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50조 국민성장펀드, 투자 심사 절반이 이해 충돌…수익률 목표도 없었다
위원장 5명 중 2명 회피 신청…민간위원 선정도 ‘깜깜이’
(시사저널=김현지 기자)
이재명 정부가 야심 차게 내놓은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가 출범 초기부터 '깜깜이' 심사 논란에 휩싸였다. 투자 심사위원 일부가 투자 대상 기업과 직간접적으로 얽힌 이해충돌 당사자였고, 펀드의 핵심인 수익률 목표조차 설정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이 성장의 과실을 함께 누린다"는 취지와는 달리, 공적 자금이 투명한 기준 없이 집행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투심 회의 8차례 중 4차례 이해충돌 회피 신청
시사저널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4월17일 기준 국민성장펀드 추진 상황 관련 한국산업은행 답변서, 비공개 회의록 등 자료를 확보해 전수조사했다. 그 결과 이해충돌로 인한 회피 신청은 국민성장펀드 투자심의위원회(이하 투심위) 전체 8차례 회의 중 절반인 4차례에 달했다. 특히 회의를 이끄는 소위원회(분과)별 위원장 5명 중 2명은 이해충돌 문제에 휩싸였다.
#1. 3월13일 한국산업은행 별관 8층. 투심위 인공지능(AI)·로봇 분과는 이날 4차 회의를 열고 기업 투자 안건을 다뤘다. 위원장을 포함한 전체 위원 9명 중 7명만 자리했다. AI·로봇 분과위원장과 다른 위원 1명이 회의를 회피했기 때문이다. 위원장의 부재 속에서 위원들은 '의안 제4호 네이버 세종 AI 데이터센터 증설 및 GPU 도입 사업 대출 지원' 안건을 처리했다. 이들은 네이버 측을 상대로 'AI 생태계 조성 방법 및 밸류체인 강화 계획' 등을 물은 뒤 만장일치로 원안을 가결시켰다. 이로부터 한 달 후인 4월10일에도 AI·로봇 분과위원장 등 2명은 이해충돌 문제를 이유로 회의에 불참했다. 나머지 위원들은 네이버 사업 관련 대출 지원 조건을 변경하는 원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명확한 회피 사유는 물론 대출 조건 변경 배경 등의 내용은 회의록에 없었다.
#2. 국민성장펀드 투심위에는 AI·로봇 외에도 4개 분과가 더 있다. 에너지·인프라, 바이오·콘텐츠, 반도체·디스플레이, 모빌리티·방산 등이다. 문제는 이곳에서도 투자 안건을 심사하는 위원들의 이해충돌 문제가 반복됐다는 사실이다. 바이오·콘텐츠 분과와 모빌리티·방산 분과 회의가 동시에 열린 4월16일의 상황이 그랬다. 두 회의 모두 위원 전원이 참석하지 않은 채 진행됐다. 바이오·콘텐츠 분과 위원은 '에스티젠바이오 바이오시밀러 생산공장 증축 대출 지원' 사업과, 모빌리티·방산 분과 위원장은 '퓨처그라프 구형 흑연 제조공장 구축 대출 지원' 사업과 관련해 이해충돌 문제가 있다는 게 이유였다. 이를 포함해 4월17일까지 8차례 열린 투자심사 회의에서 안건에 이의를 제기한 위원은 한 명도 없다.
이재명 정부의 핵심 정책인 국민성장펀드는 정부가 첨단 기업에 투자하고 성과를 국민과 나눈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펀드 운용 구조(첨단전략산업기금 관리규정)를 살펴보면, 국민성장펀드 재원은 첨단전략산업기금(산업은행 운용)과 민간·국민자금(간접투자 펀드) 두 가지다. 정부 보증 채권으로 조성한 공적자금 75조원, 민간·국민 자금 75조원 등 150조원을 5년간 첨단 전략 산업에 투입한다는 것이다. 투자 방식은 직접 지분투자(15조원), 간접 지분투자(35조원), 인프라 투·융자(50조원), 초저금리 대출(50조원) 등이다. 기업이 자금 지원을 신청하면 국민성장펀드 사무국이 예비 검토를 한 후, 분과별 투심위가 기술성·사업성·정책 부합 여부를 심의해 투자를 결정한다. 이번 문제는 투자 대상을 심사하는 초기 단계부터 벌어진 것이다.
이러한 이해충돌 논란은 위원 위촉 단계에서 검증이 가능하지 않았냐는 의문이 나온다. 산업은행 회의 자료를 살펴보면, 이미 2025년 12월18일 첨단전략산업기금운용심의위(이하 운용심의위)에서 '1차 메가 프로젝트 검토 리스트'가 상정됐다. 이후 올해 1월13일과 1월29일 차례로 5개 분과 위원들이 위촉됐다. 모두 외부 민간 전문가들이다. 선정된 배경은 비공개됐다. 정보공개법상 입찰계약·기술 개발 등 관련 사항이나 의사결정 과정상 공정성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 위원들의 사생활 침해 가능성 등이 우려된다는 게 이유다. 선정된 지 2~3개월 만에 이해충돌로 빠진 위원장 2명의 선정 배경은 물론 구체적인 회피 사유까지 모두 비공개에 부쳐졌다.
산은 "수익성 예단하거나 목표 관리 않을 것"
'깜깜이' 심사가 속전속결로 이뤄진 반면, 국민성장펀드 성과관리계획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목표수익률도 없다. 산업은행이 4월22일 국회 답변서에서 밝힌 내용은 이렇다.
"초기 지원 프로젝트는 중소·중견, 전후방 기업 등 해당 산업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 제고, 지역경제 성장 및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딜을 우선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수익성뿐만 아니라 산업 내 파급효과가 큰 메가 프로젝트 등을 중심으로 적극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만큼 수익성을 예단하거나 목표 지표로 관리하지는 않을 예정이다."
산업은행 측은 이 의원실에 전체 목표수익률이 없는 이유에 대해 "사실상 펀드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산업은행이 직접 투자를 한 적이 없어 목표수익률 관련 기초 자료가 없다"며 "실제 펀드라고 볼 수 있는 건 35조원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특히 "저리 융자·대출 사업의 경우 적자를 각오하고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25년 12월18일 운용심의위에서는 산업은행의 출연금에 정부 재정이 투입되느냐는 질문이 나왔고, "산업은행 출연금은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된 이익이 재원이고, 영업적자 발생 시 산업은행법에 규정된 대로 한국은행 및 타 금융기관 차입 등이 가능하다"는 답변이 공유됐다. 산업은행이 손해를 보면 중앙은행인 한국은행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의미다. 은행과 국민의 돈으로 선심성 투자를 하고, 수익률 관리 없이 정부 예산처럼 활용한다는 의구심이 나온 배경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2월26일 '국민성장펀드의 슬기로운 운영 방안'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지원 대상 선정 과정과 결과 등의 투명한 공개가 검토돼야 한다"고 제언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위원회는 모집액 6000억원의 국민참여형 펀드를 5월22일부터 6월11일까지 판매한다고 5월6일 밝혔다. 정부가 국민 자금을 모아 첨단 전략 산업에 투자하는 펀드다. 원금 손실 시 최대 20%까지 정부가 우선 부담하고, 수익은 투자자가 먼저 가져가는 구조다. '1호 사업' 신안우이 해상풍력(전남·7500억원)을 시작으로 이수스페셜티케미컬 전고체 배터리 소재 공장 저리대출(울산·1000억원 이상), 삼성전자 평택 5공장 AI 반도체 생산기지 저리대출(경기·2조5000억원), 네이버 AI 데이터센터 증설 저리대출(세종·4000억원) 등 투자 결정이 최근까지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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