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경찰’이 보이스피싱 자금 세탁 조직 지휘…법원, 조직원 11명 유죄 선고
세탁 총책, 현직 경찰로 범행 구심점
167회 걸쳐 13억 원대 불법 자금 세탁

조직적으로 전화사기 피해금을 세탁해 국외로 빼돌린 일당이 무더기로 실형을 선고받은 가운데, '현직 경찰'이 세탁 조직을 지휘한 것으로 나타났다.
창원지방법원 형사2부(김성환 부장판사)는 지난 7일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위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환전조직 관리책 ㄱ 씨에게 징역 9년, 자금세탁 조직 총책이자 당시 경찰관이던 ㄴ 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11일 밝혔다.
ㄱ 씨는 환전 조직에서 관리책으로 활동하며 전화사기 피해금 세탁 조직에 자금 세탁을 의뢰한 혐의를 받는다. ㄴ 씨는 전화사기 피해금 세탁 조직을 운영하며 불법자금 세탁을 지휘한 혐의다.
전화사기 범죄 조직은 중국 등 국외에 거점을 두고 콜센터를 운영하며 국외 사무실 임대, 데이터 관리, 대포통장 모집, 전화기 설치, 수익 분배 등 사기 범행 전반을 총괄하는 '총책'과 국외 콜센터에서 수사기관 또는 금융기관을 사칭하거나 전문 투자자를 사칭하며 피해자를 직접 속이는 역할을 하는 '유인책', 대포 통장 등을 모집·공급하는 '대포 통장 공급책', 편취한 사기 피해금 등 범죄수익금을 환전·세탁하는 '자금 세탁책' 등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ㄱ 씨는 환전 조직 관리책으로, 2024년 10월께 초등학교 친구 ㄴ 씨에게 범행 자금 세탁을 의뢰했다.
당시 대구경찰청 소속 경찰관이었던 ㄴ 씨는 지난 2024년 10월께 대구 한 오피스텔에 거점을 마련하고 자금 세탁 조직을 결성했다. ㄱ 씨는 ㄴ 씨에게 세탁 업무를 하다가 조직원이 검거되면 변호사 비용·합의금을 지급하겠다며 자금 세탁을 의뢰했다.
ㄴ 씨는 하위 조직원들을 모집해 관리책, 모집책, 인출책 등 각자의 역할을 부여한 뒤 조직원 명의로 명품 의류 거래 사업체를 설립했다.
ㄴ 씨는 사업체 계좌로 불법적인 자금을 송금받아 이를 현금으로 인출·전달하는 등 마치 적법한 거래가 있었던 것처럼 가장하는 방법으로 불법 자금을 세탁했다.
이 과정에서 ㄴ 씨 조직은 세탁 금액의 3~4%를 수수료로 챙겨 조직원들에게 수익을 배분했다.
ㄱ 씨는 ㄴ 씨 조직으로부터 세탁받은 자금을 전달받아 추적이 어려운 화폐인 '테더' 코인을 구매, 총책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ㄴ 씨 자금 세탁 조직이 167회에 걸쳐 세탁한 범죄 수익금은 확인된 것만 13억 7000만 원 수준에 달한다.
재판부는 ㄱ, ㄴ 씨가 범행 핵심 역할을 수행한 점 등을 들어 중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ㄱ 씨는 환전 조직의 관리책으로 자금세탁 의뢰, 세탁한 피해금의수거·전달 등 이 사건 범행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그런데도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범행을 부인하면서 진지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ㄴ 씨는 경찰공무원으로 재직하면서 자금 세탁 조직을 조직한 후 환전의뢰 조직의 물색, 하위 조직원 모집·관리, 수익의 정산·분배 등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다만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는 점을 들어 형을 정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안지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