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人워치]"공격은 날카롭게, 수비는 촘촘하게"…헤지펀드의 성공 공식
“코스피 중장기 긍정적”…반도체 실적·AI 인프라 성장 주목
변동성 확대 국면 대비…롱숏·멀티코어 전략으로 하락장 방어

코스피가 강한 상승 흐름을 이어가며 레벨업에 성공했지만, 투자자들의 고민은 오히려 깊어지고 있다. 지수는 올랐지만 모든 종목이 함께 오르는 장세는 아니기 때문이다. 업종별·종목별 수익률 격차가 커지는 가운데 유가와 금리, 환율 등 대외 변수도 여전히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요인으로 남아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단순히 지수 상승에 기대는 투자보다 시장 변화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운용 전략도 중요하다. 상승장에서는 주도주를 통해 수익 기회를 확보하고, 변동성이 커질 때는 시장 노출을 줄여 하락 위험을 관리하는 헤지펀드 전략이 다시 주목받는 배경이다.
박현수 미래에셋자산운용 헤지펀드운용본부 팀장은 최근 비즈워치와의 인터뷰에서 “헤지펀드 운용의 핵심은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일관된 절대수익을 축적하는 것”이라며 “상승장에서는 종목 압축으로 모멘텀을 반영하고 변동성이 커질 때는 넷익스포저(순노출도)를 낮춰 하락 민감도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2015년 KDB대우증권 리서치센터를 거쳐 국내외 셀사이드와 바이사이드를 오가며 10여년간 운용 경험을 쌓아온 전략가다. 현재 약 6300억원 규모의 헤지펀드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그는 직접 운용에 기반한 빠른 의사결정과 리스크 대응 능력을 미래에셋 헤지펀드의 강점으로 꼽았다.'직접 운용' 기반 롱숏 전략…"시장 변화 즉시 반영"
미래에셋 헤지펀드운용팀은 매니저가 리서치와 운용을 함께 수행하는 ‘멀티 매니저’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섹터 분석과 실제 매매 사이의 시차를 줄이기 위한 구조다. 시장 변화가 발생했을 때 리서치 결과가 투자 판단으로 빠르게 이어질 수 있다는 특징을 내세운다.
박 팀장은 “팀원 개개인이 담당 섹터에 대한 리서치와 포트폴리오 운용을 병행하기 때문에 시장 변화를 즉각적으로 투자 판단에 반영할 수 있다”며 “현장 리서치에 기반한 탑다운과 바텀업 전략의 병행이 안정적인 절대수익의 기반”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운용 중인 롱숏 펀드는 기업 펀더멘털과 산업 사이클을 중심으로 포지션을 구축한다. 롱(매수) 포지션은 단기 기대감보다 산업 내 구조적 수혜 여부와 실적의 가시성, 지속 가능성을 중심으로 선별한다. 실적 개선이 확인되고 수급이 뒷받침되는 종목을 중심으로 상승 여력을 본다는 설명이다.
반면 숏(매도) 포지션은 실적 대비 시장 기대가 과도하게 반영된 종목이나 업황 둔화 가능성이 커진 기업을 중심으로 잡는다. 상승장에서는 주도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압축해 수익률을 높이고, 변동성이 커지는 구간에서는 넷익스포저를 낮춰 지수 하락에 따른 충격을 줄이는 방식이다.
넷익스포저는 롱 포지션에서 숏 포지션을 뺀 실질적인 시장 노출도를 뜻한다. 롱 비중이 높고 숏 비중이 낮으면 시장 상승에 따른 수익 기회가 커지지만, 지수가 하락할 때 손실 민감도도 높아진다. 반대로 시장 변동성이 커질 때는 롱 비중을 줄이거나 숏 포지션을 늘려 넷익스포저를 낮추는 방식으로 포트폴리오 방어력을 높인다.
박 팀장은 이런 직접 운용 방식이 재간접 구조 상품과의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여러 운용사의 전략에 분산 투자하는 재간접 상품은 안정성은 높지만 시장 급변시 포지션 조정 속도가 느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직접 운용은 특정 스타일에 얽매이지 않고 시장 상황에 따라 섹터와 전략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특히 변동성이 커지는 구간에서는 시장 민감도를 빠르게 낮추고 종목 간 상대가치 전략을 통해 초과수익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고 말했다.
리스크 관리 체계화…“변동성 확대 시 노출도 조정”
헤지펀드 운용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는 리스크 관리 체계를 꼽았다. 전쟁이나 매크로 지표 급변 등 예상하지 못한 이벤트가 발생할 경우 포트폴리오의 넷익스포저를 즉각 점검해 시장 방향성과 무관한 손실 가능성을 줄인다는 설명이다.
박 팀장은 “변동성이 커질 때는 고베타 종목 비중을 줄이고 유동성이 낮은 포지션부터 정리해 방어적으로 대응한다”며 “일정 수준 이상의 손실이나 변동성이 발생하면 설정된 기준에 따라 포지션을 조정하는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헤지펀드가 단순히 수익률을 높이는 상품이 아니라, 시장 상황에 따라 손실 가능성을 관리하는 운용 방식이라는 점과도 맞닿아 있다. 상승장에서 시장 모멘텀을 따라가되, 변동성이 커질 때는 포트폴리오의 민감도를 낮춰 수익률의 흔들림을 줄이는 것이 목표다.코스피 중장기 긍정론 유지…“실적 개선 대비 가격 부담 제한적”
박 팀장은 코스피 시장에 대해 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했다. 기업 이익 전망이 개선되는 가운데 밸류에이션 부담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는 “국내 증시는 글로벌 주요 시장과 비교했을 때 이익 체력 대비 가격 부담이 크지 않은 구간으로 보고 있다”며 “ROE와 PBR 등 주요 지표를 감안하면 추가적인 재평가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근거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실적 추정치 상향을 꼽았다. 반도체 대형주의 이익 전망이 개선되면서 코스피 전체 12개월 선행 순이익 전망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수가 상승했지만 이익 전망도 같이 올라가고 있는 만큼, 밸류에이션 부담이 일방적으로 커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특히 전력·데이터센터·반도체로 이어지는 ‘AI 인프라 밸류체인’은 단순한 테마를 넘어 실적 개선으로 연결되는 구조적 성장 영역으로 평가했다. AI 수요가 전력기기와 광통신 인프라 등 전방위적인 설비투자(CAPEX) 확대로 나타나고 있고, 국내 반도체 대표주들도 공급자 우위 환경에서 글로벌 빅테크와의 장기공급계약(LTA)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지수의 추가 상승 가능성과 별개로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는 경계감을 나타냈다. 유가와 금리·환율 등 매크로 변수가 여전히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고, 미국 물가 지표를 통해 전쟁이 실물 경기에 미치는 영향도 점차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지방선거와 미국 중간선거 등 정치 이벤트도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요인으로 꼽았다.
박 팀장은 “큰 틀에서는 시장을 좋게 보고 있지만, 상반기와 달리 앞으로는 변동성이 커지는 구간이 나올 수 있다”며 “상반기처럼 시장이 한 방향으로 오르는 장세에서는 롱온리 전략이 유리했지만, 변동성이 확대되는 구간에서는 롱숏 전략을 통해 상승장과 하락장 양쪽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멀티코어' 전략으로 투자 신뢰 구축
미래에셋 헤지펀드운용팀은 지난해 하반기 롱숏과 롱온리 전략을 각각 50%씩 결합한 ‘멀티코어’ 사모펀드를 선보이며 투자 대안을 확장했다. 해당 상품은 하락장에서 롱숏 전략을 통해 변동성을 방어하는 동시에 상승장에서는 롱온리 전략으로 시장의 성장성과 알파 수익을 적극적으로 향유할 수 있도록 설계된 하이브리드 구조가 특징이다.
박 팀장은 “단기 수익률 목표에 매몰되기보다 어떤 시장 환경에서도 일관된 성과를 낼 수 있는 트랙레코드를 구축해 투자자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들에게는 “롱숏 전략은 리스크를 통제하며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방식인 만큼, 단기 변동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운용 전략의 일관성과 리스크 관리 체계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중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달라”고 당부했다.
박수현 (clapnow@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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