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 솟은 23개 돌기둥… "6·25 참전국 예우", "극우 구애용 사업"
"공론화 부족" vs "뜻깊은 사업"
정원오 "극우 구애용 정치 사업"
오세훈 "6·25 참전국 대한 예우"

"용산 전쟁기념관에 있을 법한 조형물인데, 왜 여기에 만들었어요?"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인근에 10일 하늘을 향해 솟은 돌기둥 23개가 설치됐다. 사업비 207억 원이 투입된 '감사의 정원'이다. 준공식 이틀을 앞둔 이날 광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질문하는 기자에게 설치 배경, 투입 비용 등을 반문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역점 사업으로 추진된 감사의 정원은 6·25 전쟁 참전국에 대한 예우를 담아 조성한 공간이다. 미국, 캐나다, 영국 등 22개국과 한국을 포함한 23개의 석재 조형물 및 지하 미디어 전시 공간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조형물이 군 의장대의 '받들어 총' 자세를 연상시킨다는 지적과 함께 공론화 과정 없이 무리하게 추진된 사업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모습을 드러낸 감사의 정원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이날 가족과 함께 광장을 찾은 한모(64)씨는 "누구나 휴식을 취하는 공간인데 충분한 공론화 과정이 부족했던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시민 엄모(60)씨는 "정권이 바뀌면 철거될지도 모르는 사업인데, 광장에서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혈세를 200억 원이나 투입해야 하나"라고 비판했다.
반면 하와이 교포인 백병주(79)씨는 "평소 참전 용사들을 존경했는데 공공 장소에 6·25를 기억할 만한 조형물이 있어 의미가 남다르다"며 "참전국 국민들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큰 감동과 자부심을 느낄 것"이라고 했다. 현장에 설치된 조형물엔 참전국들의 국기가 표기됐고, '평화를 위한 희생'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후보 간 공방도 이어지고 있다.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측은 "'감사의 정원'은 오세훈 후보가 시장 시절 시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인 사업"이라며 "선거를 앞둔 극우 구애용 정치 사업"이라고 맹공했다. 정 후보는 서울시장 당선 시 감사의 정원을 철거하거나 다른 장소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정 후보 캠프에서 활동 중인 고민정, 박주민 민주당 의원 등은 감사의 정원 건립 중단을 촉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오 후보 측은 감사의 정원 정당성을 피력했다. 오 후보는 "국가 상징 공간인 광화문광장에 관련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다"며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려고 했던 분들을 극우라고 하는 분들은 크게 반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 후보를 향해 "일부 좌파 시민단체 분들이 모여 극우 구애형 사업이라는 이런 이름을 쓴 걸로 봐서는 굉장히 이념적으로 감사의 정원을 해석하는 것 같다"고 날을 세웠다.
서울시는 12일 광화문광장에서 감사의 정원 준공식을 열고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오세운 기자 cloud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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