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슈퍼스타의 딸이 픽했다…‘시총 132조’ 두산에 무슨 일이?

안옥희 2026. 5. 11.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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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포커스]

(주)두산 전자BG의 동박적층판(CCL). 사진=두산

포목상에서 맥주로, 중공업에서 이제는 AI로. 130년 역사의 한국 최장수 기업 두산이 또 한 번의 ‘카멜레온급’ 체질 개선에 성공하며 AI 시대의 황태자로 거듭나고 있다.

시장이 열광하는 배경에는 두산이 금지옥엽으로 키워온 자체 사업 부문 전자BG가 있다. 글로벌 AI 슈퍼스타 엔비디아가 두산의 하이엔드 소재를 ‘픽(Pick)’했다는 소식에 주가는 천장을 뚫었고 그룹 합산 시가총액은 131조원을 돌파했다.

전통의 중공업 가문에서 첨단 AI 소재 가문으로의 완벽한 정체성 전환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두산그룹 전체 시가총액은 지난 5월 6일 종가 기준 131조989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초 26조원 수준에서 불과 1년여 만에 5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사업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주)두산의 주가는 179만원(5월 6일 종가)을 기록하며 장중 100만원 선을 돌파했던 지난해 11월의 기세를 이어가 ‘황제주’ 지위를 확고히 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134.60%에 달하는 수직 상승이다. 시장에서는 폭발적 성장의 배경으로 두산이 완성한 ‘AI 밸류체인’의 파괴력에 주목하고 있다.

엔비디아 매디슨 황 옴니버스 및 로보틱스 제품 마케팅 수석 이사가 4월 29일 두산로보틱스를 방문해 김민표 두산로보틱스 대표와 기술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두산로보틱스


엔비디아 올라탄 전자BG…제조업 꿈의 숫자 ‘30.1%’ 달성

(주)두산 전자BG(비즈니스그룹)는 올 1분기 매출액이 6173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최대 매출액을 달성했다.

영업이익 또한 1856억원으로 영업이익률 30.1%를 기록했다. 제품 믹스 개선과 판가 인상을 통해 역대 최고 실적(OPM 30.1%)을 기록하며 고부가 소재 시장의 주도권을 증명했다는 평가다.

특히 하이엔드 CCL 시장에서 대만 EMC 등 경쟁사를 압도하는 저손실 특성은 AI 가속기 시장의 핵심 해자로 작용하고 있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그동안 두산의 발목을 잡았던 ‘생산 능력(CAPA)의 한계’가 중장기 성장동력으로 반전됐다는 점이다.

두산은 4월 29일 1800억원을 투입해 태국 아라야 산업단지에 신규 생산거점을 마련한다고 발표했다.

김민경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제한적인 생산능력과 특정 고객사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그동안 저평가 요인이었으나 이번 대규모 증설 발표를 통해 점진적으로 해소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242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태국 공장이 완공되는 2028년까지의 로드맵이 두산의 기업가치 재평가의 핵심 근거가 됐음을 의미한다.

여기에 4월 30일 매디슨 황 엔비디아 수석이사의 두산로보틱스 방문은 두산의 AI 밸류체인이 ‘소재’를 넘어 ‘하드웨어’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엔비디아가 그리는 피지컬 AI 생태계에 두산의 로보틱스 기술이 결합하면서 두산은 ‘소재(두산 전자BG)→에너지(두산에너빌리티)→하드웨어(두산로보틱스)’로 이어지는 전방위 AI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게 됐다.



규제 족쇄 푼 ‘투자 기동성’…자회사 지분가치 ‘폭발’

재무 구조 변곡점은 지주사 지위의 자발적 반납이다. 두산은 2025년 9월 현금성 자산 증가에 따른 자산 비율 변동으로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제외를 신고했다. 이는 규제 족쇄를 벗고 M&A 기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다.

최근 글로벌 3위 웨이퍼 업체 SK실트론 인수(지분 70.6%)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이러한 재무적 자유도가 거둔 정점이라는 평가다.

현재 SK실트론 인수는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위한 세부 사항 조율 단계로, 이르면 하반기부터 실적 기여가 시작될 전망이다.

상장 자회사들의 동반 질주 역시 그룹 시총 132조 돌파의 핵심축이다. 연초 이후(1월 2일~5월 6일 종가 기준) 주요 계열사의 주가 상승률은 기록적이다.

두산테스나(+158.78%)가 AI 반도체 후공정 물량 폭주로 지각변동을 일으킨 가운데 두산에너빌리티(+68.88%)와 두산로보틱스(+30.39%)가 각각 원전과 로봇 시장에서 실질적 수주 잔고를 확보하며 화력을 더했다.

두산테스나 서안성사업장 전경. 사진=두산


재무적 자유도와 자회사들의 펀더멘털은 공격적 투자와 주주환원의 병행을 가능케했다.

법적 지주사 지위 반납 이후에도 잔존하던 구조적 저평가(지주사 할인) 요인들은 최근 전자BG의 사업적 실체 부각과 공격적인 주주환원 정책에 힘입어 전례 없는 수준으로 낮아지는 추세다.

지주사 규제 해소로 확보한 현금 동원력이 SK실트론 인수와 대규모 설비 증설로 이어지며 성장판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반기 예정된 자기주식 소각과 보통주 1000원의 분기 배당 실시는 실적 성장에 기반한 주주가치 제고 자신감으로 풀이된다.

분당 두산타워. 사진=한국경제신문


‘웨이퍼-소재-테스트’ 수직계열화…AI 토털 솔루션 완성

SK실트론 인수는 두산그룹 반도체 전략의 승부수이자 사업 구조 재편의 완성이다. 이번 빅딜을 통해 두산은 웨이퍼(SK실트론)→소재(전자BG)→테스트(두산테스나)로 이어지는 전·후공정 수직계열화를 구축하게 됐다.

반도체 기초 소재부터 최종 검증까지 그룹 내 인프라로 해결 가능한 독보적 가치사슬을 확보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이 같은 포트폴리오의 완결성이 황제주 지위를 공고히 하는 핵심 펀더멘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에너지(원전/SMR), 소재(하이엔드 CCL/웨이퍼), 하드웨어(로보틱스)를 모두 보유한 사업 구조가 AI 시대를 관통하는 통합 솔루션으로 기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수 시너지의 핵심은 AI 반도체 시장에서의 글로벌 협상력 제고에 있다. 전자BG가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의 저손실 CCL 기술과 SK실트론의 웨이퍼 제조 역량이 결합할 경우 엔비디아를 비롯한 글로벌 팹리스 고객사를 상대로 한 통합 솔루션 제공이 가능해진다.

시장에서는 인수 성공 시 그룹 내 반도체 및 첨단소재 부문 합산 매출이 약 3조5000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본다.

하반기부터 SK실트론의 실적이 연결 재무제표에 반영될 경우 지주사의 현금 창출력은 한 단계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5조원 규모의 인수 자금 조달에 따른 단기적 재무 부담 우려보다 수직계열화가 창출할 중장기적 프리미엄과 30%에 달하는 전자BG의 수익성에 시장은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결국 지주사 규제 해소로 확보한 투자 기동성이 ‘AI 소재 기업’으로의 정체성 변화를 이끌며 지주사 할인율을 상쇄하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130년 최고 기업→글로벌 테크그룹 변신

시장에서는 현재 두산의 주가 상승을 단순한 순환매가 아닌 기업 DNA의 근본적 변화로 보고 있다.

박승직 상점에서 출발해 맥주와 중공업을 거쳐 이제는 ‘AI·로봇·원전’이라는 미래 기술의 핵으로 이동한 두산의 생존 본능이 다시 한번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의 상승세는 기업의 체질 자체가 전통 제조에서 첨단 테크로 치환된 결과”라며 “지주사 규제 탈피로 확보한 자금력을 로보틱스와 반도체 등 유망 신사업에 집중 투자한 박정원 회장의 승부수가 시총 132조 돌파라는 결실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다만 대규모 M&A에 따른 차입금 이자 비용 관리와 단기 급등에 따른 밸류에이션 부담은 상존하는 변수다. 실제 5조원 규모의 SK실트론 인수 자금 조달 방식과 금리 추이에 따라 단기적 수익성 변동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AI와 에너지라는 글로벌 산업 조류를 동시에 거머쥔 두산의 성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두산은 이제 발전기 터빈을 넘어 AI 가속기와 반도체 웨이퍼를 통해 그룹의 100년을 책임질 미래 동력 확보 단계에 진입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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