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 앞 재개발, 세계유산영향평가 필요”…유네스코한국위원회 추가 입장문

배문규 기자 2026. 5. 11.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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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와 세운4구역의 모습. 한수빈 기자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서울시와 국가유산청이 갈등을 빚고 있는 ‘종묘 앞 재개발’에 대해 ‘세계유산영향평가(HIA)’가 필요하다는 점을 거듭 밝혔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11일 입장문을 통해 “유산영향평가는 개발과 보존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 위한 절차가 아니다”라면서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절차가 충실히 이행될 때, 종묘의 가치를 보전하면서도 지역사회의 발전을 함께 도모하는 합리적 해법이 도출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서울시가 세운4구역에 들어설 수 있는 건물 높이를 상향 조정하고 재개발 사업을 본격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서울시와 국가유산청이 충돌하고 있다. 유네스코는 지난 3월13일 한국 정부에 서한을 보내 “개발 계획 승인 전 유산영향평가 실시가 2026년 3월까지 확정되지 않을 경우, 7월 부산에서 열리는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가 종묘의 보존현황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3월 관련 입장문을 냈던 한국위원회는 이번에도 “7월 부산 위원회가 임박한 현 시점에서 절차적 진전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종묘 사안이 공식 의제로 상정될 가능성을 여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면서 “사업 추진주체들이 현재의 방식을 고수할 경우 대한민국의 국가 이미지와 국제적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고 밝혔다.

국가유산청과 서울시 등은 오랜 논의 끝에 2018년 종묘 맞은편 세운 4구역에 들어설 건물 높이 기준을 종로변 55m, 청계천변 71.9m로 협의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서울시가 최고 높이를 145m로 상향 조정하면서 갈등을 빚어왔다. 서울시는 지난 3월 정비사업통합심의위원회를 열어 세운4구역 사업을 ‘조건부 의결’로 결정했으며, 사업 계획을 최종적으로 확정하는 단계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가를 획득한 뒤에는 사업 내용이나 계획을 변경하는 게 쉽지 않다.

이에 국가유산청을 비롯한 정부 부처, 학계, 시민사회에서 종묘 주변 개발이 세계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에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를 표명해왔다. 서울시·종로구가 절차를 강행하자 국가유산청은 지난 6일 서울시와 SH, 종로구에 세운4구역 사업에 대한 세계유산영향평가를 거친 뒤 사업계획 보완과 인가 절차를 진행하라는 이행 명령 공문을 보낸 바 있다.

한국위원회는 “세계유산협약 운영지침 제172항에서 해당 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중요한 복원 사업이나 신규 건설사업을 시행 또는 허가하는 경우 ‘번복하기 어려운 결정이 내려지기 전’ 세계유산센터를 통해 세계유산위원회에 관련 계획을 통보하도록” 한다며 “유산영향평가와 관계기관 협의는 사업계획을 실질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단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위원회는 “이 사안이 특정 기관 간의 갈등이나 개별 사업의 인허가 문제로 좁게 다루어지기보다는,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 보여줄 보존 거버넌스의 시금석이라는 더 넓은 맥락에서 논의되기를 희망한다”며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사업시행자, 전문가 및 시민사회 등 모든 관련 주체가 협약과 운영지침이 정한 절차의 틀 안에서 적극적으로 협의에 임해 줄 것을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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