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인사이트] 비규제라고 다 오르지 않는다, 핵심은 서울 접근성
[비즈한국] 전·월세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 단순히 시장에 나온 매물 수가 줄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구조적으로 사라졌다. 임대사업자 제도가 흔들린 이후 임대 공급의 동력은 약해졌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이어지고 있으며, 종합부동산세의 칼날도 무뎌질 기미가 없다.

문제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정부의 정책 방향은 한층 더 분명해지고 있다. 규제지역에 대해서는 대출, 세금, 거래 조건 전반에 걸친 추가 규제가 예고되고 있다. 서울 핵심 자치구와 일부 수도권 핵심 지역에 적용되는 빗장은 더 강하게 잠길 가능성이 높다.
LTV·DSR 추가 강화,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자금조달계획서 정밀 심사, 다주택자 추가 과세까지 모든 카드가 이미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 종료, 6월 1일 보유세 과세기준일 같은 정책 변곡점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 또한 시장의 긴장을 한층 더 끌어올리고 있다.
#수요는 사라지지 않는다, 흐름을 바꿀 뿐이다
시장은 기계적으로 움직인다. 규제가 강해진다고 해서 사람들이 집을 안 사거나, 살 곳을 찾는 수요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수요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갈 곳을 바꿀 뿐이다. 규제지역에서 막힌 수요는 비규제지역으로 흘러간다. 이것은 가설이 아니라 지난 20년 동안 한국 부동산 정책 사이클이 매번 입증해 온 법칙이다.
8·31, 11·3, 8·2, 9·13, 12·16, 6·17, 7·10 등 모든 규제는 시차를 두고 비규제지역의 가격을 끌어올렸다. 정책 입안자들이 이를 모를 리 없다. 알면서도 이 흐름을 막지 못한다는 것, 그것이 한국 부동산 시장의 본질이다.
비규제지역이라고 사정이 다른 것도 아니다. 비규제지역도 전·월세 매물이 없다. 임대 공급의 위축은 규제 여부와 무관한 전국적 현상이다. 결국 비규제지역으로 흘러든 수요는 임대시장에서도 답을 찾지 못한다. 임대 매물이 없으면, 시장은 한 가지 선택지로 수렴한다. 매매다. 전세가 사라진 자리, 월세는 너무 비싸진 자리. 보증금을 깔고 평생을 살아야 한다면 차라리 사 두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으로 사람들의 의사결정이 이동한다.
이 흐름은 이미 시작됐다. KB부동산과 한국부동산원 통계에서 수도권 비규제 핵심 권역의 매매 거래량은 작년 하반기부터 의미 있는 반등을 보이고 있다. 주간 매매가 변동률이 꾸준히 플러스로 돌아선 지역도 늘어나고 있다. 매매가가 움직이기 전에 전세가가 먼저 움직였고, 전세가가 움직이고 나면 매매가가 따라간다. 한국 부동산 시장의 가장 오래된 법칙이 다시 한번 작동하고 있다.
#비규제라고 다 오르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비규제지역으로 수요가 쏠린다는 전망이 곧 “비규제지역은 다 오른다”는 결론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그것은 가장 위험한 오독이다.
비규제지역의 본질을 냉정히 보자. 정부가 규제를 풀어둔 이유는 분명하다. 가격 상승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자체 인구가 줄고 있거나, 산업 기반이 취약하거나, 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곳이 대부분 비규제지역으로 남아 있다. 다시 말해, 비규제지역의 상당수는 그곳 자체로는 강한 매수 수요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지역이다.
그러면 어떤 비규제지역이 오를 수 있는가. 답은 단순하다. 자체 수요가 부족하더라도 외부 수요를 끌어올 수 있는 곳이다. 외부 수요란 결국 서울이다. 더 정확히는 서울의 핵심 일자리다. 강남, 여의도, 광화문, 판교, 마곡, 가산·구로디지털단지. 이 일자리 권역으로 60분 안에 도달할 수 있는 비규제지역이라야 의미가 있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해야 한다. 출퇴근만 가능해서는 부족하다. 사람들은 집과 직장 사이에 자신의 삶을 채워줄 인프라를 원한다. 학교, 학원, 병원, 마트, 백화점, 공원, 도서관, 카페, 식당. 이 일상의 인프라가 빈약하면 사람들은 그 도시에 정착하지 않는다. 잠만 자고 떠나는 베드타운으로 머무는 도시는 가격 상승에 한계가 분명하다. 출퇴근의 편리함, 생활 인프라, 교육 환경, 상권, 그리고 도시의 인문학적 격(格). 이 다섯 가지를 모두 갖춘 비규제 핵심 입지만이 진짜다.
이 기준을 통과하는 곳이 어디인가. 다음 여섯 권역을 지금부터 깊이 들여다봐야 한다.
첫째, 화성이다. 화성은 단순한 ‘경기 남부 외곽’이 아니다. 삼성 반도체 클러스터, 현대차·기아 R&D 거점, 그리고 용인·평택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반도체 메가클러스터의 한복판에 화성이 있다. 동탄을 넘어 봉담·향남, 새롭게 부상하는 만세구 권역까지, 화성은 일자리가 도시 안으로 들어오는 매우 드문 비규제 도시다. 자체 수요만으로도 강하다. 여기에 SRT와 GTX-A로 서울 강남권 접근성까지 확보한다. 자체 수요와 외부 수요를 동시에 갖춘, 한국에서도 손에 꼽히는 케이스다.
둘째, 고양 덕양구다. GTX-A 창릉역이 들어서고, 은평구와 직접 맞닿아 있으며, 6호선·3호선·경의중앙선이 입체적으로 연계된다. 서울 도심까지의 실거주 관점 접근성에서 덕양구를 능가할 비규제 후보군은 많지 않다. 향동, 원흥, 삼송, 지축, 그리고 창릉 3기 신도시까지 이어지는 라인은 사실상 서울 서북권의 자연스러운 확장판이다.
셋째, 구리시다. 8호선 별내선 연장으로 잠실까지의 도달 시간이 극적으로 단축됐다. 강남 핵심 일자리 권역의 동쪽 관문이 곧 구리다. 한강과 아차산이라는 자연 환경, 갈매·인창·교문동의 정비된 상권. 인구 규모는 작지만 입지의 질만큼은 결코 작지 않은 도시다. 작은 도시일수록 핵심 입지의 희소성이 더 부각되는 법이다.
넷째, 남양주다. 다산, 별내, 진접, 화도까지. 8호선 별내선과 9호선 연장, GTX-B가 동시에 진입하는 보기 드문 광역교통 호재 집중 지역이다. 다만 남양주는 권역별 차별화가 극심하다. 다산과 별내의 핵심 입지에 철저히 집중해야 한다. 외곽으로 갈수록 서울 출퇴근 메리트는 빠르게 사라진다. 같은 남양주라는 행정구역 안에서도 가격의 운명은 갈린다.
다섯째, 의정부다. 1호선, 7호선 연장(장암~탑석), 그리고 GTX-C까지 의정부는 서울 동북권의 마지막 비규제 관문이다. 의정부역 인근 정비사업이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 노원·도봉의 가격 부담을 견디지 못한 수요가 자연스럽게 의정부로 흘러내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섯째, 부천이다. GTX-B, 7호선, 1호선이 모두 통과하는 부천은 사실상 서울 서남권 그 자체다. 중동·상동의 정비된 인프라, 부천역과 송내역 일대의 상권, 옥길·역곡 권역의 정비사업까지. 서울과 인천 사이에 있다는 점이 약점이 아니라 강점이 되는 도시다. 양쪽 도시의 일자리를 모두 흡수할 수 있는 위치, 이 자체가 부천의 가장 큰 자산이다.
#지금이 결정의 시간이다
규제지역은 더 강한 규제 앞에 서 있다. 대출은 더 막힐 것이고, 세금은 더 무거워질 것이며, 거래는 더 까다로워질 것이다. 그리고 임대시장에는 매물이 없다. 이 두 가지 조건은 비규제 핵심 입지로의 수요 이동을 강제한다. 강제된 수요는 매매로 전환되고, 매매 전환은 가격을 밀어 올린다. 시장의 작동 원리가 이렇게 명확한 시기는 흔치 않다.
지금부터 살펴봐야 한다. 가격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때는 이미 늦다. 시장은 항상 정책보다 빨리 움직이고, 데이터는 시장보다 늦게 도착한다. 대중이 데이터를 확인하고 움직이기 시작할 때, 빠르게 판단한 사람들은 이미 자리를 잡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 늘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화성, 고양 덕양, 구리, 남양주, 의정부, 부천. 이 여섯 권역의 핵심 입지를 다시 깊이 들여다봐야 할 시간이다. ‘비규제’라는 라벨이 아니라, 그 라벨 뒤에 숨어 있는 입지의 본질을 보자. 일자리, 교통, 인프라, 교육, 상권, 그리고 도시의 격(格). 이 모든 조건을 통과하는 곳이라야 진짜다. 그리고 그런 곳은 의외로 많지 않다. 지금이 그 자리를 잡을 시간이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와 유튜브 ‘스튜TV’를 운영·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3040 부린이 처음 부동산 투자(2026)’ ‘다시쓰는 대한민국 부동산 사용 설명서(2025)’ ‘경기도 부동산의 힘(2024)’ ‘서울 부동산 절대원칙(2023)’ ‘인천 부동산의 미래(2022)’ ‘김학렬의 부동산 투자 절대원칙(2022)’ ‘대한민국 부동산 미래지도(2021)’ ‘이제부터는 오를 곳만 오른다(2020)’ 등이 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writer@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