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핀, 물 싫어한다…10년 논쟁에 AI가 마침표

이병구 기자 2026. 5. 11.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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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C) 원자 한 층으로 이뤄진 2차원 물질 그래핀이 물을 밀어내는 소수성 물질이라는 사실이 규명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조민행 분자 분광학 및 동역학 연구단장과 슈테판 링에 고려대 화학과 교수팀이 인공지능(AI) 기반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순수한 그래핀이 본질적으로 소수성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11일 밝혔다.

연구팀은 기존 그래핀 소수성·친수성 실험 결과 불일치의 원인이 그래핀과 기판 사이에 갇힌 물 분자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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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C) 원자 한 층으로 이뤄진 2차원 물질 그래핀은 강도와 전기적 특성이 뛰어나 다양한 분야에서 주목받는 소재다. 게티이미지뱅크

탄소(C) 원자 한 층으로 이뤄진 2차원 물질 그래핀이 물을 밀어내는 소수성 물질이라는 사실이 규명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조민행 분자 분광학 및 동역학 연구단장과 슈테판 링에 고려대 화학과 교수팀이 인공지능(AI) 기반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순수한 그래핀이 본질적으로 소수성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11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4월 2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공개됐다.

그래핀은 강도와 전기적 특성이 뛰어나 다양한 분야에서 주목받는 소재다. 그래핀이 물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두고 그동안 학계에서 10년 이상 논쟁이 이어졌다.

일부 실험에서는 물이 그래핀 표면에서 방울처럼 맺히며 소수성 특징을 보였고 다른 실험에서는 물이 잘 퍼지는 친수성을 나타냈다. 이 때문에 그래핀 아래 놓인 기판의 성질에 따라 소수성과 친수성이 결정된다는 '젖음 투명성' 가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연구팀은 머신러닝 기반 분자동역학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그래핀-물 계면을 원자 수준에서 정밀하게 분석했다. 결함이 없는 순수 그래핀 표면 근처의 물 분자들은 소수성 표면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특징인 '돌출형(dangling) O-H' 결합이 나타났다.

물 분자는 산소(O) 원자 하나와 수소(H) 원자 2개의 결합으로 이뤄졌다. 돌출형 O-H 결합은 산소와 수소 사이의 결합 부위가 표면의 바깥쪽을 바라보는 상태다. 그래핀 층수가 증가할수록 소수성이 뚜렷해졌다.

연구팀은 기존 그래핀 소수성·친수성 실험 결과 불일치의 원인이 그래핀과 기판 사이에 갇힌 물 분자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친수성 기판 위에 놓인 단일층 그래핀은 공기 중에 있는 수증기 형태의 물 분자가 그래핀 아래로 쉽게 침투해 기판과 그래핀 사이에 얇은 층을 형성한다.

분광 분석에서 그래핀 위의 물과 그래핀 아래에 갇힌 물의 신호가 동시에 측정되면 신호가 일부 상쇄되면서 그래핀이 마치 친수성처럼 보이는 결과가 나타난다.

그래핀 층이 두꺼워질수록 물이 그래핀 아래로 침투하는 것이 불리해지면서 물 분자의 갇힘 현상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다층 그래핀에서는 그래핀의 본질인 소수성이 그대로 잘 드러나는 이유다. 단일층과 다층 그래핀이 서로 다른 특성을 보인 기존 실험 결과를 통합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그래핀의 소수성을 규명한 이번 성과는 나노 유체 소자, 담수화 막, 에너지 저장장치, 수소 연료전지 등 그래핀이 쓰이는 다양한 응용 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매우 얇은 물 분자층도 그래핀 계면 특성을 크게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소자 설계 시 핵심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조 단장은 "그래핀-물 계면에서 나타나는 상반된 실험 결과의 원인을 명확히 규명했다"며 "그래핀 아래 존재하는 물의 역할을 밝혀 그래핀의 본질적인 습윤성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 doi.org/10.1038/s41467-026-71053-3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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