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발굴부터 평가까지…‘신입 심사역’ 자리 차지하는 AI 에이전트

최아리 기자 2026. 5. 11. 15: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벤처캐피털(VC) 업계에서도 인공지능(AI)이 사람의 업무를 대신하는 ‘VC 에이전트’가 등장하고 있다./제미나이 생성이미지

투자자의 판단과 네트워크가 핵심으로 꼽혀 온 벤처캐피털(VC) 업계에서도 인공지능(AI)이 사람 업무를 대신하는 ‘VC 에이전트’가 등장하고 있다. 단순 업무 자동화를 넘어 스타트업 심사, 소셜미디어 모니터링 같은 실무를 맡기고 학력·출신지·전직 경력 등 ‘페르소나(인격)’를 부여해 구체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미 시장조사 업체 피치북은 11일 “에이전트형 AI 기술이 정교해지면서 더 많은 VC가 일상 업무에 에이전트를 통합하고 있다”며 “전통적으로 주니어 심사역이 맡던 역할을 에이전트에 부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VC들이 주니어 직원 채용을 미루고 그 자리를 AI 에이전트로 채우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에 본사를 둔 소비자 전문 VC 패트론은 AI 에이전트 ‘데이지’가 책임 심사역 역할을 맡고 있다. 데이지는 스위스 출신에 와튼스쿨을 나왔고, 유니버설 뮤직과 안드레센호로위츠(a16z)를 거친 것으로 설정됐다. 소비자 트렌드를 읽어내는 역할을 맡은 데이지는 패션 위크를 챙겨보고, K팝을 즐겨 들으며, 골프를 친다는 취향이 부여됐다. 데이지를 만든 패트론 공동 창업자 제이슨 예는 미국 매체 악시오스와 인터뷰에서 “사람이 취향을 쌓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AI가 취향을 쌓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초기 투자 전문 VC인 페블베드는 AI 에이전트들이 일종의 독립 컨설팅 회사처럼 운영된다. 메신저와 이메일로 소통하고, 자체적인 일일 회의까지 연다고 한다. 페블베드의 에이전트 중 한 명인 ‘오라 파머’는 소셜미디어를 끊임없이 뒤져 회사에 새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로, 아칸소 출신의 전직 테니스 챔피언이라는 배경을 갖고 있다. 또 다른 에이전트인 ‘딜리전스 베이비’는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MBA 출신으로 스타트업의 사업 계획서 검토부터 1차 평가까지 담당한다. 각 에이전트가 저마다 전문 분야와 메모리(기억)를 따로 갖는 것이 특징이다. 모든 에이전트가 같은 정보를 공유하면 결론이 한쪽으로 쏠리는 ‘집단 사고’에 빠질 수 있어 의도적으로 출신과 정보 출처를 분리해 두는 것이다.

시어리 벤처스는 소속 파트너(투자 책임자)별로 맞춤형 에이전트 시스템을 구축했다. VC 투자가 결국 특정 투자자와 창업자가 수년에 걸쳐 쌓아온 개인적 관계 위에서 성사된다는 업계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AI가 직접 사람과 관계를 맺을 수는 없지만, 그동안 만남에서 오간 내용을 기억하고 떠올릴 수 있다는 점을 활용했다. 소비재 전문 VC 젝스타포즈의 매니징 파트너 제드 카이로는 “분석 업무는 이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됐다”며 “판단력, 그리고 거래를 성사시키는 영업력이 오히려 사람의 영역으로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