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톡방에서 챗GPT까지…요즘 학폭은 이렇게 진화했다

이태준 기자 2026. 5. 1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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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의 무대가 교정에서 화면 속으로 이동했다.

단체대화방(단톡방) 내에서의 언어폭력과 합성사진 유포에서 시작된 변화는 최근 챗GPT 같은 생성형 AI 활용에까지 이르렀다.

문제는 디지털 공간에서의 폭력이 1차 가해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학교폭력의 무대는 운동장에서 화면 안으로, 도구는 주먹에서 챗GPT로 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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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폭행 넘어 딥페이크·SNS 조롱·AI 악용 확산
교실 밖 디지털 공간으로 옮겨간 ‘보이지 않는 가해’

(시사저널=이태준 기자)

학교폭력의 무대가 교정에서 화면 속으로 이동했다. 가해의 도구도 기술의 발전을 따라 진화했다. 단체대화방(단톡방) 내에서의 언어폭력과 합성사진 유포에서 시작된 변화는 최근 챗GPT 같은 생성형 AI 활용에까지 이르렀다.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학교폭력 전문변호사인 이지헌 법무법인 대건 변호사는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온라인 기기를 이용한 학교폭력은 확실히 늘어났다"며 "사회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따라온 변화"라고 진단했다.

통계를 보면 변화의 흐름은 더욱 분명해진다. 10일 시사저널이 교육부를 통해 확보한 최근 4년간 신종 폭력 유형 자료에 따르면, 성 관련 심의는 2021학년도 2199건에서 2024학년도 4495건으로 3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사이버 폭력 심의도 3020건에서 4534건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교육부는 성 관련 심의에 단순한 언어적 놀림부터 딥페이크를 활용한 성범죄까지 폭넓게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수치는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성범죄 건수와는 별개의 집계다.

수치의 흐름 안에서도 성별에 따른 양상은 갈린다.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여학생은 언어폭력과 따돌림, 사이버 폭력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남학생은 신체폭력의 비중이 여전히 큰 편이라는 것이 현장의 진단이다. 이 변호사는 "남학생끼리는 격투기 같은 신체 장난이 흔하지만 여학생은 드물다"며 "이러한 성별 특성이 폭력 유형의 차이로 이어지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삼삼오오 모여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학생들 ⓒ연합뉴스

"이거 너 맞지?" 피해학생 일상 무너뜨린 영상

특히 SNS는 폭력의 온상이자 확성기 역할을 한다. 단톡방에서 특정 학생을 겨냥한 뒷담화를 주고받거나 피해학생의 사진을 합성해 공유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과정에서 명예훼손이나 음란물 유포, 불법 촬영물 공유 등 성인 사회의 사이버 범죄 양상이 학생들 사이에서 그대로 재현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새학기를 맞은 교정과 가정에서는 단톡방 단속에 비상이 걸렸다. 학폭 이력이 대입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 만큼, 부모들은 자녀에게 동조도 하지 말라며 엄중히 가르치는 분위기다.

문제는 디지털 공간에서의 폭력이 1차 가해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온라인은 피해를 무한히 확산시키는 통로이자 2차 가해의 무대로도 작동한다. 최근에는 학폭 영상을 전문적으로 올리는 SNS 계정이 인기를 끌면서, 이 공간이 불법 도박 사이트 광고를 띄우는 수익 창출 도구로까지 활용되는 사례가 등장했다. 인스타그램 등에서 학폭, 맞짱 같은 키워드를 검색하면 수만 개의 게시물이 쏟아진다. 누군가의 고통이 클릭으로 환산되고, 그 클릭이 다시 광고 수익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이 구조의 끝에는 한 명의 무너진 일상이 있다. 지난해 학폭 피해를 본 A군(18)은 자신이 일방적으로 맞는 영상이 SNS에 유포된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A군은 취재진에게 "학원 친구가 영상을 보여주며 '이거 너 맞지?'라고 물었을 때의 수치심은 말로 다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가해 도구의 진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최근에는 챗GPT 같은 생성형 AI까지 동원된다. 이 변호사는 "구체적 내용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챗GPT를 이용해 피해 학생을 괴롭힌 사건이 실재한다"고 전했다. 미취학 아동까지 스마트폰을 손에 쥐는 환경에서 AI 도구에 대한 접근 문턱이 낮아진 것이 이러한 변화의 배경으로 꼽힌다.

학교폭력의 무대는 운동장에서 화면 안으로, 도구는 주먹에서 챗GPT로 진화했다. 그러나 도구가 달라졌다고 해서 가해의 무게가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 깊고 정교하게 새겨지는 흔적 앞에, 우리 사회가 내놓아야 할 답은 여전히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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