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데이터·현장업무 결합한 AI … 공사비 분석·안전관리까지 '척척'
작업자가 찍은 현장사진 입력하면
위험요소 탐지해 점검보고서 생성
설계 초기단계서 공사비 산정하고
공정별 비용증가 요인도 미리 파악

수천억 원 규모의 건설 프로젝트나 재건축·재개발 사업에서는 발주처의 전문성 부족으로 정보 비대칭 문제가 생기기 쉽다. 전문지식이 필요한 설계 적정성 검증이나 공사비 검토, 현장 안전 관리 등을 발주처가 직접 확인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기획부터 설계, 시공, 유지 관리까지 건설사업의 전 과정을 대신 관리하는 건설사업관리(CM)가 중요해지는 이유다. 최근에는 이러한 CM 업무를 인공지능(AI)으로 보완하려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건설사업관리 전문기업 건원엔지니어링은 내부 데이터와 현장 업무를 결합한 AI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회사는 설계 검토, 공사비 분석 등 주요 업무에 AI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업무 효율과 관리 정확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건원엔지니어링이 도입한 '카이온(KAION)'은 약 1900만건 규모의 프로젝트 데이터 아카이브를 단계적으로 연동해 아카이브 기반 질의응답을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프로젝트 자료와 매뉴얼, 사례 데이터를 학습한다. 직원이 카이온에 업무 절차나 작성 기준을 입력하면 학습 내용을 바탕으로 관련 문서와 유사 사례를 함께 제시해준다. 건원 측은 카이온 활용을 통해 업무 담당자 개인의 경험이나 역량에 의존하던 현장 지식을 표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장 안전 관리 영역에서는 이미지 분석 기반 AI 솔루션 '세이프아이(Safe EYE)'가 활용된다. 작업자가 스마트폰으로 현장을 촬영하고 사진을 입력하면, AI 솔루션이 위험 요소를 탐지하고 점검 보고서 초안을 제작한다. 안전장치 미설치 여부나 작업자 위험 노출 등을 판별하며, 이를 분석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기준에 따른 조치사항을 제시한다. 현재 주요 공종에 대한 학습을 마치고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공사비 관리에는 데이터 기반 분석 시스템 '케이코스트(KCOST)'를 적용 중이다. 이 시스템은 과거 프로젝트 데이터를 활용해 설계 초기 단계에서 대략적인 공사비를 산정하고, 설계 변경 시 비용 변동 요인을 분석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공종별·비목별 단가 비교가 가능해 공사비 증액 요인을 사전에 추정할 수 있다. 회사는 유사 프로젝트 자동 추천과 보고서 작성 자동화 기능도 추가할 계획이다.
건원엔지니어링은 AI 도입과 함께 조직 구조와 업무 방식도 재편하고 있다. 기존 전략기술연구소를 디지털혁신연구소로 확대하고, 공사비 조직을 별도 사업단으로 분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반복 업무 자동화를 위한 로보틱프로세스자동화(RPA)도 일부 업무에 적용했다. AI 활용을 전제로 한 문서 작성 기준을 수립하고 이를 내부 교육을 통해 공유해 현장에 확대하는 단계다.
건설 관리 업계에서는 일부 대형 CM사와 건설사들을 위주로 설계 검토, 공정 관리, 안전 점검 등에 AI 도입을 점진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현대건설은 AI와 사물인터넷(IoT), 로보틱스를 결합한 재해 예측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로봇 '스팟(Spot)'과 드론을 활용해 위험 구역을 점검하고 구조물 이상 징후를 감지한다. 롯데건설은 드론 기반 AI 영상 분석과 로봇 순찰을 결합한 스마트 안전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낙하물과 안전장비 미착용 등을 실시간 감지한다. 초기 도입 단계에서는 특정 업무에 한정된 활용이 많았지만, 점차 통합 플랫폼 형태로 확장하는 흐름이 나타난다.
건설업은 프로젝트별 조건 차이가 커 표준화가 어려운 산업으로 평가된다. 현장에 따라 예측이 쉽지 않은 변수가 존재하고, 데이터화하기 힘든 비정형 업무 비중이 커 전 과정에 AI를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AI 도입으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과 업무 자동화가 확산하면 공사비 예측 정확도와 안전 관리 수준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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