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꽃박람회를 만드는 사람들·(4)] “시드볼로 산불피해지역 복구 도와”
1997년부터 개최된 고양국제꽃박람회는 화훼 분야 전문성을 갖춘 전국에서 유일한 박람회이자 지역 축제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보름이 넘는 기간 동안 꽃을 주제로 다양한 전시와 이벤트가 매일 펼쳐지는데, 사실 매년 이 같은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은 쉽지 않다. 1년 전부터 기획을 시작해 꽃을 가꾸고, 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25만㎡ 곳곳에 콘텐츠를 채워나간다. 식물 특성상 꾸준한 손길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 번 박람회를 개최하려면 1만명이 넘는 인력의 땀과 노력이 필요하다. 올해 고양국제꽃박람회를 만든 주역들을 차례로 만나 그들에게 이 행사가 갖는 의미와 가치를 들어봤다.<편집자주>
산불피해복구 공익캠페인 벌이는 (주)틔움세상 유계림 이사

“시드볼은 황토와 유기물, 씨앗을 배합한 공 형태의 반죽을 말합니다. 이걸 말려서 드론 등으로 파종하면 산불 피해 지역에 자연스럽게 토종 식물들이 뿌리를 내리게 되죠. 자연상태에서의 씨앗은 바람에 날리거나 동물의 먹이가 되는 식으로 유실될 확률이 높지만, 시드볼은 유실 가능성이 낮아 빠르게 생태계 회복을 도울 수 있습니다.”
2026 고양국제꽃박람회 실내전시를 관람하다보면 유독 관람객들이 몰리는 체험 부스가 있다. 바로 관람객이 직접 황토와 한반도 자생식물의 씨앗 등을 반죽해 시드볼을 만드는 산불피해지역 회복지원 캠페인이다.
고양국제꽃박람회재단과 산림청 산하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은 관람객들이 단순 전시 관람을 넘어 몸소 자연보전의 중요성을 느끼고 참여할 수 있도록 올해 꽃박람회장에 공익 캠페인 공간을 따로 마련했다. 유계림 이사가 이끄는(주)틔움세상은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과 협업해 시드볼을 만드는 회사로, 이 캠페인의 운영을 맡았다.

“체험객이 만든 시드볼 3개 중 2개는 산불 피해지역 복구를 위해 쓰고, 1개는 가져가 집에서 직접 식물을 키워볼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2025년 의성-안동산불을 비롯해 최근 수년간 대형산불이 발생했던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한번 산불이 나면 다시 되돌리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데, 체험을 통해 산불에 대한 경각심과 자연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울 수 있는거죠.”
꽃박람회장 체험 부스에서 만드는 시드볼에는 구절초, 비수리, 참싸리 등 백두대간수목원에서 채종한 식물들의 씨앗이 들어간다. 관람객이 집에 가져갈 시드볼엔 집에서 쉽게 키울 수 있는 패랭이꽃 씨앗을 추가했다. 지금까지 1천여명이 체험에 참여했는데, 이들이 만든 수천개의 시드볼은 건조 공정을 거쳐 가을께 실제 산불 피해지역에 뿌려질 예정이다.
시드볼 만드는 일은 체험 자체도 재미가 있지만, TV로만 접했던 산불 피해 회복에 일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람객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대형산불이 나면 생태계가 회복되기까지 수 년이 걸리는데, 시드볼이 이를 앞당길 수 있다는 설명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정성이 절로 들어간다.

(주)틔움세상은 처음엔 어린이를 위한 식물 체험 키트 등을 만드는 회사로 시작해, 점차 시드볼 활용이 확대되면서 현재는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고 있다. 산림조합 등의 의뢰로 방화림 조성 활동에 참여하는가 하면, 이 분야 각종 연구에도 협업하는 중이다.
“박람회 보러 왔다가 좋은 일을 하게 됐다며 뿌듯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관람객들의 반응이 워낙 좋다보니 캠페인을 진행하면서도 매우 뜻깊고 보람됩니다. 저희 회사는 이번 체험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자연을 위한 공익 캠페인에 적극 협력해나갈 예정입니다. 이런 기회를 통해 시드볼이 많이 알려지고, 다양한 형태로 활용되길 바랍니다.”
고양/김도란 기자 dora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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