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적 근거조차 없는 삼성전자 성과급 논란... "노동의 한계생산가치 만큼은 요구할 수 있어"

최근 삼성전자를 둘러싼 성과급 논란이 단순한 노사 갈등을 넘어 사회적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반도체 업황 회복에 따른 기록적인 이익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를 두고 노사는 ‘역대급 파업’까지 거론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논의는 정교한 경제적 기준보다는 “더 달라”는 노측과 “그만큼은 못 준다”는 사측의 감정적 대치에 가깝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사태가 향후 대한민국 제조업 전반의 보상 체계에 중대한 선례가 될 수 있는 만큼, 국가 경쟁력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합리적인 경제학적 기준 정립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갈등의 본질: 성과급은 ‘유인’인가 ‘사후 정산’인가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 논란의 핵심을 “성과급을 무엇으로 볼 것인가”의 차이로 설명한다. 사측은 성과급을 인센티브로 본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을 통해 창출한 경제적 부가가치, 즉 다른 사업을 했더라도 얻을 수 있었을 통상 이익을 초과한 부분에 대해 일정 비율을 보상한다는 논리다. 삼성전자의 OPI가 EVA, 즉 경제적 부가가치를 기준으로 설계된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사측이 고수하는 경제적 부가가치 기준이 노동자들에게는 불투명하게 다가온다. 노측의 시각에서는 성과급을 사후 정산의 성격으로 바라보고 있다. 작년 연봉 협상 당시에는 올해 반도체 가격 급등과 영업이익 폭증을 충분히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제 발생한 성과에 노동자들의 기여분을 다시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제학적으로 인센티브는 이미 고용 계약에 따른 임금은 지급됐기 때문에 법적 의무는 종료됐지만 노동자가 100% 이상의 역량을 발휘하게 만드는 유인 기제이자, 유능한 고급 인력 유출을 방지하는 수단이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가 설정한 초과 이익을 달성할 경우 지급한다. 반면 노조의 요구는 사후 정산의 개념과 유사하다. 작년 연봉 협상 당시 예측하지 못했던 폭발적 이익이 발생했기 때문에 실제 기여도에 비해 낮게 책정된 임금을 나중에 보전받는 성격으로 보인다는 해석이다.
건설적 논의를 위한 경제학적 기준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노조의 과욕”이라거나 “회사가 더 줘야 한다”는 감정적 훈수가 아니다. 노사가 공유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경제학적 기준들이다. 송 교수는 몇 가지 기준을 제안했다.
성과급 상한선: 노동의 한계생산가치
노동경제학에는 노동의 한계생산가치라는 개념이 있다. 근로자를 한 명 더 고용했을 때 기업이 추가로 얻는 수입이 임금 결정의 이론적 근거가 된다는 것이다. 노동의 한계생산가치란 노동자 한 명을 더 고용했을 때 늘어나는 수입(생산량 x 가격)이다. 송 교수는 이 개념이 노동자들이 주장할 수 있는 성과급의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올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이익 증가가 노동자의 생산성이 갑자기 세 배로 높아져서 발생한 것이 아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 AI 수요 폭증, 공급 부족이라는 외부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이 경우 노동자의 한계생산가치가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그 상승분을 전부 노동자의 몫으로 볼 수는 없다. 다만, 가격이 오른 만큼 한계생산가치가 높아진 부분에 대해서는 노동자들도 회사에 요구할 근거가 된다는 설명이다.
송 교수는 이를 근거로 대략적으로 계산할 경우, 삼성전자의 연간 인건비는 대략 10조원으로, 제품 가격 상승이 평균 3배 정도 올랐다고 가정할 경우 노동의 한계생산가치가 30조원이 되기 때문에 노동자는 약 20조원의 성과급을 요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적자가 발생할 경우 노동자들이 급여를 반납하지는 않기 때문에 20조원보다 조금 낮은 수준에서 협의하는 방식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송 교수에 따르면 한계생산가치 상승분이 노동자 요구의 이론적 상한선이다. 다만 메모리 산업은 사이클이 큰 산업이다. 호황기에는 이익이 폭증하지만 불황기에는 급감한다. 따라서 성과급도 단기 이익을 전부 나누는 방식보다 산업 사이클을 감안해 평탄화할 필요가 있다. 일부는 근로자 보상으로, 일부는 미래 투자와 연구개발, 공급망 안정에 남겨두는 방식이 더 지속 가능하다는 뜻이다. 반도체 가격이 떨어질 때 노동자가 임금을 반납하지 않는다면, 가격 상승기에만 이익을 모두 나눠 달라는 요구는 경제학적으로 일관성을 갖기 어렵다.
분배의 분모: 영업이익 아닌, ‘세후 잉여’
기준을 무엇으로 삼을지도 중요하다. 노조는 영업이익 15%를 기준으로 요구한다. 하지만 배당은 법인세를 낸 뒤의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결정되고, 미래 투자와 유보도 이 잉여에서 충당된다. 송 교수는 “배당은 순이익 기준, 성과급은 영업이익 기준”처럼 서로 다른 분모를 쓰면, 노조가 사실상 주주보다 우선순위가 높은 선배당권을 요구하는 구조가 되기 때문에 기준을 맞추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때 성과급은 인건비로 처리되면서 법인세 절감 효과를 발생시킨다. 따라서 노조는 “회사와 주주가 부담해야 할 법인세를 일부 줄여주는 만큼, 세금 절감분을 포함한 범위에서 정률 배분을 논의하자”는 식으로 보다 정교한 협상안을 제시할 여지가 있다.
보상 방식의 다변화와 구간형 성과 공유제
거액의 현금 성과급은 거의 절반에 가까운 소득세 부담을 낳는다. 따라서 이를 당장으로 현금으로 받기보다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나 퇴직연금 적립 등 이연 보상 방식을 통해 노동자들에게 절세 유인을 주는 방법도 논의를 진전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이는 기업의 장기 성과와 노동자의 이익을 연결하며, 세계 혜택과 자산 형성 측면에서도 노동자에 유리할 수 있다.
전액 현금으로 수령할 경우 6~7억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소득세 최고세율을 적용받기 때문에 실제 손에 쥐는 금액은 절반에 불과할 수도 있다. 반면 일부를 장기 주식 보상으로 전환할 경우, 높은 세 부담을 일부 피하고 기업의 장기 성과를 기업과 노동자가 공유할 수 있다. 다만 세법상 RSU는 부여 시점에 근로소득세를 부과하기 때문에 장기 보상과 세부담 간 불일치가 발생한다. 따라서 제도 개선 논의도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구간형 성과 공유제도 논의해 볼 여지가 있다. 이익이 발생하기 시작하는 초기에는 미래를 위한 R&D 재원을 우선 확보하고, 이익이 일정 궤도에 올랐을 때 노동자의 분배 비율을 높이는 슬라이딩 스케일 방식이다. 송 교수는 이와 같은 다양한 제도의 도입이 메모리 산업의 특수성인 호황과 불황이라는 사이클 가운데 임금과 성과급을 평탄화해 파업 유인을 줄이면서, 노동자의 적절한 보상을 도모하는 현실적 절충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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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기사는 삼프로TV 인터뷰 방송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더욱 정확한 풍성한 내용은 방송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