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화의 글로벌AI] AI도 모르는 ‘AI, 인간 대체 직업들’… 모델별 분석 제각각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 등 모두 제각각 답변
모델마다 달리 학습되었기 때문에 유효성 의문
'어떤 직업이 사라질 것인지' 아직 정답은 없어
두려워할 게 아니라 효율성 높이려는 자세 필요

인공지능(AI)의 발전이 노동 시장에 미칠 영향을 두고 낙관론과 비관론이 교차하는 가운데 정작 그 분석의 주체인 AI 모델들조차 서로 다른 예측을 내놓고 있다는 흥미로운 조사 결과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현지시간) 'AI는 어떤 직업이 사라질지에 대해 합의하지 못한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 등 주요 AI 언어모델들이 특정 직무의 AI 노출도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상이한 결과를 도출했다고 보도했다.
경제학자들이 수행한 이번 실험의 핵심은 동일한 질문을 각기 다른 AI 모델에 던졌을 때 나타나는 일관성의 부재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연구진은 노동 시장에서 정의된 수천 개의 직무 기술서를 바탕으로 각 직업이 AI에 의해 대체되거나 보완될 가능성을 평가하도록 지시했다.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복잡했다. 어떤 모델은 법률 보조원이나 데이터 입력 사무원을 가장 위험한 직군으로 꼽은 반면, 다른 모델은 창의적 사고가 필요한 마케팅 전문가나 분석적 판단이 요구되는 금융 분석가의 노출도가 더 높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이러한 불일치는 AI가 직업의 성격이나 개별 업무의 난이도를 해석하는 기준이 모델마다 다르게 학습됐음을 시사한다.
기사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 중 하나로 각 AI 모델의 기반이 되는 데이터셋과 미세 조정 방식의 차이를 꼽았다. 예를 들어, 특정 모델은 텍스트 기반의 행정 업무를 처리하는 능력에 더 집중해 해당 분야의 직업적 노출도를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다른 모델은 고도의 추론이 필요한 영역에서의 잠재력을 더 높게 평가해 지식 노동자들의 위기를 강조하기도 했다.

결국 AI가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거나 혹은 특정 작업의 인간적 맥락을 오해함으로써 발생하는 '판단의 편차'가 존재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시사점이 대두한다. 기업이나 정책 입안자들이 AI의 예측 결과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해 고용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또 경제학자들은 AI 모델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답변을 번복하는 현상에도 주목했다. 동일한 모델일지라도 업데이트가 진행됨에 따라 이전에는 (AI로 대체될 수 없어) '안전하다'고 평가했던 직업을 '위험하다'고 재분류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이는 AI 기술 자체가 워낙 빠르게 진화하고 있어, 오늘날의 기술 수준으로 미래 노동시장을 예측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움직이는 과녁'을 맞히는 일과 같음을 보여준다고 WSJ은 비유했다.
결국 어떤 직업이 사라질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아직 정답이 없다. 기술의 발전 속도와 사회적 수용도, 그리고 각 AI 모델의 특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고차방정식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WSJ는 결론적으로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뺏을 것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에 대해 AI 스스로도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기술적 노출도가 높다고 해서 반드시 그 직업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AI와의 협업을 통해 직무의 성격이 변모하거나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AI의 예측 결과가 보여주는 불일치를 기술적 결함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미래 노동 시장이 가진 불확실성과 다양성을 제시하는 지표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AI와 관련해 직업의 미래를 예측하는 AI 모델 간의 불일치는 기술적 한계라기보다 인간 노동이 지닌 다층적 가치를 반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상으로 보인다.
기계적인 업무 효율성만을 측정하는 AI의 시각과 복합적인 대인 관계 및 윤리적 판단이 개입되는 실제 현장 사이에는 여전히 거대한 간극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떤 직업이 사라질지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AI라는 도구를 업무 성격에 맞게 잘 결합해 새로운 직업적 효율성을 높이려는 능동적인 자세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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