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환 칼럼] ‘모두의 창업’, 화려한 경연보다 동기 부여의 장 되길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대국민 창업 오디션 프로젝트 ‘모두의 창업’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 오는 15일까지 접수가 진행되는 이번 프로젝트에는 이미 접수한 사람이 5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전국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현재 187개의 참여 기관과 3870명의 멘토진이 포진해 있으며, 방대하고 복잡한 사업계획서 대신 간결한 ‘도전 신청서’만으로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문턱을 대폭 낮췄다.
또한 1차 아이디어 심사만 통과해도 200만원의 창업 활동비가 주어지며, 일반·기술 분야의 최종 우승팀에게는 최대 10억원 규모의 사업화 자금 지원과 팁스(TIPS) 연계 기회까지 주어지는 등 파격적인 혜택이 눈길을 끈다.
이는 여러모로 시의적절한 프로젝트가 아닐 수 없다. 최근 주식시장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거대 테크기업들이 급등을 주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중의 관심과 자본은 다시 대기업으로 쏠리고 있는 형국이다. 청년들과 예비창업자들 입장에서는 창업이라는 지난한 과정을 선택하는 데 따른 기회비용이 과거보다 훨씬 커진 듯 느껴질 것이다. 자연스럽게 창업을 통한 성공의 매력도는 떨어지고, 위험 감수나 도전 정신은 위축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현재 전 세계에서 기업 가치가 가장 높은 회사인 엔비디아 역시 알고 보면 불과 33년 전 작은 식당에서 세 청년에 의해 스타트업으로 출범하여 고도성장을 이룬 기업이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모태펀드를 통한 스타트업 투자 등 국가적인 차원에서 스타트업 육성에 그 어느 나라보다도 적극적인 편이다. 여기에 더해 이번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는 ‘국가가 창업의 동반자가 되어, 아이디어를 보유한 누구나 실패의 부담을 내려놓고 마음껏 창업할 수 있도록 한다’는 기본 취지 아래, 스타트업 생태계에 있는 여러 멘토 기관이 함께 참여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주목할 만한 시도다. ‘모두’라는 단어가 들어간 명칭만으로도 일반인들이 창업에 대해 갖고 있는 심리적 진입장벽을 크게 낮추어 준다는 점에서 매우 신선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창업은 아이디어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며, 화려한 결과만을 지향해서도 안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올해 국내에도 번역본이 출간된 랜드 피시킨의 저서 ‘우리는 실리콘밸리에 속았다’는 이 지점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500억원 이상의 가치를 평가받은 CEO였음에도 겪어야 했던 냉혹한 현실을 바탕으로 쓰인 이 책은, ‘수조 원 가치의 유니콘 기업이 되어야 성공’이라는 실리콘밸리의 통념이 대다수 스타트업을 파멸로 이끄는 압박이 된다고 경고한다.
벤처캐피털의 자금은 성장을 돕지만, 반대로 창업자의 지분과 경영권을 희석하고 투자금 회수(exit) 압박을 통해 회사를 위험에 빠뜨리기도 한다. 따라서 무조건적인 빠른 성장을 좇는 ‘성장 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 무리한 성장은 곧 창업자의 번아웃과 조직 분열을 초래할 뿐이다. 느리더라도 단단하게, 고객의 신뢰와 탄탄한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생존을 우선시하며 성장하는 방식이 진정한 승리다. 단순히 최소기능제품(MVP)을 빠르게 출시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고객이 감탄할 수준의 전문성과 제품력을 갖추어야 한다. 화려한 재무적 성과만이 답이 아니며, 창업자 개인의 행복과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것으로 진정한 성공을 재정의해야 한다.
이번 ‘모두의 창업’을 통해서도 수많은 참신하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올 것이다. 현재 인터넷상에는 ‘결국 이 프로젝트도 정부 지원 사업이니, 지원금을 잘 받기 위해서는 이렇게 해야 한다’며 요령을 조언하는 콘텐츠가 꽤 많이 퍼져 있다. 그러나 뜨거운 국민적 관심을 받는 이 거대한 프로젝트가 단순히 ‘정부 지원금 타내기 아이디어 경진대회’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된다. 공고문에 명시된 대로 ‘혁신적 발상, 기술 등을 활용하거나 융합해 불편을 해소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해당 창업이 시장과 사회에서 얼마나 크고 지속 가능한 임팩트를 만들어 낼 것인가를 냉철하게 보아야 한다. 물론 아무리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심사위원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초기에 정확히 추정하고 평가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나아가 이번 프로젝트에서 1등을 차지한 아이디어가 반드시 사업적으로 대성공을 거둔다는 보장 역시 할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수많은 참가자와 방청객, 그리고 시청자들이 이 대규모 지원 사업이 어떠한 치열한 검증 과정을 거쳐 이루어지는지를 생생하게 목격하는 기회가 된다는 점이다. 문제를 집요하게 해결해 나가는 창업의 본질이 무엇인지 사회 전체가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어떻게 하면 ‘고용보다는 창업으로 국가의 중심을 바꾸는 그 대전환의 출발점’이라는 거대한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비전을 국민들에게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들이 창업 생태계를 좀 더 명확히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직간접적으로 동참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 그것이 이번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가 향해야 할 궁극적 지향점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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