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대표가 민주당을 살리고 있다 [성한용 칼럼]

성한용 기자 2026. 5. 1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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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1일 울산시 남구 울산시당에서 열린 ‘6·3 지방선거 울산선대위 발대식 및 공천장 수여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한용│정치부 선임기자

대통령제에서 대통령 선거는 전망적 투표다. 앞으로 국정을 잘 끌어갈 사람을 뽑는다.

예외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2017년 궐위 대선은 박근혜 심판론이 작동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2025년 궐위 대선은 윤석열 심판론이 작동했다.

대통령 임기 중에 치르는 국회의원 총선거와 지방선거는 회고적 투표다. 현 정권에 대한 심판론이 작동하기 쉽다. 어느 대통령이든 임기 중 총선과 지방선거를 두려워한다.

여기도 예외가 있다. 대통령 취임 직후 치르는 선거다.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 때문에 정권심판론이 잘 먹히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직후 2008년 총선, 문재인 대통령 취임 1년1개월 뒤 2018년 지방선거, 윤석열 대통령 취임 직후 2022년 지방선거가 그랬다.

이재명 대통령 선출 딱 1년 만에 치르는 이번 지방선거는 어떨까? 정권심판론이 먹히기 어려운 경우에 속한다. 대통령 직무 긍정 평가는 60%대로 안정적 수준이다. 국민의힘이 정권심판을 외칠수록 유권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을 떠올린다.

국민의힘이 바보가 아니라면 정권심판론보다 집값, 세금, 교통 같은 민생 의제로 대결해야 유리하다. 더구나 국민의힘은 현역 광역단체장이 전원 공천을 받았다. 현역 단체장은 성과와 연속성을 강점으로 내세울 수 있다.

국민의힘은 4월1일 6·3 지방선거 첫 공약으로 ‘수도권 반값 전세’를 내걸었다. 서울시에서 주변 가격의 50%로 장기전세주택을 공급하는 반값 전세를 추진하고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1호 공약으로 집 근처에서 10분 이내에 운동할 수 있는 장소를 확보하는 ‘10분 운세권’을 제시했다.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는 1호 공약으로 부산 청년이면 10년 내 1억원을 만들도록 하겠다는 복합소득 구상을 제시했다. 매우 뛰어난 공약들이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잘 모른다. 왜 그럴까? 누군가가 민생 의제를 옆으로 밀쳐내고 정권심판론을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누굴까? 바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다.

장동혁 대표는 5월8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계엄을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 탄핵은 아니다. 우리 내분의 분열로 인해 그건 관철되지 못하고 결국 우리 스스로 탄핵의 문을 열어줬다”고 했다. 전형적인 ‘윤 어게인’식 궤변이다. 탄핵하지 않고 윤석열 내란을 끝낼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었나?

또 장동혁 대표는 “중도층을 설득하기 위해 우리 정당이 가진 가치를 버리거나 방향을 선회하거나 그분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무조건 끌려가지는 않겠다”고 했다. 중도 확장은 포기하고 지금의 ‘윤 어게인’ 노선으로 지방선거를 치르겠다는 선언이다. 놀랍다.

장동혁 대표는 미국 보수 성향 온라인 매체 기고에서 이재명 정부를 “친중·친북·사회주의·법치주의 파괴 세력”이라고 했다. 이재명 정부가 “한-중 관계의 완전한 복원을 선언하고 북한 체제를 존중한다고 밝히는 등 유화적 대북·대중 정책을 펴고 있다”고도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명분으로 삼았던 색깔론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 참으로 희한하다.

선거에서 실용과 이념이 싸우면 실용이 이긴다. 우리나라 보수 정당은 전국 선거에서 색깔론 같은 극우 노선으로 한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북-미 정상회담을 ‘위장평화쇼’라고 비난했다가 참패했다. 2020년 총선에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코로나를 ‘우한 폐렴’이라고 색깔론을 폈다가 역시 참패했다.

장동혁 대표는 이런 역사를 모르는 것일까? 모르는 것 같다. 죽는 길인 줄 알면서도 그 길을 가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런 장동혁 대표를 너무너무 고마워한다.

최근 민주당에 여러 악재가 터졌다. 이재명 대통령 관련 재판들에 대한 공소 취소 권한을 조작기소 특검에 부여하는 법안을 발의했다가 여론의 비판이 일자 한발짝 물러섰다. 박성준 민주당 의원은 시민들은 공소 취소를 잘 모른다고 실언을 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에게 “오빠 해봐요”라고 망언을 했다. 대통령 직무 평가와 민주당 지지도가 흔들렸다. 이런 흐름을 장동혁 대표가 다시 국민의힘에 불리하게 되돌리고 있다. 신묘한 기술이다.

선거는 ‘누가 누가 잘하나’보다 ‘누가 누가 못하나’로 승패가 결정되기도 한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누가 누가 못하나 경쟁을 하고 있다. 그 경쟁에서 국민의힘이 앞서가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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