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반구는 내 영역이라고”…美, 안데스 산맥에 中 우주망원경 거부
美·中 패권경쟁 무대로 변질
칠레·아르헨서 잇단 설치 중단

베이징의 지구 반대편에서 중국에게 새로운 우주의 절반을 보여줄 예정이었던 이 프로젝트는 현재 전면 중단 상태다. 미국 정부가 아르헨티나 당국을 끈질기게 압박하면서 핵심 부품의 통관이 막힌 결과다.
뉴욕타임스(NYT)는 10일(현지시간) 미국과 중국 사이의 ‘스타 워즈’가 치열해지면서 남미의 밤하늘이 새로운 지정학적 갈등의 화약고로 떠올랐고 보도했다.
미국 고위 관리들은 중국이 안데스 사막의 천문학 프로젝트를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이를 저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서반구 내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해 이른바 ‘개정된 먼로 독트린’을 실행 중이라고 밝혔는데 남미 지역에서 중국이 맺고 있는 과학 및 안보 유대 관계는 이번 주 베이징에서 열릴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공식 회담에서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미국의 우주 외교전은 이미 구체적인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칠레는 미국 대사의 강력한 촉구에 따라 아타카마 사막에 건설될 예정이던 중국의 우주 천문대 프로젝트를 중단시켰다. 100개의 망원경을 설치해 소행성 등을 관측하려던 이 계획은 흔적만 남긴 채 멈췄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주칠레 미국 대사였던 버나뎃 미한은 이 프로젝트 저지를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삼았다고 회고했다. 아르헨티나 체스코 천문대의 ‘중국-아르헨티나 전파망원경(CART)’ 역시 남미 최대 규모를 자랑할 예정이었으나, 당국의 제지로 약 9개월째 핵심 부품이 세관에 묶여 있다.
망원경을 통해 먼 우주를 탐구하려던 아르헨티나 천문학자들은 졸지에 강대국 간의 정치 역학을 뼈저리게 체감하게 됐다. 천문학자 아나 마리아 파체코는 “우리는 정치적 블랙홀에 빠졌다”며 남반구의 부족한 전파망원경 인프라를 보완해줄 기회를 잃은 것에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워싱턴의 대중 강경파들이 우려하는 핵심 근거 중 하나는 2015년 중국 군부가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 네우켄주에 건설한 5000만 달러 규모의 위성 및 우주 임무 통제소다. 50년간 토지를 무상 임대한 이 기지는 아르헨티나가 중국의 궤도로 빨려 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450톤급 상징물로 여겨진다.
미국의 견제와 압박은 정권을 가리지 않고 이어졌다. 2021년 8월 제이크 설리번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아르헨티나 측에 우려를 표명한 것을 시작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역시 2025년 2월 헤라르도 베르테인 당시 외무장관과 우주 협력 문제를 논의하며 압박을 이어갔다.
급기야 미 에너지부 산하 산디아 국립연구소 전문가들이 부에노스아이레스로 파견되어 위험성을 브리핑했고, 새로운 양자 무역 협정에는 아르헨티나가 다른 국가와 우주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미국 전문가의 통제를 받아 ‘순수 민간 목적’임을 보장해야 한다는 조항까지 포함됐다.
중국 측은 즉각 반발했다. 주아르헨티나 중국 대사관은 미국이 “중국을 억압하고 봉쇄할 핑계를 찾고 있다”며 미국의 태도가 “우스꽝스럽고 유감스럽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산후안 국립대의 프로젝트 조정관인 마르셀로 세구라 등 연구진이 직접 산디아 연구소 초청에 응해 망원경이 전적으로 민간용임을 설득하려 했으나 끝내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15년 전 시작된 3200만 달러 규모의 이 거대한 프로젝트는 이제 130피트 너비의 하얀 안테나 골조만 남아 마치 거대한 해골처럼 방치되어 있다. 망원경 지하실에는 중국인 기술자들이 남기고 간 젓가락과 굴소스, 녹차 캔만이 덩그러니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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