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밖 나선 K-의료관광… 지역 경제 깨우는 ‘황금알 산업’으로

김명상 2026. 5. 1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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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관광 200만 시대, 경제 효과 22조 원
피부·성형 편중 벗어나 진료 과목 다변화
韓관광공사 현지 마케팅 강화로 질적 성장
상담을 받는 외국인 의료 관광객 (사진=한국관광공사)

[헤럴드경제=김명상 기자] 고부가가치 산업의 첨병인 한국 의료관광이 병원 밖으로 나가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200만 명을 돌파하며 관광수지 개선의 핵심 동력으로 부상한 한국 의료관광은 단순 진료를 넘어 숙박·쇼핑·지역 관광 등을 결합한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해외 마케팅 강화와 지역 다변화 등을 통해 의료관광의 질적 성장을 도모하고 나아가 경제 활성화를 이끈다는 방침이다.

“일반 관광객보다 4.7배 더 쓴다”…‘효자’된 의료관광
서울 세브란스병원의 의료기기 (사진=한국관광공사)

1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방한 의료 관광객은 전년 대비 71.9% 증가한 201만1822명으로 나타났다. 의료 관광객이 200만 명을 돌파한 것은 2009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이다. 누적 실환자 수 역시 706만 명으로, 700만 고지를 넘어섰다.

국적별로는 중국(61만8973명)과 일본(약 60만 명)이 전체의 60.6%를 차지했고, 이어 대만(18만5715명), 미국(17만3363명), 태국(5만8124명) 등의 순이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전년 대비 100% 이상 성장하며 동남아 시장의 잠재력이 돋보였다.

눈에 띄는 점은 의료 관광객의 1인당 지출액은 약 775만 원으로, 일반 관광객의 4.7배에 달한다는 점이다. 평균 체류 기간 역시 7.2일로 일반 관광객보다 길다. 지난해 의료 관광객과 동반자가 국내에서 지출한 총액은 12조5000억 원으로 추산되며, 이에 따른 생산 유발효과는 22조8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의료관광이 병원 진료를 넘어 숙박, 외식, 쇼핑, 교통, 지역관광 등으로 연쇄 확산한 결과다.

의료 경쟁력은 병원의 몫이지만, 방한 의료 관광객을 늘리고, 이들의 체류가 지역 소비로 이어지게 하는 것은 한국관광공사의 역할이 크다. 공사는 ▷시장 세분화 및 타깃 마케팅 ▷융복합 상품 개발 및 다변화 ▷지역 분산 및 수용 태세 정비 등에 집중하며 ‘K-의료관광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우선 공사는 의료관광 수요를 지역 소비로 연결하기 위해 시장을 세분화했다. 중국·일본은 핵심시장, 동남아·중동은 성장시장, 몽골·러시아 등 CIS(독립국가연합) 국가는 기회 시장으로 분류하고 각국 맞춤형 전략을 적용하고 있다.

진료과목 다변화는 공통 추진 사항이다. 지난해는 피부과(62.9%)와 성형외과(11.2%)를 이용하는 의료 관광객 비중이 압도적이었지만, 향후 안과·치과·탈모치료·한방 등으로 외연을 넓히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의료서비스에 K-뷰티 체험·쇼핑, 웰니스 회복·관리 프로그램을 결합한 융복합 상품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며 “환자는 진료와 검진을 받고, 동반자는 함께 숙박하고 식사하고 명소를 방문하면서 지역 소비 확장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편중 해소는 과제…민·관 협력 강화
상담을 받고 있는 외국인 의료관광객 (사진=한국관광공사)

서울에 몰린 의료 관광객을 전국으로 분산시키는 것은 당면 과제다. 지난해 의료 관광객의 87.2%인 175만 명이 서울을 찾았다. 부산(3.8%), 경기(2.7%), 제주(2.3%) 등에도 의료 관광객이 찾긴 했으나 서울에 비해 격차가 매우 크다. 유치 등록 의료기관의 62.5%(2555개소)가 서울에 집중돼 있고, 교통·관광·의료 인프라 역시 수도권에 편중된 탓이다.

문제는 지역 의료관광이 개별 병원이나 유치기관 단독으로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데에 있다. 외국인 의료 관광객이 지역으로 이동하려면 공항 접근성, 교통 편의성, 숙박, 통역, 쇼핑, 웰니스, 지역 명소 등이 한꺼번에 어우러져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서울 쏠림 현상을 해결하고자 한국관광공사는 지난해 12월 고양특례시를 시작으로 지역 협의체 운영에 나섰다. 17개 기관이 참여해 통역, 비자, 사후관리 등 수용 태세를 공동으로 정비하고 지역 의료관광의 자생력을 높이고 있다.

김인병 고양시의료관광협회장은 “한국관광공사와의 협력은 의료관광이 서울에 집중되는 흐름을 넘어 지역이 함께 성장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한 계기”라며 “고양시의 우수한 의료 인프라를 알리고, 글로벌 의료 관광객의 다양한 수요를 반영한 신규 상품 개발의 기반도 마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역 경제 깨우는 ‘융복합’ 패키지 활성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B2B 비즈니스 상담회 (사진=한국관광공사)

외국인에게는 ‘어느 병원에 갈 것인가’만큼 ‘어느 공항에서 어떻게 이동할 것인가’도 중요하다. 접근성이 좋지 않으면 뛰어난 의료 서비스도 외면받기 쉽다. 이를 고려해 한국관광공사는 지역 의료관광 상품 개발을 직항노선과 연계해 설계하고 있다. 직항노선이 개설된 도시를 입구로 삼아 주변 지역 관광까지 묶는 전략이다. 대구~울란바토르 직항을 이용하는 몽골 관광객에게는 대구·경주를, 부산~알마티 직항 이용 중앙아시아 관광객에게는 부산·경남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부산 등 항만 도시에서는 크루즈 관광과 의료·웰니스 콘텐츠를 결합해 소비 단가를 높이는 전략을 쓴다. 입항 후 웰니스 상담을 받고, 스파·한방 체험, 지역 미식, 뷰티 체험, 쇼핑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제시하는 방식이다. 기존 크루즈 관광이 지역 유입 통로 역할을 하고, 의료·웰니스 콘텐츠가 소비 단가와 만족도를 끌어올리는 보완재로 기능하는 구조다.

한국관광공사는 방한 의료 관광객 증대를 위한 노력도 전 세계에서 펼치고 있다. 지난달 17일과 20일 러시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2026 한국의료관광 로드쇼’를 개최한 데 이어 같은 달 22~25일엔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열린 중앙아시아 최대 규모의 ‘국제관광박람회(KITF)’에 참가해 한국 의료의 우수성을 홍보하기도 했다.

한국관광공사는 200만 명 시대 이후를 의료관광의 질적 성장을 가르는 분기점으로 보고, 지역 분산과 수용태세 강화를 통해 지속 성장의 동력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병원 진료만으로는 지역 체류시간을 늘리기 어렵고 휴식, 스파, 한방, 건강식, 숙박, 지역 관광을 결합해야 체류형 상품이 된다”며 “향후 의료서비스에 K-뷰티 체험·쇼핑, 웰니스 회복·관리 프로그램을 결합한 융복합 상품개발을 확대하고 지역 소비를 증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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