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AI 경쟁 '인프라'로 이동…반도체·전력 확보 경쟁 격화

최수진 기자 2026. 5. 11.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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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로픽, 스페이스X '콜로서스 1' 독점 임대
반도체·메모리 업계 장기 실적 가시성 확보
전력·냉각 인프라 업종 구조적 수혜 전망
앤트로픽. [출처=연합]

최근 앤트로픽(Anthropic)이 스페이스X(SpaceX)의 '콜로서스 1(Colossus 1)' 데이터센터 컴퓨트 용량 전체를 임대하기로 계약하면서 AI 산업의 경쟁 구도가 변화하고 있다.

프론티어 모델 경쟁의 핵심 병목이 소프트웨어적 '알고리즘'에서 즉시 사용 가능한 '물리적 인프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른 AI 반도체와 전력 인프라의 구조적인 수혜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00MW·22만 개 GPU 확보…"인프라가 곧 서비스 경쟁력"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이번 계약을 통해 300MW 이상의 전력과 엔비디아(NVIDIA) GPU 22만 개 규모의 인프라를 전속으로 확보했다.

이는 AI 초과 수요 상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앞서 앤트로픽은 모델 수요 급증으로 지연시간 문제가 발생하자 임시로 추론 연산량을 제한해 왔다. 그러나 이번 인프라 확보 직후 유료 가입자를 대상으로 '클로드 코드(Claude Code)' 등의 사용 한도를 즉각 두 배로 상향 조정했다. 현재 AI 기업들의 서비스 품질과 매출 성장을 가로막는 최대 장벽이 컴퓨팅 용량 부족임을 확인시켜 주는 대목이다.

과거 AI 인프라 투자가 주로 차세대 모델을 '학습'하기 위한 연구개발(R&D) 목적에 집중됐다면, 현재는 실제 서비스 품질과 직결되는 '추론' 워크로드 중심으로 수요가 구조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GPU와 전력, 냉각 시스템이 통합된 대규모 연산 블록이 AI 서비스 경쟁력을 좌우하는 필수 전략 자산으로 격상된 것이다.
여의도 증권가 전경. [출처=EBN]

◆반도체·HBM 수급 타이트 지속…"수익성 의문 해소"

인프라 중심의 경쟁 환경은 반도체 산업, 특히 AI 가속기 및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의 장기 호황을 뒷받침하고 있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 등 주요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2026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는 1조 달러에 육박할 전망이다.

증가하는 추론 연산과 파라미터 규모를 감당하기 위해 HBM 수요가 지속해서 늘고 있으나, 생산 능력의 물리적 한계와 높은 기술 난이도로 인해 2026년 이후에도 타이트한 수급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서 제기된 AI 투자 대비 수익성(ROI) 우려도 일정 부분 불식되고 있다. 앤트로픽 사례처럼 선제적인 인프라 확보가 구독 모델(Pro, Max)의 서비스 개선과 API 매출 확대로 곧바로 이어지는 구조가 증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팹리스 및 파운드리 기업들에게 장기적인 주문 가시성을 제공한다.

◆데이터센터 전력 밀도 상승…전력 인프라 '구조적 호황' 진입

GPU와 메모리 반도체가 충분하더라도 전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인프라 정상 가동은 불가능하다. 앤트로픽이 임대한 콜로서스 1 단일 클러스터가 소모하는 전력만 300MW 이상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2026년부터 2031년까지 AI 인프라에 투입될 누적 자본 지출을 약 7.6조 달러로 추산하며, 전력 및 냉각 구조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전력기기, 전선, 해저케이블 등을 생산하는 전력 인프라 기업들은 구조적인 공급 부족 시장에 진입했다. 데이터센터와 연계된 초고압 변압기 및 배전 설비 수요는 과거의 단기 가격 사이클을 벗어나 3~5년 이상의 장기 물량 계약 단위로 이뤄지고 있다. 전 세계적인 전력망 구축 속도가 AI 데이터센터 건설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물리적 병목 현상이 역설적으로 전력 설비 기업들의 가격 협상력을 높이고 실적 가시성을 장기간 담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앤트로픽과 스페이스X의 계약은 AI 프론티어 경쟁이 단순 지능 경쟁에서 인프라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진단했다.

증권업계 관계자 역시 "AI 성능 고도화와 일상적 활용을 위해서는 대규모 전력과 고성능 반도체가 결합된 연산 블록이 필수적"이라며 "프론티어 AI 경쟁 구도가 지속되는 한 반도체 및 전력 인프라 산업의 장기적인 수혜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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