30일까지 마산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류민기 기자
창원시립마산박물관 상반기 기획전 <우리는 잎트는 조선의 꽃>이 8월 30일까지 마산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류민기 기자
창원시립마산박물관 상반기 기획전 <우리는 잎트는 조선의 꽃>이 8월 30일까지 마산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류민기 기자

제2부 '거친 산등성이 골짜기로 봄빛은 우리를 찾아오네'에서는 일제강점기 일본인이 세운 유치원이 군국주의 교육을 강화한 것과 달리, 대자유치원은 자연과 놀이 중심 교육으로 아이들의 감성을 키워온 점을 알린다. 이와 함께 마산 지역 여성과 유학생들이 원내에서 펼친 활동을 통해 대자유치원의 장소적 의미를 조명한다.

제3부 '결국, 봄'에서는 1942년 졸업 앨범 사진을 통해 긴 겨울을 견디고 봄을 맞이한 우리 역사의 의미를 전달한다. 운동장 사진에서는 아이들이 우리말 '대자' 형태로 앉아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1940년대 일제의 민족말살정책 속에서도 우리말과 우리글을 사용한 점이 인상적이다.
입원 원서철(1928년). /대자유치원
졸업생 명부(1928년). /대자유치원
대자유치원 기록물은 일제강점기 민족 정체성을 지키려는 지역사회의 분투 과정을 보여주는 사료로, 지난달 8건 31점이 경상남도 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기록물은 △입원 원서철 △졸업생 명부 △학사 보고철 △졸업앨범 △개원 기념사진 등으로 구성돼 1927년 개원부터 1945년 광복까지 원아 모집과 학사 운영, 활동 모습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창원시립마산박물관 상반기 기획전 <우리는 잎트는 조선의 꽃>이 8월 30일까지 마산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관람객들이 전시를 감상하고 있다. /류민기 기자
창원시립마산박물관 상반기 기획전 <우리는 잎트는 조선의 꽃>이 8월 30일까지 마산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다. /류민기 기자

이번 기획전과 연계해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프로그램은 '흩어진 순간들이 하나의 빛으로'(가제)라는 이름으로 마련됐으며, 관람객이 각자의 시선으로 느낀 메시지를 카드에 작성하면 된다. 개인이 작성한 카드가 체험 공간에 걸리면 하나의 대형 태극기로 완성된다. 이를 통해 광복에 대한 공동의 기억과 사회통합 메시지를 연출할 계획이다.

전시와 관련한 내용은 창원시립마산박물관 공식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매주 월요일 휴관. 문의 055-225-7175.

/류민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