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맞은 게 잡히니까, 뭐라도 해야죠” 이정후가 말하는 기습 번트 이유 [MK인터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이정후는 ‘잘 치는 타자’다. 11일(한국시간) 경기에서는 ‘번트도 잘 대는’ 타자였다.
이정후는 이날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홈경기에서 1번 우익수로 나서 6타수 2안타 1득점 1타점 기록했다. 시즌 타율은 0.270이 됐다.
두 개의 안타가 완전히 극과 극이었다. 3회 우익수 방면 2루타로 출루했고, 5회에는 기습 번트로 내야안타를 만들었다. 상대 투수 송구 실책으로 2루까지 진루했다.

경기 후 MK스포츠를 만난 이정후는 “잘 맞은 게 잡히니까, 뭐라도 해야 했다”며 번트 장면에 대해 말했다.
이정후는 이날 1회 첫 타석에서 우측 외야 제일 깊은 코스로 타구를 날렸지만, 수비 위치를 우중간으로 옮겨가 있던 우익수에게 어렵지 않게 잡혔다. 이처럼 잘 맞은 타구가 잡히는 장면이 나오자 발상의 전환을 꾀한 것.
“날아오는 강속구에 번트를 대기도 쉽지 않다”며 말을 이은 이정후는 “번트 연습은 타격 훈련 때도 매일 하는 것이기에 어렵지는 않았다. 타석에 들어섰을 때 3루수가 뒤에 있는 것을 보고 3루수 쪽으로 더 타구를 밀려고 했는데 번트를 생각보다 너무 잘 댔다. 투수가 잡으면 안 되는 타구였는데 투수가 잡았다”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유력 스포츠 전문 매체 ‘디 애슬레틱’은 이 장면을 신랄하게 비난했다. 이들은 당시 “이정후는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거의 절대 하지 않는 것을 했다. 최대한의 피해를 주는 것을 생각하는 대신 인위적으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선택을 했다”며 이정후의 선택이 메이저리그에 어울리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즌이 끝난 뒤에도 이 장면을 다시 언급하며 “팀 전체가 패배주의에 빠진 증거였다. 득점권 타율 부진에 짓눌려 초구부터 졌다고 생각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당시를 떠올린 이정후는 “솔직히 왜 욕하는지 아직도 이해가 안 된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투수 앞으로 타구가 가서 홈에서 주자가 죽은 것도 아니고 (번트 시도가) 헛스윙이 된 것이었다. 그때 만루에서 1루수가 뒤에 있었고, 그전에도 왼손 투수가 나왔을 때 1-2루 사이로 번트를 대는 연습을 많이 했었다. 그때 2루수도 2루 베이스 방면으로 치우쳐 있었고 1루수도 뒤에 있어서 주자도 들어오고 나도 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나름대로 계산된 선택이었음을 강조했다.

이정후는 “카운트가 불리해졌을 때는 어떻게 해서든 진루시키려고 타격했다”며 연장에서 타석에 들어섰을 때 마음가짐에 관해 말했다.
연장 11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2루 땅볼로 선행 주자를 3루로 보낸 그는 “초반 카운트부터 2루쪽으로 치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진루가 됐고 잘 됐는데 이후에 점수를 못 낸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오늘 같은 경기에서 이겨서 상승세를 탈 수 있을 것”이라며 승리에 의미를 부여했다.

“LA 원정은 쉽지 않다”며 말을 이은 이정후는 “다저스는 잘하는 팀이고, 분위기도 그렇고 LA는 쉬운 원정지가 아니다. 잘해야 한다”며 각오를 다졌다.
두 팀이 지난달 오라클파크에서 붙었을 때는 상대 포수 달튼 러싱과 신경전이 있었다. 그때의 악연이 이번 시리즈에도 영향을 미칠까?
이정후는 “어차피 다 야구 선수들이고, 남자들 아닌가. 지난 일 가지고 그러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난 경기의 앙금은 없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 뒤 경기장을 떠났다.
[샌프란시스코(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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