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투자형 장애인표준사업장, 의무고용 부담 새 출구로

정대연 2026. 5. 11.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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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고용부담금 8862억 돌파… 미달 사업체 8791개소 달해

지난해 고용부담금 8862억 돌파… 미달 사업체 8791개소 달해

지분투자형 표준사업장 2년 새 18배 폭증

직접 고용 한계 극복할 실무 대안으로 주목

대상·현대제철·한화 등 주요 대기업 참여 확산

사회적 책임과 비용 절감 동시 달성

[대한경제=정대연 기자]8862억원. 지난해 장애인 의무고용률 목표치를 채우지 못한 8791개 기업에 정부가 매긴 장애인 고용부담금이다. 이는 올해 LG이노텍의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를 웃도는 금액이다.

기업들을 향한 장애인 고용 압박이 거세지면서 ‘지분투자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이 실질적인 해결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정부가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단계적으로 상향함에 따라 기업들이 지불해야 할 고용부담금 규모가 천문학적으로 불어나자, 직접 고용의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지분 투자라는 우회로를 통해 사회적 책임과 경영 효율성을 동시에 꾀하는 모습이다.

10일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따르면 현행법에 따라 의무고용률을 충족하지 못하면 미달 인원만큼 과징금이 징수되는데, 최근 5년간 국내 기업들이 납부한 부담금 총액은 4조1639억원에 육박한다.

기업들이 막대한 비용을 감수하면서도 고용을 주저하는 가장 큰 원인은 직무 적합성 때문이다. 제조업이나 IT 등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거나 위험도가 높은 현장의 경우 장애인에게 적합한 직무를 발굴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 속에서 다수의 기업이 표준사업장에 출자하고 지분만큼 고용 인원을 인정받는 지분투자형 모델은 현실적인 돌파구가 되고 있다.

지분투자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은 2023년 단 2곳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12월 기준 37곳으로 2년 만에 18배나 폭증했다. 이 제도는 기업이 사업장에 출자한 비율만큼 해당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장애인을 자사 고용 인원으로 인정받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100명의 장애인이 근무하는 사업장에 A기업이 10%의 지분을 투자하면 A기업은 10명을 직접 고용한 것과 동일한 법적 효력을 얻는다.

최근 식품 대기업 대상은 ‘올모(OLMO) 남서울’에 다섯 번째 지분 투자를 결정하며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대상이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이 회사의 장애인 고용률은 의무치인 3.1%의 34% 수준에 머물렀다. 이 경우 약 19억원의 부담금을 지출해야 하지만 지분 출자를 통해 장애인 26명의 고용을 인정받으면 부담금이 약 13억 원 규모로 대폭 절감된다. 현재 대상은 올모 5개 사업장 지분 투자로 70여명의 장애인 고용 효과를 보고 있다.

현재 올모에는 대상을 비롯해 수협은행, 현대제철, 한화, 광동제약 등 31개 기업이 참여해 280여 명의 발달장애인 작가를 후원하고 있다. 또 다른 모델인 ‘브라보비버’ 역시 매일유업, 카카오뱅크, KB증권 등 42개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지분투자형 모델의 확산세는 향후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정부가 민간기업의 의무고용률을 2026년 3.1%에서 2029년 3.5%까지 단계적으로 높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역시 현재 3.8%에서 4.0%로 상향 조정될 예정이다.

올모는 기업들의 투자 문의가 쇄도함에 따라 올해 수원 등지에 추가 사업장을 개설하며 외연을 확장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직무 특성상 장애인 직접 배치가 어려운 업종에 지분투자형 모델은 고용 부담을 덜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카드”라며 “단순한 과징금 납부에서 벗어나 장애인 예술가나 숙련공을 간접 지원하는 방식의 고용 문화가 산업계 전반에 정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대연 기자 k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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