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보다 인프라 설계가 승부처”…제도권 편입 앞둔 토큰증권 생존전략

안갑성 기자(ksahn@mk.co.kr) 2026. 5. 1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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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융합산업협회, STO 발행·유통 세미나
내년 STO법 시행 앞두고 금융 인프라 설계 관건
“정형 자산부터 토큰화 필요…유동성 공급이 핵심”
11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블스홀에서 ‘토큰증권(STO)의 발행·유통 활성화와 디지털자산 발전 정책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이번 세미나는 STO의 성공적인 제도권 안착과 금융 인프라 재설계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사진=안갑성 기자]
“이제 중요한 것은 ‘기술을 잘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글로벌 금융시스템과 연결될 수 있는가’입니다. 2026년 이후의 경쟁은 기술 자체보다 금융 인프라와 제도 설계 경쟁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토큰증권(STO) 시장의 제도권 편입을 앞두고, 시장의 경쟁 축이 단순한 발행을 넘어 ‘유통 및 결제 인프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11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디지털융합산업협회(DCIA) 등 주최로 열린 ‘토큰증권(STO)의 발행·유통 활성화와 디지털자산 발전 정책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한국 STO 생태계의 성공 조건으로 ‘글로벌 연계성’과 ‘유동성 확보’를 꼽았다.

◆ “블록체인은 자본시장 인프라”…스테이블코인 법체계 시급
11일 금융투자협히에서 열린 토큰증권(STO) 세미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는 김기흥 디지털융합산업협회 회장(경기대 명예교수). [사진=안갑성 기자]
김기흥 디지털융합산업협회 회장(경기대 명예교수)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자본시장이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인프라로 수용하고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한 수익분배 등 새로운 시도를 포용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섰다”고 선언했다.

김 회장은 현장에서 “기존 금융 인프라와 온체인 자산의 결합이 이미 본격화됐다”고 진단하며, “디지털 경제의 핵심이 될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 발행·유통·감독을 아우르는 독립적 법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코스콤 “분절된 STO 시장 잇는 ‘공동 플랫폼’ 구축할 것”
11일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STO 세미나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는 윤창현 코스콤 사장. [사진=안갑성 기자]
윤창현 사장은 이날 환영사에서 “STO는 우리가 그동안 거래할 수 없었던 부동산, 미술품, 지식재산권(IP) 등 다양한 자산에 유동성을 부여하는 혁신적인 수단”이라며 “투자자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기업에게는 효율적인 자금 조달 창구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윤 사장은 코스콤의 핵심 역할로 ‘인프라 표준화’를 꼽았다. 그는 “현재 STO 시장의 가장 큰 숙제는 발행사와 유통 플랫폼 간의 원활한 연결”이라며 “코스콤은 자본시장 IT 인프라 리더로서 발행사와 유통사를 아우르는 ‘STO 공동 플랫폼’ 구축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술적 표준을 마련하고 금융 시스템과의 상호 운용성을 확보해 시장의 신뢰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11일 열린 토큰증권(STO) 세미나에서 ‘토큰증권 미래금융 비즈니스 모델 전략’을 주제로 기조 발표 중인 임병화 성균관대 교수. [사진=안갑성 기자]
이날 축사에 나선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발행보다 유통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며 “시장에 상품이 나오는 것보다 유동성 공급, 가치평가 신뢰, 투자자 접근성, 장외 유통의 질서 등 거래가 살아나는 구조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민 의원은 “자산만 토큰화하고 돈은 여전히 과거 방식으로 움직인다면 혁신은 반쪽에 그친다”며 원화 기반 디지털 결제 인프라와 원화 스테이블코인(원스코) 논의가 STO와 같은 축에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축사를 통해 “자산의 디지털화와 돈의 디지털화가 연결돼야 진짜 시장이 열린다”며 국회 차원의 입법 정책 뒷받침을 약속했다.

이에 발맞춰 임병화 성균관대 교수는 기조 발표에서 “STO 시대에 금융기관은 단순한 상품 판매자를 넘어 발행·결제·유통을 책임지는 ‘인프라 제공자’로 역할을 재정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시장 안착을 위해 권리 구조가 명확한 채권 등 정형 금융자산의 인프라를 먼저 고도화한 뒤, 부동산이나 콘텐츠 지식재산권(IP) 같은 비정형 실물 자산으로 확장하는 단계적 접근을 주문했다.

◆ 비정형 자산의 ‘유동성 역설’…장외시장 체결 구조 짜야
최경석 페어스퀘어랩 본부장이 11일 토큰증권(STO)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안갑성 기자]
발행 이후 2차 유통 시장에서의 ‘유동성 고갈’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최경석 페어스퀘어랩 본부장은 “토큰증권 장외시장은 장내시장의 대체재가 아닌, 비정형 자산의 초기 유통과 가격발견을 담당하는 기능시장”이라며 “단순히 종목 수를 늘리는 것보다 실제 거래가 성사되게 만드는 체결 구조 설계가 핵심 경쟁력”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실질적 유동성 공급을 위해 다중 체결 메커니즘과 ‘자동시장조성자(AMM)’ 보조 엔진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지원 KB증권 크립토리서치팀장과 김현만 토스인사이트 전략컨설팅 실장 역시 우려를 같이했다. 김 팀장은 “부동산, 미술품 등은 가치평가 방법론이 비표준화되어 있어 가격 발견이 어렵다”며 비유동성이 비유동성을 낳는 악순환을 경고했다.

김 실장 또한 “토큰화 자체가 유동성을 자동으로 창출하지 않는다”며 보조 유동성 공급 메커니즘 구축의 중요성을 덧붙였다.

◆ “자산은 디지털, 결제는 아날로그?”…스테이블코인이 ‘잃어버린 고리’
11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토큰증권(STO)의 발행·유통 활성화와 디지털자산 발전 정책 세미나’의 발표 화면. [자료=비토즈]
STO 생태계 완성을 위한 마지막 퍼즐로는 ‘프로그래머블 머니(스테이블코인)’가 꼽혔다.

박상훈 비토즈 상무는 “자산은 디지털화되었지만, 정산은 여전히 은행 영업시간에 묶인 아날로그 레거시 머니에 머물러 있다”며 “결제 레이어가 바뀌지 않으면 금융 혁신은 반쪽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박 상무는 스마트 컨트랙트 기반의 실시간 동시결제(DvP)를 실현하기 위해 전통 금융과 웹3 생태계를 연결하는 하이브리드 인프라인 ‘CPG(Crypto Payment Gateway)’ 기술을 소개했다.

그는 “AI 에이전트의 결제 의도 검증부터 환전, 규제 검토, 정산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하는 지능형 결제망이 STO 혁신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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