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결론 못내고 쌓이는 금융정책…당국도 은행도 '피로'

김정후 2026. 5. 11.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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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개선안· 대출규제·가상자산법 등 수두룩
여야·업권 이견에 '스톱'…대통령·당국자들 제안도
은행도 피로감…"이러다 한순간에 쏟아질까 걱정"

결론을 내지 못한 금융정책들이 쌓여만 가고 있다. 정부 국정과제와 금융 현안에 지적·요구사항들까지 더해지면서 추진 단계에서 머무르고 있다. 법안 제·개정 사안은 6월 지방선거와 이후 국회 소위 상임위원장 교체 등으로 당장 결론을 내기 쉽지 않다는 분위기다.

정책을 마련하는 금융위원회와 이를 준비하고 대응해야 하는 은행들 모두 피로감만 쌓이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금융당국에서 추진 중인 정책은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안 △비거주 1주택자 규제 △서민금융안정기금 설치 △보이스피싱 무과실 배상 책임 △디지털자산기본법(가상자산법 2단계) △저축은행 플랫폼 중개수수료 인하 △편면적 구속력 도입 △한국형 페어펀드 도입 △금융권 AI 가이드라인 등이다.

최근엔 신용평가시스템을 포함한 은행의 여신 구조 체계 개편도 논의를 시작했다. 지난 1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페이스북을 통해 은행권 여신 시스템을 비판하면서다.▷관련기사:김용범이 쏜 화살, 은행의 '안온한 온실' 깰까(2026.05.06.)

이후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동조하자 정책 마련에 착수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금융위는 국정과제 수행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준비하고 시행해왔다. 문제는 매듭을 짓지 못한 정책들이 쌓여간다는 점이다.

대통령이나 정부 고위 관계자의 비판과 지적 등으로 지연되기도 했다. 대통령 SNS 게시글로 대상 범위가 넓어졌던 대출규제도 마찬가지다. 다주택자 대출 제한은 시행이 됐으나 비거주 1주택자 규제는 민감하고 실수요자를 발라내는 기준을 설정하기도 어려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편이다.▷관련기사:[현장에서]대통령 지시에 회의 또 회의…'대출규제' 진땀 빼는 당국·은행(2026.03.09.)

국회에 계류 중인 정책도 있다. 서민금융진흥원에 서민금융안정기금을 설치해 서민금융보완계정과 자활지원계정을 통합·재편하는 법안은 예산안 반영을 위해 6월 전까지 통과돼야 한다. 하지만 아직 정무위원회 법안 소위원회도 넘지 못했다. 보이스피싱 무과실 배상이 담긴 통신사기피해환급법도 마찬가지다.

여당 주도로 발의한 편면적 구속력과 한국형 페어펀드 도입법 역시 정무위에 멈춰 있다. 편면적 구속력이란 소액 금융분쟁에 대해 금융회사에 금융감독원 분쟁조정 결과를 강제하는 내용이다. 한국형 페어펀드는 불완전판매로 금융회사가 낸 과징금을 피해자 구제에 활용하도록 기금을 설치하는 것이다.

오는 6월 지방선거가 있고 이후 국회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정무위를 포함한 상임위원장들이 교체된다. 급박하게 법안 소위를 열기 쉽지 않은 시기다.

여야 및 업권 간 이견으로 정책 시행이 밀리기도 했다. 스테이블코인 도입법으로도 알려진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여당과 야당, 여당과 금융위간 발행 주체, 가상자산거래소 지분규제 등에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저축은행 플랫폼 중개수수료 인하도 저축은행과 핀테크업계 간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외에 금융권 AI 가이드라인의 경우 4월 중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미토스로 인한 보안 우려를 반영하기 위해 지연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명의 금융위, 금융감독원 실무진이 여러 정책 논의에 투입된다. 담당자가 퇴사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은행들도 당국만 바라보고 있다. 추진 단계에 머물러 있는 정책들이 모두 직간접적인 영향 아래 놓여 있어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보이스피싱 무과실 배상의 경우 강준현·조인철 의원안에서 배상 상한선과 같은 큰 틀이 마련되자 전문 인력을 충원하는 등 대비에 나서고 있지만 법안 통과가 지연되는 상황이다. 

발의된 법안만 보고 영향을 가늠하기도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상세한 책임 범위는 시행령으로 정해뒀는데, 법안이 먼저 통과돼야 시행령도 정해지기 때문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주요 정책 논의가 쌓이면서 은행도 마찬가지로 같은 시기에 여러 사안을 당국과 논의하기도 한다"며 "한순간에 정책이 쏟아질까봐 걱정도 있다"고 말했다.

김정후 (kjh2715c@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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