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홈플러스 37곳 영업 중단…정부는 어디갔나
대형 유통기업의 위기는 지역 경제와 서민 생계, 고용 안전을 흔드는 사회적 재난이다. 홈플러스가 경영 정상화를 이유로 전국 37개 점포의 영업을 두 달간 중단하기로 하면서 대구·경북 지역도 거센 충격에 휩싸였다. 이번 중단 대상에는 대구 상인점과 포항점·포항죽도점·구미점·경산점 등이 포함됐다. 지역 핵심 상권에 자리 잡은 매장들이다.
홈플러스 측은 제한된 물량을 남은 점포에 집중 공급해 매출 하락과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현장의 불안은 전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미 일부 점포는 폐점이 확정됐고, 다른 지역 매장들도 임대차 계약 종료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두 달 영업 중단"이라지만 사실상 구조조정과 폐점 수순이 아니냐는 의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의 피해는 단순한 점포 축소를 넘어선다. 홈플러스 매장은 지역 소비와 고용의 거점 역할을 해왔다. 대형마트 한 곳에는 직접 고용 노동자뿐 아니라 입점 상인, 배송 노동자, 청소·시설 관리 인력까지 수천 명의 생계가 연결돼 있다. 포항과 구미, 경산처럼 제조업 경기 침체와 인구 감소로 지역 상권이 이미 위축된 곳에서는 타격이 더욱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대형 점포 하나가 흔들리면 주변 식당과 소상공인, 교통·물류업까지 연쇄 충격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공동대책위원회와 입점업체들이 이번 사태를 "기획 청산 수순"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이후 자산 매각과 점포 구조조정을 반복해온 상황에서, 이번 영업 중단 역시 기업 회생보다는 사실상 철수 전략 아니냐는 의혹이다. 입점 상인들의 절규는 절박하다. 권리금과 시설 투자비를 회수하지 못한 채 재고를 폐기해야 하고, 직원 급여와 대출 이자는 그대로 남았다. 배송 노동자들도 하루아침에 주문이 끊겼다. 지역민의 삶이 통째로 흔들리고 있다.
이런데도 정부 대응은 지나치게 안일하다. 홈플러스 사태는 이미 개별 기업의 경영 실패 차원을 넘어섰다. 수많은 노동자와 자영업자, 협력업체가 얽힌 사회경제적 위기다. 정부와 금융당국, 채권단이 더 이상 '시장 논리'만 되풀이하며 방관해서는 안 된다. 즉각적인 정부 개입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