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전등화 광명전기]⑦ 기습적 회생 신청…'경영권 방어' 악용 의혹

광명전기의 회생 절차 개시 신청은 채무를 상환할 여력이 없다는 표면적인 이유와 달리, 실질적으론 현 이사회의 체제 지속과 자리 보전을 위한 '꼼수'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회생 신청이 승인되면 법정 관리자를 지정해야 하는데, 현행법상 이사진이 우선적으로 고려돼서다. 관리인으로 선임될 경우 법정 관리의 대리인이 되므로 주주들의 해임 요구와 적대적인 인수합병(M&A) 위협에도 거뜬히 버틸 수 있다. 경영권을 수호할 수 있는, 그것도 합법적 수단이 생기는 셈이다.
최대 주주, 즉각 이의 신청 결정
광명전기의 1대 주주인 피앤씨테크, 피앤씨테크의 우호 세력이자 광명전기 다른 주요 주주 나반홀딩스는 8일 광명전기의 회생 신청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예정이다. 광명전기 경영진이 회생과 포괄적 금지 명령, 보전 처분에 대한 신청서를 접수한 수원회생법원에서 이의 신청 절차를 밟을 방침이다.
이번 회생 신청의 실질적 목적은 경영권 방어라는 게 이들 주주의 주장이다. 회생 절차에 들어가 주식 감자 등 주주로선 상당한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조치들이 후행한다 해도, 경영진은 회사 주식을 소유하고 있지 않은 만큼 잃을 것이 없으며 외려 이익을 볼 여지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노리고 자력 구제 노력은 일절 없이 회생 신청만 고집해 왔다면서 조목조목 정황을 꼬집기도 했다.
앞서 광명전기는 지난달 30일 이사회를 열어 회생 신청과 원호정 신임 대표이사 선임 등 2개 의안을 통과시켰다. 총 6인의 이사 중 박민우 사외이사를 제외한 5명이 참석했으며, 안건들은 오창석 기타 비상무 이사의 반대표에도 과반인 3~4명의 찬성을 획득해 가결됐다.
이들 안건은 긴밀하게 연관됐다는 게 피앤씨테크와 나반홀딩스 등 최대주주 측 시각이다. 원 대표 선임은 회생 절차 돌입 시 관리인으로 선임하려는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원 대표는 이재광 회장의 측근인 만큼, 회생 신청의 설계자를 이 회장으로 추측하고 있기도 하다.
광명전기는 2인 각자대표 체제로, 전경우 각자대표도 있지만 외부 출신인 데다 회사의 재무 위기를 심화시킨 주축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비교적 구설이 없고 잘 알려지지 않은 원 각자대표를 관리자로 내세워야 법원에서 반려될 공산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게 지배주주들의 추정이다.
이 회장은 최근 대표에서 사임했지만, 사내이사직은 유지하고 있다. 이 회장은 회생 신청 의결에서는 기권했지만, 원 대표 선임 안건에는 찬성했다.
기존 경영진 재신임하는 회생법…취지와 달리 '악용'
우리나라의 채무자 회생법은 회생 절차를 주도한 기존 대표를 관리인으로 그대로 선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명 '기존 경영자 관리제'(DIP)다. 효율적 구조조정과 경영 정상화를 위해 사정을 잘 아는 경영자를 신임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취지와 달리 경영권 방어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주주들의 경영진 교체 요구나 적대적 M&A 시도가 거셀 때, 경영진이 기습적으로 회생 신청을 하는 경우가 이따금씩 있었다. 법정 관리에 돌입하면 주주 총회와 이사회의 권한이 모두 정지되고, 회사 통제권이 온전히 법원과 관리인에게 넘어가기 때문이다. 2025년 동성제약 경영권 분쟁 당시 나원균 전 대표가 기업 회생을 경영권 방어막으로 이용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밖에도 경영진이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여럿 있다. 회생 신청에 수반되는 포괄적 금지 명령이 수용되면 채권자들의 빚 독촉과 경매, 가압류 등이 일절 불가하다. 이를 통해 경영진은 당장의 채무 압박에서 벗어나 숨을 돌릴 수 있다.
자구 노력 없이 회생 신청 '올인'
광명전기 경영진은 지급 불능 처지라 회생 신청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할 수 있는 자구책조차 시도하지 않았다는 반박이 나온다. 피앤씨테크 지분 등 비영업 자산이나 불필요한 임직원 등을 정리해 현금을 확보할 수 있었음에도 회생 신청만 고집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광명전기의 자본은 우발채무 반영 후에도 60억원 이상 남는다.
실제 광명전기가 투자 차익을 실현한다든지 필수적이지 않은 지출을 줄이는 등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고자 했던 시도는 일절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표적 예가 피앤씨테크 지분을 유동화하지 않은 일이다.
앞서 광명전기는 지난 1월 피앤씨테크 주식 65만6156주(지분율 10.1%)를 38억원에 매입해 상호 출자 관계를 형성했다. 10%를 초과하는 주식을 보유했을 경우 다른 회사가 보유한 회사 또는 모회사 주식은 의결권이 사라지는 '상호주 의결권 제한' 효과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광명전기로서는 피앤씨테크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막아야 하는 등 이해관계에 얽혀 있기 때문이다. 광명전기 경영권에 재도전한 조광식 전 회장이 피앤씨테크의 최대 주주다.
그러나 피앤씨테크가 지난 4월 에이치케이홀딩스라는 신생 회사를 세워 광명전기 주식을 전부 양도, 지분 관계가 피앤씨테크→에이치케이홀딩스→광명전기로 이어지도록 지배구조를 재편하며 상호 출자 고리는 무력화됐다.
광명전기가 가진 피앤씨테크 주식은 무용지물이 된 셈이다. 이후 시세 차익이라도 볼 기회가 찾아오긴 했다. 같은 달 29일 피앤씨테크 주가가 광명전기의 평균 매입 단가에 비해 훨씬 높은 6730원으로 상한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광명전기는 이때도 피앤씨테크 주식을 유동화하지 않았다.
이와 함께 골프 이용권도 경영진의 호화로운 생활을 위한 불필요 자산으로 처분 대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밖에 상장 폐지까지 확전될 정도의 재무 위기에서 4명의 사장단(이 회장과 전·원 각자대표 등 이사 3명, 김소정 사장) 체제는 과도하며, 이들 전부 현 위기에 책임이 크기 때문에 구조조정 대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허리띠를 졸라매도 모자란 시점에 경영진 해임을 방어하기 위한 비용을 과도하게 지출하고 있다는 의혹도 받는다. 광명전기의 지급 수수료는 2024년 9억원에서 지난해 26억원으로 증가했다. 증가분의 상당 부분은 법률 관련 수수료, 즉 현 경영진의 해임 방어를 위한 비용으로 나반홀딩스는 유추하고 있다.
회생 신청 위해 일부러 재원 탕진했나
광명전기 경영진은 회생 신청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회사 재원을 의도적으로 고갈시켰다는 의혹도 받는다.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피앤씨테크 등 특수관계자는 물론이고 협력사들에도 대금을 조기에 지급했다. 이로 인해 재무 악영향과 유동성 부족이 심화됐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이 이익을 봤을 것으로 짐작되고 있기도 하다. 이 회장이 최대 주주(2025년말 기준 지분율 37.43%, 우호 세력 포함해 약 50% 추정)인 이엔에스일렉트릭도 광명전기로부터 대금을 상당 수준 지급받았을 것으로 관측돼서다. 이 회장이 회생 신청안 의결에서는 기권했지만, 실질적 주도자로 꼽히는 이유다.
한편 회생 신청의 배경과 여러 의혹에 대해 이 회장, 전 각자대표에게 입장을 물었지만 회신은 없었다.
Copyright © 넘버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