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받고 지었는데 8년 뒤 철거”…그린벨트 농업용 관리사 규제 논란

박성욱 기자 2026. 5. 11.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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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농 필수시설인데 사용기간 끝나면 원상복구
농지법·그린벨트법 중복 규제…현장과 괴리
권익위 민원도 다시 지자체로, 농민들 “누가 해결하나”
▲ 김포시 고촌읍 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내 농지에 설치된 농업용 관리사 전경. 농민들은 사용기간 제한 제도 개선을 요구하며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다시 김포시로 이첩되자 "현실 문제를 서로 떠넘기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박성욱 기자 psu1968@incheonilbo.com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내 농업용 관리용 건축물 사용기간 제한 제도가 농업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허가를 받고 설치한 관리사조차 일정 기간이 지나면 철거해야 하는 구조 탓에 실제 영농 중인 농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김포시 고촌읍에서 약 4천평 규모 밭과 2천평 규모 논을 경작 중인 A씨(74)는 최근 국민권익위원회에 제도 개선 민원을 제기했다. 2019년 적법한 절차를 거쳐 설치한 농업용 관리사가 사용기간 만료 대상이 되면서다.

현행 「농지법」상 농업용 관리용 건축물 등 농지 일시사용 시설은 최초 5년 사용 후 1회에 한해 3년 연장이 가능하다. 최대 사용기간은 8년으로, 이후에는 원상복구를 전제로 철거해야 한다.

문제는 관리사가 단순 임시시설이 아니라 실제 영농 유지에 필수 시설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농민들은 농기계 보관과 농자재 적치, 농산물 선별, 휴식 공간 등 농업 활동 전반에 관리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특히 관리사 설치 과정에서는 건축사 설계와 감리, 단열 시공, 정화조 설치 등 일반 건축물 수준의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A씨는 "건축비만 1억원 가까이 투입됐는데 단순 기간 만료만으로 철거하라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며 "실제 영농 여부를 기준으로 지속 사용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민들은 그린벨트 농지가 일반 농지보다 과도한 중복 규제를 받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한다.

최근 정부는 농업인의 영농 편의를 위해 농지 내 농업용 시설 설치 기준을 일부 완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개발제한구역은 「농지법」 외에도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까지 함께 적용되면서 사용기간과 구조, 규모 등에 더 엄격한 제한을 받고 있다.

같은 농업용 시설이라도 일반 농지에서는 비교적 폭넓게 허용되는 반면, 그린벨트에서는 임시시설 개념이 적용되면서 일정 기간 이후 철거 대상이 되는 구조다. 농민들은 "실제 농사를 짓고 있음에도 그린벨트 안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동일 시설이 불법 또는 임시시설 취급을 받고 있다"고 호소한다.

더 큰 문제는 제도 개선 요구가 실제 행정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A씨는 김포시에 문제 해결을 요구했지만 "현행 법령상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고, 이후 국민권익위원회에 제도 개선 민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해당 민원은 다시 김포시로 이첩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 개정 권한이 없는 지자체로 민원이 다시 내려오면서 실질적인 제도 개선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농민들은 "지자체는 법 때문에 안 된다고 하고, 권익위는 다시 지자체로 보내면 결국 아무도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구조"라며 "현장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중앙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포시는 "농업용 관리용 건축물은 농지 보전과 원상회복을 전제로 운영되는 시설로 현행 법령상 계속 사용에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농업 현실을 반영한 제도 개선 필요성에 대해서는 정부에 의견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김포=박성욱 기자 psu1968@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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