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킨텍스서 ‘하늘길 예행연습’…UAM 상용화 ‘박차’
버티포트·터미널·정비시설 갖춘 실전형 시험 거점
김포공항·수색·대덕비행장 잇는 수도권 노선 검증
공항 접근·MICE 관광·응급 대응 활용 가능성 주목
안전성·소음·요금·시민 수용성은 상용화 전 과제

고양특례시가 킨텍스 일대를 중심으로 한국형 도심항공교통, K-UAM 인프라 구축을 본격화하며 수도권 '하늘길'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 '실증'이란 무엇인가…상용화 전 실제 환경에서 미리 시험하는 단계
이번 사업의 핵심은 '실증'이다. 실증은 기업과 기관이 개발한 기술이나 제품을 실제 환경과 비슷한 조건에서 시험해보고, 안전성과 성능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쉽게 말해 시민들이 이용하기 전, 실제 도시 하늘에서 운항이 가능한지 미리 검증하는 '상용화 전 예행연습'이다.
도심항공교통은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전기항공기, 즉 eVTOL을 활용해 도심 상공을 이동하는 차세대 교통수단이다. 흔히 '하늘택시'로 불리지만, 곧바로 시민들이 타는 단계로 넘어갈 수는 없다. 기체가 안전한지, 어디서 뜨고 내릴지, 관제는 어떻게 할지, 비상 상황에는 어떻게 대응할지 등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고양시가 킨텍스 일대에 조성하는 K-UAM 실증센터는 바로 이 과정을 담당하는 '하늘길 테스트베드'다. 새로운 교통수단을 실제 도시 환경에서 시험하고, 상용화에 필요한 기준과 운영 방식을 검증하는 시설인 셈이다.
시는 지난 3월 국토교통부와 K-UAM 부지사용 등 업무협약을 맺고 킨텍스 2단계 계획 H1 지역 약 1만5천㎡ 부지에 K-UAM 실증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 킨텍스에 들어서는 버티포트, '하늘택시 정류장' 역할
실증센터의 핵심 시설은 버티포트다. 버티포트는 UAM 기체가 수직으로 뜨고 내리는 공간으로, 시민 입장에서는 '하늘택시 정류장' 또는 '도심형 소형 공항'에 가깝다.
고양시에 조성되는 실증센터에는 버티포트를 비롯해 여객터미널, 격납고, 운항 통제시설, 정비시설 등이 단계적으로 들어설 예정이다. 단순히 이착륙장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승객 탑승 절차부터 기체 보관, 정비, 관제, 비상 대응까지 실제 운항에 필요한 전 과정을 시험하는 구조다.
시는 올해 안에 이착륙장을 먼저 구축해 도심 운항 안정성 검증에 들어가고, 내년까지 여객터미널과 정비시설 등을 갖춰 종합 버티포트 형태로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번 실증센터는 올해 제정된 버티포트 설계기준을 적용한 국내 첫 사례로 알려졌다. 향후 고양 킨텍스 모델이 한국형 버티포트의 표준모델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 고양시가 맡은 역할은 수도권 하늘길 '실전 시험'
UAM 상용화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는 실제 도심 환경에서의 안전 검증이다. 넓은 들판에서 시험비행에 성공했다고 해서 곧바로 수도권 도심에서 운항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수도권에는 공항, 군 공역, 고층건물, 한강, 철도·도로망, 통신 인프라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기체가 안전하게 날 수 있는지뿐 아니라 기존 항공교통과 충돌하지 않는지, 전파 간섭은 없는지, 비상 상황 때 관제 대응이 가능한지까지 확인해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K-UAM 그랜드챌린지 사업을 통해 단계별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먼저 고흥 개활지에서 1단계 시험을 통해 기본 성능을 확인했고, 이후 수도권 도심 환경을 대상으로 한 2단계 시험으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고양시는 이 가운데 킨텍스~김포공항~수색비행장~대덕비행장을 연결하는 노선 검증에 참여한다. 이는 고양이 단순히 부지를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김포공항과 한강권, 서울 서북권을 잇는 수도권 UAM 네트워크의 한 축을 맡는다는 의미다.

◇ 시민 체감은 출퇴근보다 공항·행사·응급 분야부터
시민 입장에서 가장 궁금한 부분은 '언제쯤 실제로 탈 수 있느냐'와 '교통난 해소에 도움이 되느냐'다. 다만 초기 UAM은 당장 일반 시민의 출퇴근 수단으로 널리 쓰이기보다는 공항 접근, 대형 행사 방문객 이동, 응급·재난 대응 등 특정 목적의 교통수단으로 먼저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고양시는 김포공항과 인천국제공항 사이에 위치해 있고, 킨텍스를 중심으로 전시·컨벤션·공연·관광 수요가 집중되는 도시다. 대형 국제행사나 콘서트, 전시회가 열릴 때 외부 방문객을 공항과 킨텍스, 주요 거점으로 빠르게 연결하는 수단으로 UAM이 활용될 수 있다.
킨텍스 일대는 GTX-A, 자유로, 제2자유로, 지하철 3호선, 버스 환승망 등 기존 교통망과의 연계 가능성도 크다. UAM이 도입되더라도 지상 교통을 완전히 대체하는 방식이 아니라, 철도·버스·택시·자율주행 셔틀과 연결되는 복합 교통체계의 일부로 자리 잡는 것이 현실적이다.
응급의료와 재난 대응 분야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있다. 교통정체가 심한 상황에서 응급 환자 이송, 재난 현장 접근, 산불·수해 감시 등 공공서비스와 결합하면 시민 체감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
결국 고양시 UAM 정책의 성패는 하늘을 나는 교통수단을 도입했느냐보다 '시민 생활과 도시 기능에 실제 도움이 되는 서비스로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오주열(55·덕양구 화정동) 씨는 "UAM을 시민 교통정책으로 설명하려면 단순한 미래산업 홍보 차원으로만은 부족하다"며 "누구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 기존 대중교통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 시민 불편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 미래산업 기회지만, 안전성·소음·요금은 숙제
고양시는 UAM 실증 인프라를 미래 항공모빌리티 산업 생태계 확장의 발판으로 보고 있다. 킨텍스의 전시·마이스 기능, 방송영상·콘텐츠 산업, 김포공항·인천공항과의 접근성을 결합하면 연구개발, 시험비행, 서비스 검증, 기업 교류가 동시에 가능한 산업 거점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시는 관련 기업과 연구기관을 유치하고, 매년 드론·UAM 박람회를 통해 기술 전시와 산업 콘퍼런스, 기업 교류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다. 오는 11월 열릴 박람회에서도 UAM을 비롯한 미래 항공모빌리티 기술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다만 상용화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도심 상공을 비행하는 만큼 안전성 검증은 가장 중요한 전제다. 소음, 운항 시간대, 비행 경로, 사고 발생 시 책임 구조, 이용요금, 개인정보와 관제 데이터 관리 문제도 시민 수용성과 직결된다. 또한 초기에는 이용요금이 높아 일부 계층이나 특정 수요에 한정될 가능성도 있다.
고양시의 K-UAM 실증은 완성된 교통수단을 바로 도입하는 사업이 아니다. 시민들이 실제로 이용하기 전, 도시 하늘에서 안전하게 날 수 있는지 검증하는 시험 단계다. 킨텍스 일대 테스트베드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는다면 고양시는 수도권 서북부 교통축을 하늘길까지 확장하는 도시이자, 미래 항공모빌리티 산업을 선점하는 도시로 한 단계 도약할 전망이다.
유제원·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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