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동학대 86%가 부모, 통합보호 체계 다듬어야

경북일보 2026. 5. 11.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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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부모는 세상의 전부다. 먹이고 재우고 안아주는 존재이자, 생존 자체를 의지해야 하는 절대적 보호자다. 그런데 그 보호자가 가장 위험한 가해자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최근 5년간 아동학대를 당한 0~17세 아동은 13만 명이 넘었고, 만 1세 미만 신생아 피해자만도 2544명이나 된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41명의 아이가 학대로 목숨을 잃었다.

충격적인 것은 가해자 대부분이 부모라는 사실이다. 지난해 아동학대 행위자의 85.9%가 부모였다. 학대 발생 장소 역시 84.5%가 가정이었다.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이 아이들에게는 가장 위험한 장소인 것이다. 가정이라는 폐쇄적 공간에서 벌어지는 학대는 외부의 감시를 피하기 쉽고, 장기간 반복되며 점점 잔혹해지는 특징을 보인다. 처음에는 방임과 잘못된 훈육으로 시작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신체 폭력과 정서적 학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아이들이 스스로 도움을 요청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특히 영아와 유아는 폭력의 의미조차 알지 못한 채 가해자인 부모에게 생존을 의탁해야 한다. 의존과 공포가 동시에 작동하는 왜곡된 관계 속에서 아이들이 심각한 학대를 받는 것이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는 물론이고, 성장 이후 다시 폭력의 가해자로 이어지는 '학대의 대물림' 현상도 나타난다.

이런데도 우리 사회의 대응 체계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돼도 현장 공무원과 경찰, 아동보호기관이 제각각 움직인다. 또한 즉각 분리와 장기 보호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피해 아동 쉼터는 턱없이 부족하고, 전문 치료와 회복 프로그램도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아이를 구조해 놓고도 다시 위험한 환경으로 되돌려보내는 악순환이 반복되기도 한다.

경찰·지자체·아동보호전문기관·의료기관·학교가 실시간으로 연계되는 다기관 통합보호 체계를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 학대 의심 단계부터 정보 공유와 공동 대응이 가능해야 한다. 긴급 분리 이후에는 치료·상담·주거·교육까지 이어지는 '원스톱 보호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피해 아동의 회복을 국가가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