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근로계약서 썼더라도 실제 일 안했다면 임금 받을 권리 없어”

김은경 기자 2026. 5. 11.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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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소송 파기환송 “계약만으로 임금 생기는 건 아냐”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모습. /뉴스1

근로계약서를 썼더라도 근로자가 실제 일을 하지 않았다면 원칙적으로 임금을 받을 권리가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전북 익산YMCA 사무총장을 지낸 송모씨가 전직 이사장 4명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최근 사건을 전주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송씨는 2010년 12월 익산YMCA 사무총장으로 부임하면서, 2023년 12월까지 매월 기본급 250만원과 업무추진비 50만원을 받는 근로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익산YMCA는 재정 문제로 2017년쯤부터 조직 운영이 어려워졌고 임금도 주지 못하기 시작했다.

2020년 송씨는 2017년 12월부터 그해 8월까지 임금 9900만원을 받지 못했다면서 체불 임금 소송을 냈다. 소송이 진행 중이던 같은 해 12월 양측은 ‘익산YMCA가 밀린 돈 9900만원을 주고 송씨는 2021년 12월까지만 일한다’는 내용의 확약서를 쓰고 소를 취하했다. 그러나 송씨는 이 소송과는 별개로, 2020년 9월부터 2023년 4월까지 총 32개월치 추가 임금 9600만원이 체불됐다며 2023년 또 다시 소송을 냈다.

이사장들은 “2017년 8월 이후 조직이 사실상 와해돼 모든 활동과 업무가 중단됐고, 송씨도 실제 일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1·2심 재판부는 모두 송씨의 손을 들어줬다. 서류상 계약 기간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전직 이사장들이 임금을 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근로자가 임금을 청구하기 위한 법적 요건으로 ‘근로계약 체결’ 외에 ‘실제 근로 제공’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고 2심도 같은 판단이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근로계약은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그 대가로 임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계약”이라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가 실제 근로를 제공해야 임금청구권이 발생한다”고 했다. 근로계약만으로 임금이 나오는 건 아니라는 취지다. 나아가 대법원은 2020년 체불 임금 소송 당시 작성된 확약서 내용을 근거로 “근로계약이 애초 서류에 적힌 2023년이 아니라 합의서에 명시된 2021년 12월에 이미 종료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은 송씨가 실제 근로를 제공했는지나 근로계약 기간이 언제까지인지에 관해 심리하지 않고 근로계약을 체결했다는 이유만으로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임금청구권과 계약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했다. 2심 재판부가 송씨가 실제로 출근해 일을 했는지, 계약이 언제 완전히 끝났는지 제대로 따져보지 않고 서류상 계약만으로 돈을 주라고 판결한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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