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8% 성장, 유가 100달러땐 2.4%"…반도체 쏠림·중동 우려도

이예빈 기자 2026. 5. 11.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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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수정경제전망 세미나'
반도체 쏠림 현상…성장 불균형 심화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
대내외적 불확실한 상황 속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중심 수출 호조 등으로 올해 경제가 2%대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사진은 11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2026년 수정 경제전망 세미나'에 참석한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왼쪽부터), 김현태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 이권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권효성 블룸버그 수석 이코노미스트, 김진욱 씨티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박창현 한국은행 조사총괄팀장. /사진=이예빈 기자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와 고유가 우려 속에서도 올해 한국 경제가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조에 힘입어 2% 후반대 성장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다만 경기 회복의 온기가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업종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성장의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김현태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11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2026년 수정경제전망 세미나'에서 "올해 우리 경제는 내수와 수출의 동반 회복과 지난해 성장 둔화에 따른 기저효과로 2.8% 수준의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1.7%,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해 예상보다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라 반도체 수출이 급증하고, 이에 대응한 생산설비 확충 수요가 설비투자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산업의 성장세는 과거와 다른 구조적 확장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창현 한국은행 조사총괄팀장은 "과거 반도체 경기는 업앤다운 사이클이 반복됐지만, 지금은 AI 확산과 빅테크 기업들의 경쟁적 투자로 상당 기간 추세적 우상향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공급 여력이 수요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초과 수요 상황이 지속되고 있고, 물량 확보를 위한 장기 공급계약도 이어지고 있다"며 "이 같은 흐름이 반도체 기업 실적 개선과 증시 상승으로 연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1분기 성장률이 예상치를 웃돈 배경에도 반도체 수출 호조가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현재 경기 회복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지 못한 채 특정 산업에 편중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실장은 "최근 경기 회복은 경제 전반의 고른 회복이라기보다 반도체 부문 호조가 주도하는 불균형 성장의 성격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박 팀장 역시 "최근 기업 실적과 임금 상승이 반도체 부문에 쏠려 있다"며 "IT 산업이 홀로 성장을 이끄는 상황에서 성장의 온기가 다른 산업으로 얼마나 확산할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중동 사태의 영향은 IT보다 비(非)IT 산업에 더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가장 큰 변수로는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가 꼽힌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호르무즈 해협 통행 차질이 이어질 경우 한국 경제 전반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김 실장은 "원유·천연가스 생산과 운송 차질에 따른 고유가가 하반기 이후까지 이어질 경우 소비 여력 약화와 생산비 증가, 건설 공사비 상승 등을 통해 내수와 투자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유가와 물가 부담이 장기화될 경우 취약계층과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민생경제 개선이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한국금융연구원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까지 오르는 부정적 시나리오에서는 국내 GDP 성장률이 기준 전망치(2.8%) 대비 0.4%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가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 역시 최대 1%포인트 이상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통화정책과 관련해서는 물가 상방 압력과 경기 회복 흐름을 동시에 고려한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김 실장은 "현재 유가 상승은 공급 충격 성격이 강한 만큼 기계적 대응보다는 장기 기대인플레이션 자극 여부를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오는 28일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한다. 박 팀장은 현재 경제 상황을 "돛단배는 잘 가고 있지만 짙은 안개가 낀 상태"라고 표현했다. 그는 "반도체 경기 호조라는 강한 성장 동력이 존재하지만, 중동 사태와 지정학적 위험이 글로벌 경제의 상수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며 "항상 낙관적 경계감을 갖고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이예빈 기자 yeahvin@sida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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