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그늘 속 트럼프-시진핑 베이징 회담···협력 원하지만 해법은 ‘동상이몽’

전현진 기자 2026. 5. 11.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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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부산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로이터연합뉴스

오는 14일 열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은 고착화된 미·이란 전쟁의 그늘 속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미·중 모두 미·이란 전쟁 종식을 원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해법과 목표는 서로 다르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미 정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산 저비용 원유 공급에 의존하는 중국을 압박하고, 분쟁을 종식할 합의를 중재해 달라고 시 주석에게 요청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시 주석 역시 미·이란 전쟁의 장기화를 원치 않는 것은 마찬가지다. 에드가드 케이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 연구원은 “중국은 막대한 석유 비축량, 대규모 석탄 기저부하, 재생에너지 기술 분야에서의 선도적 지위 덕분에 호르무즈해협 폐쇄 초기에는 그 충격을 어느 정도 완화했다”며 “하지만 에너지 가격 상승은 장기적으로 중국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이며, 중국 경제를 지탱해 온 수출 시장의 수요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WSJ은 미국 당국자들과 분석가들을 인용해 “이번 사태 해결은 시 주석이 군사적 확전 직전에 개입하여 세계적인 지도자로서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양측이 협력을 원하고 있지만, 순탄치 않은 기류도 감지된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 방문을 앞두고 일부 하급 미국 관리들에 대한 비자 발급을 거부했다. 미 국무부는 10일 중동 내 미군에 대한 군사 지원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중국 위성회사 3곳을 제재했다.

미·이란 전쟁 해법을 둘러싼 양측의 구상은 엇갈린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중이 호르무즈해협 개방이라는 공통의 이해를 갖고 있지만 접근법이 갈린다”며 “미국이 이란에 대한 폭격 위협을 지속하는 동안, 중국은 테헤란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면서 동시에 추가 확전을 비판하는 양면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신안보센터(CNAS) 인도·태평양 프로그램 부소장인 제이컵 스토크스는 WSJ에 “시 주석은 최근 미국이 중동에서 벌인 정권 교체 전쟁이 실패로 여겨지도록 하고 싶어 할 것이고, 트럼프는 당연히 그 반대를 원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이란 전쟁이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에 더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미국외교협회(CFR) 데이비드 하트 선임 연구원은 “시 주석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이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과시하며 해협 재개방을 도모할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보다 이런 결과를 더 절실히 필요로 하며, 이는 중국이 단기적으로나 장기적으로나 이번 정상회담의 승자로 부상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은 지난 6일 왕이 중국공산당 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전쟁을 멈추고 평화를 촉진하는 데 중국이 적극적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란 문제를 제외하면 회담은 주로 무역 현안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미국산 농산물·에너지 제품·보잉 항공기 등을 중국이 구매할지가 핵심 의제다. 양국 정상은 안보와 무관한 상품 교역을 검토할 미·중 무역위원회와 투자위원회 설립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보잉과 일부 농업 관련 기업 관계자들도 미국 대표단과 함께 베이징을 방문한다.

대만 문제도 이번 회담에서 다뤄질 전망이다. 중국은 핵심 이익인 대만 문제와 관련해 미국의 보다 분명한 입장을 확인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WSJ에 따르면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 관련 논의로 협상을 지연시키기를 원치 않는다는 신호를 보냈으며, 고위 당국자들도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대만 정책 전환 방안은 검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회담은 올해 3월 말 열릴 예정이었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여파로 한 차례 미뤄졌다. 2017년 11월 중국을 방문한 뒤 약 9년 만에 베이징을 찾는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3일 중국 베이징에 도착해 14~15일 정상회담 등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 ‘8년 반 만의 중국행’ 트럼프, 14일 시진핑과 정상회담···베이징 톈탄공원 방문 예정
     https://www.khan.co.kr/article/202605110729001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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