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앱 넘는다”···카카오모빌리티, '피지컬 AI'로 미래 모빌리티 판 바꾼다

카카오모빌리티, “택시 호출 앱이 아니다.” 한때 '카카오 T'로 대표되던 카카오모빌리티(대표 류긍선)가 이제 스스로를 '피지컬 AI 기업'으로 정의하기 시작했다. 단순 중개 플랫폼을 넘어 자율주행·로봇·디지털 트윈·스마트 물류까지 연결하는 미래 이동 인프라 기업으로의 변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카카오모빌리티의 행보는 분명하다. 조직 개편, 글로벌 인재 영입, 자율주행 연합 참여, 로봇 상용화 확대까지 '플랫폼 이후'를 겨냥한 전략이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 국내 플랫폼 산업이 규제와 성장 한계 논란 속에서 방향성을 잃어가는 가운데, 카카오모빌리티는 오히려 기술 중심 기업으로 체질 전환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구글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 출신 김진규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 영입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조직 개편을 통해 기존 '미래이동개발실'과 '미래사업실'을 통합한 '피지컬 AI 부문'을 신설하고, 김 교수를 부문장으로 선임했다.
웨이모는 세계 자율주행 산업의 기준으로 불리는 기업이다. 그 핵심 연구 인력을 데려왔다는 것은 단순한 인재 영입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카카오모빌리티가 글로벌 빅테크 수준의 기술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선언”으로 해석한다.
실제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몇 년간 플랫폼 기업의 한계를 절감해 왔다. 국회의 플랫폼 규제 논의가 이어지고, 택시 호출 중심 비즈니스의 성장 여력이 둔화되면서 새로운 성장축 확보가 절실해졌다. 여기에 핵심 기술 인력 이탈까지 겹치며 미래 경쟁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그러나 카카오모빌리티는 방향을 바꿨다. '호출'이 아니라 '이동 기술' 자체를 미래 먹거리로 삼기 시작한 것이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최근 임직원 레터에서 “피지컬 AI 기반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AI를 단순 추천 알고리즘에 머물게 하지 않고, 실제 도로·차량·로봇·주차장 같은 물리 공간 전체와 연결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이 같은 전략은 실적에서도 힘을 얻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7393억원, 영업이익 1155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냈다. 플랫폼 기업들이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드물게 안정적인 흑자 구조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쟁력은 결국 데이터다. 국내 1위 모빌리티 플랫폼 '카카오 T'를 통해 축적한 실시간 이동 데이터와 도로 점유 정보, 주행 패턴 데이터는 자율주행 시대의 핵심 자산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카카오모빌리티가 사실상 한국형 모빌리티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4월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피지컬 AI 최강국 도약을 위한 입법 논의' 간담회에서도 카카오모빌리티는 데이터 경쟁력을 핵심 화두로 꺼냈다. 김건우 미래플랫폼경제연구소장은 “데이터는 복리 자산”이라며 “얼마나 많은 실제 주행 데이터를 확보하느냐가 자율주행 산업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실증'이다. 단순 연구개발에 그치지 않고 실제 서비스 현장에서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 사례가 로봇 배송 서비스 '브링(BRING)'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로보티즈와 협력해 서울 주요 호텔에서 로봇 배송 시스템을 상용화했다. 신라스테이 서초와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 등에서 운영한 결과, 로봇 가동률은 도입 초기 대비 8배 이상 높아졌고 배송 성공률은 사실상 100% 수준까지 올라갔다.
특히 QR 주문 시스템과 로봇 플랫폼을 결합하면서 룸서비스 매출이 3배 가까이 늘어난 점은 의미가 크다. 로봇이 단순 비용 절감 수단이 아니라 실제 수익을 만드는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자율주행 분야에서도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산업통상자원부 주도의 'AI 미래차 M.AX 얼라이언스'에 합류하며 현대자동차, LG전자, 네이버클라우드 등과 함께 국가 차원의 기술 연합 체계에 들어갔다.
카카오모빌리티가 특히 집중하는 분야는 '엔드 투 엔드(E2E) 자율주행'이다. 인지·판단·제어를 하나의 AI 모델로 통합하는 차세대 방식으로, 글로벌 자율주행 업계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기술이다.
결국 카카오모빌리티의 승부수는 명확하다. 단순 플랫폼을 넘어 한국형 피지컬 AI 생태계의 중심 기업이 되겠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플랫폼 기업들은 연결만 잘하면 된다는 사고가 강했지만, 이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제 물리 공간을 제어할 수 있어야 경쟁력이 생긴다”며 “카카오모빌리티는 국내에서 가장 먼저 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기업 중 하나”라고 말했다.
모빌리티 산업의 미래는 더 이상 '앱 화면' 안에 머물지 않는다. 도로 위 차량과 로봇, 주차장과 물류, 도시 인프라 전체를 AI가 연결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꺼내든 '피지컬 AI'라는 화두가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소성렬 기자 hisabisa@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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