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도 못 팔았다…매도·매수·이사 못하는 ‘삼중 잠김’ 현실화하나

김임수 기자 2026. 5. 1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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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세 중과 부활에 대출·토허제까지…‘거래 절벽’ 경고등
“비정상의 정상화 위한 단기 위축” vs “매수자 숨통 터 줘야”

(시사저널=김임수 기자)

정부가 한시적으로 운영해온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가 5월9일 종료되면서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제도가 다시 적용된다. 사진은 10일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은 양도세 관련 안내문 ⓒ연합뉴스

2022년 5월부터 4년간 이어져 온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가 5월9일 공식 종료됐다. 이에 10일부터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매도하는 다주택자에게는 기본세율에 2주택자 20%포인트(p), 3주택 이상자 30%p가 가산된다. 지방소득세까지 합산하면 최고 실효세율은 82.5%에 달한다. 다주택자들은 사실상 양도차익의 대부분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 구조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양도세 중과 부활로 '매물 잠김' 및 '전월세 상승'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세금 혜택은 사라지고 대출 규제는 커지면서 집을 팔 수도, 살 수도, 이사할 수도 없는 '삼중 잠김'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매도자는 '세금', 매수자는 '대출'에 발목

11일 업계에 따르면, 시장은 양도세 중과 재개에 빠르게 반응했다. 유예 종료 직전까지는 '막차'를 타려는 다주택자의 급매물이 시장에 쏟아졌으나, 유예 조치가 끝나자마자 매물을 다시 거둬들이고 있다. 아실 기준 10일 서울 아파트 매물은 6만6914건으로 올해 최고치였던 3월21일(8만80건) 대비 약 15% 감소했다.

다주택자들은 하반기 세제 개편 등을 지켜보면서 당분간 관망하겠다는 분위기다. 양도차익의 최대 80% 이상을 세금으로 납부해야 하는 상황에서 서둘러 팔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보유세 부담보다 양도세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현재로선 '버티기'가 합리적 선택이라는 이야기다.

서울 마포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주변 다주택자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예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양도세로 중과되는 20~30% 비용을 호가에 반영해 팔겠다는 반응"이라며 "1주택자들은 정부가 무슨 대책을 내놔도 집 팔아 무주택자가 되려고 하지 않는다. 결국 다주택자들이 집을 내놔야 수요와 공급이 안정되는 것인데, 수요 대비 공급이 없어 집값 상승, 전월세 상승은 뻔하다"고 진단했다.

매수자들은 집을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다고 하소연한다. 촘촘한 대출 규제에 자금 동원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가 시행되면서 수도권·규제지역 변동금리 대출에는 실제 금리에 최대 3%p 스트레스 금리가 가산된다. 심사 금리가 4%여도 실제 금리는 7%로 적용되는 셈이다. 예컨대 연소득 1억 원 차주가 30년 만기 변동금리로 대출받을 경우 한도가 규제 도입 전보다 1억1100만 원 이상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고가주택 매수를 통한 이른바  '상급지 갈아타기' 수요도 철저히 차단됐다.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70%에서 40%로 대폭 낮아졌고, 주택 가격에 따른 차등 한도도 적용돼 25억 원 초과 주택은 사실상 대출이 막다. 여기에 1주택자의 전세대출 이자상환분까지 DSR에 반영되면서, 전세를 끼고 추가 매수를 시도하는 것조차 막혔다. 무주택 실수요자와 유주택자 모두 현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으면 똘똘한 한 채 마련이 구조적으로 차단된 셈이다. 급매는 넘치는데 거래는 안 되는 '거래 절벽' 현상이 이어지는 이유다.

이재명 대통령이 7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도 세입자 있어 못 판다?…"매수 규제 단계적 축소해야"

일각에서는 정부의 물샐틈없는 촘촘한 규제로 인해 현직 대통령마저 집을 처분하기 어려운 아이러니한 상황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월27일 부인 김혜경 여사와 공동 보유한 분당구 수내동 아파트를 호가보다 저렴한 29억원에 매물로 내놨다. 진보 정권의 집값 상승 과오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실천으로 옮긴 것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 아파트는 이날 기준, 실제 계약이 성사되지 못한 상태다.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해 보면, 이 대통령이 집을 팔지 못하는 것은 세입자와의 계약 기간이 올 하반기에 끝나기 때문으로 파악됐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매수자가 허가 취득 후 4개월 이내(신규 지정은 6개월 이내)에 전입신고를 하고 2년간 실거주해야 하는데, 이 대통령 아파트는 이 요건이 갖춰지지 않은 것이다. 대통령조차 정부가 강화한 부동산 규제의 벽을 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해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비거주 1주택자 등에 대한 토지거래허가 예외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현행 부동산 규제가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실제 조정대상지역 확대, DSR 강화, LTV 축소 등 일련의 단호한 조치는 2020~2021년 과열기 수준의 투기적 매수를 효과적으로 차단했다. 대출을 지렛대로 삼아 단기 차익을 노리는 '갭투기'가 구조적으로 어려워졌고, 가계부채 증가 속도도 둔화됐다. 집값 상승을 부추긴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를 끝낸 것 역시 '비정상의 정상화'로 이에 따른 단기적 거래 위축은 감수해야 할 비용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과도한 투기 억제 일변도로 시장 전체가 움직이지 않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다주택자 매물이 급감하면 신규 공급 부족과 맞물려 집값 상승 압력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동시에 전월세 수요가 급증해 세입자 부담이 커지고, 이사나 직장 이동 등 실수요에 기반한 주거 이동까지 제약을 받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양도세 강화로 부동산 투기 수요를 억제하면서도 매수 관련 규제는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현재 매수자들의 갈증은 계속 커지는데, 매도자들이 수도꼭지를 잠그고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작년 10·15 대책은 달리는 자동차의 사이드 브레이크를 내린 조치에 가깝다. 사실상 수도권 전역을 토지거래허가 지역으로 묶어버린 대책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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