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는 지우고 화려한 무대만···‘마이클’, 한국에도 ‘팝의 황제’ 열풍 소환할까
잭슨 성장기와 초기 활동 담아
‘미성년자 성추행’ 논란 지우고 ‘일방적 미화’ 논란
평단 혹평 속에 대중 열광, 북미 흥행가도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성장기를 담은 영화 <마이클>(안톤 후쿠아 감독)이 13일 국내 개봉한다. 음악 전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2018)가 국내에 프레디 머큐리를 소환했듯, 이 영화도 다시 마이클 잭슨 열풍을 불러올 수 있을까.
영화는 전형적인 영웅 서사를 따라간다. 노래를 잘했던 ‘마이클’과 형제들은 아버지 ‘조’(콜맨 도밍고)의 엄격한 훈육 속에 가수로 길러진다. 5살이었던 막내 마이클은 ‘7살’이라고 거짓말을 하며 잭슨 파이브 활동을 시작한다. 끼가 유별난 마이클은 자라나며 혼자만의 무대를 꿈꾼다. 영화는 마이클이 통제적인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세계적인 팝스타로 발돋움하는 과정을 그린다.
잭슨의 팬이라면 눈과 귀가 즐거울 영화다. 영화는 초창기 잭슨의 아이코닉한 무대들을 그대로 재연하는 데 집중한다. 유년기를 연기한 아역 배우 줄리아노 크루 발디는 싱크로율이 높은 노래 실력으로 ‘ABC’, ‘아이 원트 유 백’ 등을 소화한다. 성년기는 실제 잭슨의 친조카인 자파 잭슨(형 저메인의 아들)이 맡았다.

1983년 좀비 분장을 한 마이클이 공포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스릴러’(Thriller) 뮤직비디오 현장을 진두지휘하는 모습, 같은 해 모타운 25주년 공연에서 ‘빌리 진’(Billie Jean) 노래에 맞춘 문워크 안무를 처음 공개하던 모습 등이 실제와 유사하게 연출된다. 1988년 30세의 마이클이 ‘배드’(BAD) 월드투어로 찾은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 열광을 넘어 실신 직전 팬들의 환호 속에서 <마이클>은 황급히 막을 내린다. ‘이야기는 계속된다’며 속편을 암시하는 자막과 함께.
빈약한 이야기 대신 시대를 타지 않는 명곡들이 극을 견인한다. 영화적 인물로서의 마이클은 매력이 떨어진다. 마이클 잭슨 재단의 승인 아래 만들어진 영화는 그를 ‘소년기에서 성장이 멈춰버린 무해한 슈퍼스타’로 그리기에 급급하다. 극 중 마이클은 자신을 피터팬, 아버지를 후크 선장에 빗대 생각하며 눈을 순하게 깜빡인다. 솔로 무대를 독단적으로 진행하는 결단력이나, 그가 쓴 가사의 도발적 표현은 극 중 묘사된 착하기만 한 ‘마이클’의 행보라기에는 어색함이 있다. 영화는 인물의 이면을 보여주기보다 그다음 노래, 더 멋진 무대를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그림자를 충분히 다루지 못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애초 영화는 잭슨에게 아동 성추행 논란이 처음 제기됐던 90년대 중반 이야기를 촬영했으나, 과거 고소인과 “양측은 영화·TV 등에서 이 내용을 언급하지 않는다”고 합의했던 것이 후반 작업 과정에서 확인되며 관련 내용을 전량 폐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병동 등을 찾아 아이들과 천진난만하게 노는 잭슨의 모습이 영화에서 여러 차례 보여지는데, 그가 무결하며 억울한 피해자라는 걸 강조하는 듯하다.
잭슨은 1993년과 2005년 제기된 아동 성추행 소송 등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마이클> 북미 개봉을 앞둔 지난 2월 다시 의혹이 불거졌다. 잭슨의 ‘제2의 가족’이라고 알려진 카시오 가문의 4남매가 미국 로스앤젤레스 법원에 “미성년자일 때 잭슨으로부터 성폭행과 학대를 당했다”며 민사 소송을 제기하면서다. 유족 측은 “금전적 이득을 노린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부딪히는 주장 사이에 나온 영화는 잭슨을 ‘일방적으로 미화했다’는 면에서 영미권 외신 및 평론가들의 혹평을 받았다. 하지만 대중의 평가는 달랐다. 지난달 북미 개봉 이후 첫 주말에만 9700만달러(약 1429억원)를 벌어들이며 음악 전기 영화 사상 최고의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다.
음악도 역주행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빌보드에 따르면, 잭슨의 앨범 2장은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200’ 5·6위에 올랐다.
영화 비평 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도 <마이클>의 평론가 지수는 39%로 극히 낮지만, 일반 관객 점수인 팝콘 점수는 만점에 가까운 97%를 유지하고 있다. 이 온도 차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마이클 잭슨의 음악은 ‘캔슬’되기에 너무 거대했다”고 평했다. 127분. 12세 이상 관람가.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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