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조 영업익이면 성과급 100조’…실적 딜레마 빠진 ‘삼전닉스’

장우진 2026. 5. 11.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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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실적 기대에 이달 주가 각 30%·50%↑
"비싸진 메모리, 인건비 상승 부추길 수도"
"성과급 요구는 주주배임 요소" 비판 제기
삼성전자 첫 과반노조 지위를 확보한 '삼성전자 초기업노조' 노조원들이 지난달 23일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앞에서 투쟁결의대회를 갖고 있다.


너무 많이 벌어도 골치다. 성과급 갈등으로 곤욕을 치루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내년에 합쳐서 1000조원에 이르는 영업이익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두 회사 노조는 영업이익의 10~15%를 성과급으로 요구하고 있다. 노조 요구대로면, 두 회사에 근무하는 10만여명의 반도체 소속 직원들에게 줘야 할 성과급만 최소 100조원이 넘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 슈퍼사이클'에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각각 수백조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이미 수억원의 성과급을 받는 두 회사 노조가 서로 더 받겠다는 식의 경쟁에 돌입할 수 있다.

결국 회사의 진짜 주인인 주주들만 수혜를 못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는 최근 주가 상승세에도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11일 재계와 금융투자(IB)업계 등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은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연간 영업이익을 각각 350조원, 250조원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다.

내년 예상 영업이익은 각각 삼성전자 500조원, SK하이닉스 400조원 안팎으로 보고 있다. 도합 '100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메모리 공급난의 장기화 전망과 함께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등 고부가 제품인 HBM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면서 수익구조가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예를 들어 미래에셋증권이 최근 제시한 SK하이닉스의 내년 매출액 추정치는 507조5000억원, 영업이익은 398조1000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무려 78.4%에 달한다.

주가도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달 들어 약 30%, SK하이닉스는 50% 정도 주가가 올랐다. 이미 시장은 두 회사의 역대급 실적 행진이 내년까지 이어갈 것이라고 확신하는 듯 하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말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주요 고객의 메모리 수요는 HBM과 서버 D램, eSSD까지 전방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공급사들은 단기간 내에 공급을 늘리기 어려운 것이 현실로 메모리 가격 상승 사이클은 과거에 비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성과급 이슈가 이 같은 주가 상승세의 최대 변수로 부상했다. SK하이닉스가 작년 노사 협의서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주기로 합의하자, 삼성전자 노조는 현재 '성과급 상한 폐지'와 함께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주장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노조 주장대로라면 실제 영업이익 중 85% 수준에서만 배당 재원을 따져야 하는 셈으로, 영업이익 350조원 기준 50조원 이상이 제외된다. 작년 연간 주주 배당 총액은 11조1000억원이다.

삼성전자 노사가 11일부터 이틀 간 사후조정 협의에 나선 가운데, 일단 사측은 '반도체 업계 1위시 최고 대우'를 약속한 상태다.

정우성 LS증권 연구원은 리포트에서 "높아진 메모리 가격은 인건비와 성과급 이슈도 다시 부각시킬 수 있다"며 "만약 한 회사가 영업이익에 더 높은 비중의 성과급을 주게 된다면, 경쟁사 노조에서 또 추가 성과급을 요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각 사가 어떤 기준으로 성과를 배분하고, 그 비용을 어느 정도까지 실적에 반영할 것인지가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계에서는 성과급 이슈와 맞물려 개정 상법을 근거로 주주들이 반발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영업이익 대비 과도한 성과급은 배당 재원 축소로 이어지는 점에서 단체협약과 별개로 소액주주들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경영학에서 영업이익은 총 매출액에서 급여와 상여금 등 모든 비용을 제외한 순수한 경영 성과"라며 "이는 주주들에게 돌아가야 할 몫으로, 근로자가 성과급으로 요구하는 것은 주주에 대한 배임적 요소가 있다"고 말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성과급을 단체교섭으로 정하고, 노조가 파업까지 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답이 없는 문제"라며 "소송분쟁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성과급은 교섭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장우진 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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