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노란버스법의 딜레마

이규호 전 영천교육장 2026. 5. 11.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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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규호 전 영천교육장

수학여행이 위축되고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운영 자체를 포기하거나 당일형 체험학습으로 대체하고 있다.

교실 밖 배움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이른바 '노란버스법' 논란이 있다.

이 제도의 출발점은 학생 이동과정의 교통사고를 예방하고 안전기준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취지와는 달리 현장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고 있다.

통학버스 기준을 수학여행 같은 비정기적 체험학습까지 동일하게 적용하면서, 교육현장은 심각한 혼란을 겪고 있다.

통학과 체험학습은 운영방식과 위험 구조가 다름에도 이를 구분하지 않은 채 일괄 규제를 적용한 것은 정책 설계의 미비로 볼 수밖에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수급 불균형이다.

노란통학버스는 구조 변경과 유지비 부담으로 일반 전세버스 업체들이 쉽게 참여하기 어렵다.

수요는 급증했지만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했고, 그 결과 학교는 필요한 차량을 확보하지 못해 수학여행을 취소하거나 축소하는 상황에 놓였다.

준비되지 않은 규제가 교육활동을 직접적으로 제약한 셈이다.

여기에 현장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안전계획 수립·사전 점검·각종 행정 절차가 강화되면서 교사들의 업무는 크게 늘었다.

사고 발생 시 책임 문제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으면서, 교육활동을 회피하려는 분위기가 확산되어 행정상의 어려움을 넘어 교육의 위축으로 이어지는 문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학교들은 현실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

숙박형 수학여행 대신 당일형 프로그램이나 교내 체험활동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물론 안전 측면에서는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학생들이 다양한 환경을 경험하고 공동체 속에서 배우는 기회는 크게 축소될 수밖에 없다.

이는 교육의 질과 직결되는 문제다.

이제 정책의 방향을 재정립해야 한다.

통학과 체험학습을 명확히 구분하고, 전세버스 활용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외형보다 안전벨트·운전자 관리·운행 기준 등 실질 요소를 중심으로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정 기준을 충족한 경우 교사의 책임을 완화하는 장치도 필요하다.

안전은 교육의 전제 조건이지만, 교육을 대체할 수는 없다.

정책이 현장을 외면할 때, 그 부담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이제는 규제가 아니라 균형의 관점에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교실 밖 배움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현장을 반영한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

아이들을 보호하는 일과 배움을 보장하는 일은, 결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