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명 다한 '네이버 지식iN'…인공지능이 집단지성을 밀어냈다
수초 만에 정리된 답 주는 AI에
이용자들 떠나고 홍보 글만 남아
28만개였던 질문 수 4000개로
공감·공유의 장 사라진 아쉬움도
“삼가 고(故) 지식인의 명복을 빕니다.”지난 7일 네이버 지식iN(지식인) 명예의 전당 게시판에 누군가 이런 글을 남겼다. 그 밑에는 “결국 AI 계정에 함락당해버린 모습”이라는 댓글도 달렸다. 한때 궁금한 게 생기면 가장 먼저 찾던 국내 최대 지식 공유 플랫폼, 네이버 지식인이 처한 현실이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의 급부상은 지식인이 존재해야 할 이유 자체를 뿌리째 뒤흔들었다. 2023년 챗GPT를 필두로 구글 제미나이, 퍼플렉시티 등 대규모 언어모델 서비스가 잇달아 시장에 자리를 잡으면서 이용자들은 더 이상 네이버 지식인을 찾지 않게 됐다. 수 초 안에 깔끔하게 정리된 답을 내놓는 AI가 사실상 지식인의 자리를 차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이용자는 “예전에는 검색으로 해결이 안 되면 지식인부터 켰는데 지금은 AI에 바로 물어본다”며 “복잡한 질문도 순식간에 정리해주는데 며칠씩 답변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컨슈머인사이트가 전국 만 18~65세 성인 1600명을 대상으로 올해 2월 실시한 생성형 AI 이용 동향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5%가 생성형 AI를 써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수치로 드러나는 하락세는 더욱 가파르다. 명예의 전당에서 자주 등장한 상위 키워드 3개를 기준으로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의 질문 수를 추적한 결과, 2016년 약 28만 건에 달했던 질문이 지난해에는 4000여 건으로 쪼그라들었다. 코로나19 유행 시기에 반짝 증가세를 보이긴 했지만, 전체적인 방향은 줄곧 내리막이었다.
활동 이용자 수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 지난달 기준으로 활동 이용자는 7만 명대에 머물고 있다. 그나마도 직접 질문하거나 답변을 다는 이용자보다 과거 게시물을 찾아보는 이용자가 훨씬 많다. 내부 관계자는 “전성기에는 관련 조직 인력이 수십 명 규모였지만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2002년 출발한 지식인은 당시 네이버 성장의 핵심 동력이었다. 한글 콘텐츠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던 시절, 이용자가 직접 질문하고 답변하는 구조를 통해 검색 데이터를 쌓겠다는 전략이었다. 데이터가 축적되자 네이버는 이를 검색 결과 상단에 노출시켰고, 서비스 출시 3년 만에 3000만 건을 돌파했다. 의사·변호사·교사 등 각 분야 전문가들도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그러나 지금의 지식인은 일부 전문직 계정과 자동화 프로그램이 채워가는 공간으로 변해가고있다. 전문직 종사자들이 홍보를 목적으로 답변을 올리고, 일부 이용자는 매크로를 돌려 짧은 시간에 수많은 답변을 쏟아내는 방식이다. 변호사들이 공익 활동 의무 시간을 채우는 수단으로 지식인을 활용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검색창에 ‘지식인 AI 거르는 법’이 자동 완성으로 뜬다.
네이버도 달라진 환경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지난해 AI 자동 답변 기능 ‘지식이’를 새로 선보였다. 이용자가 질문을 입력하면 AI가 내용을 분석해 즉시 기본 답변을 제공하는 기능이다.
그러나 반전 가능성을 낙관하는 시각은 많지 않다. 위키피디아나 나무위키처럼 다수가 지속적으로 내용을 수정·보완하는 집단지성 구조가 아니라면 생성형 AI 시대를 버텨내기 어렵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2005년 문을 열었던 야후의 질의응답 서비스 ‘야후앤서스’가 2021년 서비스를 접은 전례도 있다.
그럼에도 지식인을 그리워하는 이용자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아이디 ‘녹야’로 활동했던 고(故) 조광현 씨는 약 20년 동안 5만 건이 넘는 답변을 남기며 ‘지식인 할아버지’로 불렸다. 그는 “산타 할아버지는 몇 살인가요?”라는 질문에 “아빠 나이와 동갑입니다”(2012년 12월 24일)라고 답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한 포털업계 관계자는 “처음에는 검색 데이터 확보를 위한 서비스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의 경험과 공감을 나누는 공간으로 발전했다”며 “AI 시대가 오면서 이런 커뮤니티형 공간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건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유지희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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