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사라진 수학여행, '책임'의 무게를 덜어야

'책임'이라는 단어만큼 둔중한 무게감을 느끼는 말이 또 있을까. 대형 사건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우리 사회는 약속이라도 한 듯 책임 소재를 가리는 일에 매진한다. 물론 비극의 재발을 막기 위해 사고의 근본 원인을 파악하는 것은 공동체의 안전을 위한 필수적인 절차이다. 그러나 최근 교육 현장에서 마주하는 '책임'의 양상은 사뭇 다르다. 때로 그 책임은 교육의 본질을 위협하고, 교실의 문을 걸어 잠그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초·중·고등학교 현장에서는 '숙박형 수학여행'이 거의 자취를 감췄다. 10여 년 전의 활기 넘쳤던 모습과는 확연히 대조적이다. 숙박형 여행뿐만 아니라 당일치기 외부 체험학습 또한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다. 이유는 바로 감당할 수 없는 '책임의 무게' 때문이다.
체험학습 한 번을 추진하려면 교사는 행정가 그 이상의 역할을 해야 한다. 치밀한 계획 수립은 시작일 뿐이다. 학교운영위원회 심의, 사전 답사, 버스 상태 점검, 운전자 음주 측정, 반복적인 안전 교육 등 겹겹의 절차를 홀로 수행해야 한다. 특히 교사 한 명이 수십 명의 아이들을 24시간 밀착 인솔해야 하는 상황에서, 혹시 모를 사고에 대한 법적·심리적 압박감은 가위 압도적이다.
여기서 냉혹한 계산이 발생한다. 이 모든 수고와 위험 부담은 오로지 체험학습을 '실행할 때'만 존재한다. 만약 체험학습을 가지 않는다면 복잡한 행정 절차, 극도의 주의 의무, 그리고 결과에 대한 무한 책임으로부터 완전히 면제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누가 선뜻 아이들을 데리고 교문 밖으로 나서려 하겠는가. 이를 교사의 열정 부족이나 사명감 결여로 치부하는 것은 현장의 구조적 모순을 외면하는 무책임한 비난에 불과하다.
흔히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며 뒷북 치는 행태를 비웃곤 한다. 하지만 사실 소를 잃었을 때 우리가 가장 먼저, 그리고 절박하게 해야 할 일은 바로 외양간을 튼튼히 고치는 것이다. 이때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의 방향이 중요하다. "누가 소를 잃어버렸느냐?"라는 서슬 퍼런 질책보다는, "어떤 경로로 소를 잃어버리게 되었는가?"라는 시스템적 원인 분석이 우선되어야 한다. 전자는 구성원의 잘못에 집중해 위축을 부르지만, 후자는 미래의 대안과 안전한 환경을 구축하는 데 집중하기 때문이다.
위축된 교육 현장을 되살리고,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의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하다.
첫째, '적극 행정에 대한 실질적 면책'이 보장되어야 한다. 어쩔 수 없는 사고에 대해서는,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한 책임을 면해주는 강력한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 매뉴얼의 문구 하나하나를 기계적으로 지켰는지에만 매몰되어 결과론적인 책임을 추궁한다면, 교육은 점차 박제화될 것이다. 보상 없이 교육활동에 헌신하는 교사에게 무한 책임을 묻는 구조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둘째, '사회적 안전망의 공유와 시스템적 지원'이 강화되어야 한다. 안전사고의 책임을 교사 개인에 고스란히 지우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이 함께 짊어지는 구조로 전환되어야 한다. 최근 교육지원청 단위에서 교사 소송 지원이나 법률 서비스를 확대하는 움직임은 매우 고무적이다. 이러한 지원이 단순히 사후 약방문이 되지 않도록, 전문 인력의 동행 지원이나 학교안전공제시스템의 고도화 등 실질적인 안전망이 상시 가동되어야 한다.
외양간을 고치는 수고로움과 책임의 공포가 무서워 소 키우기를 포기하는 사회에서 아이들의 미래는 밝을 수 없다. 아이들은 교실 밖 세상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한다. 이제는 교사가 책임의 감옥에서 벗어나 아이들에게 더 넓은 세상을 자신 있게 보여줄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먼저 튼튼하고 따뜻한 외양간이 되어주어야 할 때다.
/강아롬 경기도가평교육지원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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