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바닷물서 번성하는 '식인 박테리아'...온난화로 점점 북상

김나윤 2026. 5. 11. 12:05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출처=언스플래시)

따뜻한 해역에서 번성하던 '식인 박테리아'로 불리는 '비브리오균 불니피쿠스'가 지구온난화로 바닷물 온도가 상승하면서 점점 북상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현재 미국 동부 해안이 수온 상승으로 비브리오균이 점점 위쪽으로 확산되면서 감염 위험을 높이고 있다. 따뜻한 바닷물에서 잘 자라는 해양 세균인 비브리오균은 플랑크톤과 조류에 붙어 떠다니며, 굴이나 조개처럼 바닷물을 여과해 먹이를 얻는 생물에 축적되기도 한다.

비브리오균은 70여종 정도가 있으며, 이 가운데 일부 종은 사람에게 식중독이나 감염을 일으켜 드물게는 사망에 이르게 만든다. 주로 균에 오염된 굴·조개류를 날것으로 먹거나 상처가 있는 상태로 바닷물에 들어가면 감염된다.

특히 위험한 종은 '비브리오 불니피쿠스'다. 이 균은 피부의 작은 상처를 통해 침투한다. 감염이 빠르게 진행되면 상처 부위가 멍들고 붓고 조직이 괴사할 수 있다. 항생제 치료가 지연될 경우 패혈성 쇼크로 사망할 수 있다. 간 질환자, 면역저하자, 당뇨병 환자, 고령층은 감염 위험이 더 높다.

미국에서는 매년 약 8만건의 비브리오 패혈증이 발생하고, 이 중 약 100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부분의 감염은 비브리오 파라헤몰리티쿠스에 의한 식중독 형태지만 사망의 상당수는 비브리오 불니피쿠스가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비브리오 불니피쿠스 감염은 연간 150~200건 정도로 드문 편이지만, 감염 속도가 매우 빠르고 치명률이 15~50%에 이른다.

그런데 바닷물 온도가 상승하면서 이 균의 서식환경이 넓어지고 있다. 비브리오균은 수온이 약 15.5℃를 넘으면 활발해지며, 수온이 오를수록 더 빠르게 증식한다. 과거에는 너무 차가워 번성하기 어려웠던 온대 해역에서 비브리오균이 서식하는 것이 자주 관측되고 있다.

미국 동부 해역의 가장 윗쪽에 위치한 메인(Maine)주까지 이 균이 북상한 것이 확인됐다. 2023년 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감염 발생 지역이 1998년 이후 매년 약 48㎞씩 북상 중이다. 이대로 가면 2050년대에 이르면 미국 동부 연안 대부분이 비브리오균 위험지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고령 인구 증가까지 맞물리면 감염 사례는 2배까지 폭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홍수나 폭염 등 기상재해가 균을 확산시키면서 피해를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허리케인이나 해양폭염 등이 바닷물을 내륙으로 밀고 들어가면서 균도 같이 확산된다는 것이다. 플로리다주 보건당국은 2022년과 2024년 대형 허리케인이 발생한 시기에 비브리오 불니피쿠스 상처 감염으로 각각 17명, 19명이 사망했다고 보고했다. 2023년 여름 기록적 폭염이 발생했을 당시에는 노스캐롤라이나주, 뉴욕주, 코네티컷주에서도 소규모 감염 집단이 확인됐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해안 수온이 상승하면서 비브리오 불니피쿠스 감염은 더 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어민들의 생계 문제 등을 이유로 그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다. 비브리오균 관련 보도가 굴·조개 소비를 크게 낮춘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들은 균 감염 상당수가 해산물 섭취보다 해수욕 중 상처 노출로 발생한다는 주장을 펼치지만, 해산물 섭취로 감염되는 경우가 더 치명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CDC가 최근 5년간 집계한 비브리오 불니피쿠스 감염 사례에 따르면 해산물 섭취 감염에 따른 사망률은 32%로 비식품성 감염의 사망률 13%보다 훨씬 높았다.

기본적인 예방책은 상처가 있으면 따뜻한 바다에 들어가지 않고, 굴과 조개류는 충분히 익혀 먹고, 해산물은 수확 후 빠르게 냉장하는 것이다. 다만 개개인이 조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미국에서만 매년 약 25억개의 굴이 소비되고, 이 중 절반은 날것으로 먹는다. 또 바다에 들어갈 때는 상처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모든 사람이 자신과 해역의 상태를 정확히 판단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비브리오균이 드물지만 치명적인 만큼 해수욕객과 의료기관, 업계 모두가 기후변화에 따른 위험 변화를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