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종식 3년 지났는데…일상 마비된 ‘롱코비드’ 환자 27만명

최원석 기자(choi.wonseok@mk.co.kr) 2026. 5. 11.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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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전라북도에 거주 중인 장희선 씨(26)는 5년 전인 2021년 코로나19에 감염된 이후 일상이 멈췄다. 코로나19 자체는 한 달 만에 완치됐지만 이후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완치 후 5년이 다 된 지금까지도 종종 원인 모를 고열에 시달리며 중증 소화기 장애, 신경 장애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수차례 대형 병원에 다녀왔지만 원인을 찾지 못한 채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만 받고 있다.

다니던 대학도 휴학한 장씨는 현재 집 밖에 못 나가고 사람도 만나지 못한 채 자신의 방 안 침대에서만 시간을 보낸다. 음식을 먹지 못해 콧줄에 의존하고, 근감소증 때문에 휠체어가 없으면 이동조차 하기 어렵다. 수차례 복학 시도를 해봤지만 금세 증상이 악화돼 다시 휴학을 선택해야만 했다. 혼자서라도 공부하려고 책을 읽지만 인지력이 떨어져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꽃이 좋아 원예학과를 선택했던 그는 다양한 진로를 고민하고 있었지만 현재 그의 꿈은 오직 ‘학교로 돌아가는 것’이다. 인간관계도 끊겨 우울증까지 생겼다는 장씨는 “학교 캠퍼스를 걸어다니고 친구들과 학식을 먹는 게 소원”이라며 “언제까지 이렇게 지내야 하는지 기약조차 없다는 게 가장 힘들다”고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종식’이 선언된 지 3년이 흘렀지만 10일 장씨를 비롯한 상당수 사람이 여전히 코로나19 후유증인 ‘롱코비드’로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롱코비드는 코로나19 완치 후에도 3~6개월까지 증상이 이어지는 것을 말한다. 쉽게 피로감을 느끼거나 기억력 감퇴, 인지 장애(브레인 포그)를 겪는 사례가 많고, 심하게는 소화계나 신경계에 중증 장애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후유증의 증상만 200여 개에 달한다. 인류가 지금까지 경험한 어떤 감염병보다 후유증이 다양하고 정도가 심하다.

문제는 후유증의 원인을 아직 모른다는 점이다. 구체적인 기전이 밝혀지지 않아 환자가 증상을 호소해도 코로나19 후유증 때문인지, 아니면 별도의 질병인지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현재 국내에 코로나19 후유증 환자가 얼마나 있는지, 중증 후유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현재 진료 코드에 따른 코로나19 후유증 환자 수는 최근 4년간 27만명에 달한다. 2020년 196명에서 무려 55배나 증가한 수치다. 증상 기준으로만 구분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 코로나19 후유증 환자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후유증을 판단할 구체적인 기준이 없기 때문에 환자들은 원인을 알지 못한 채 여러 병원을 찾아다니는 경우가 많다. 김성한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보통 환자들이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도 호르몬이나 염증 수치가 정상으로 나오기 때문에 마땅한 치료 방법이 안 나오고 환자들은 원인을 알 때까지 병원을 찾아다닌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코로나19 후유증을 입증할 의학적 근거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김 교수는 경증 코로나19 후유증 환자의 뇌에서 구조적 변화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최초로 규명했다. 코로나19 감염자 269명의 뇌를 자기공명영상(MRI)으로 분석한 결과 대뇌피질, 해마, 백색질 등에서 신경이 손상되거나 피질이 위축되는 등의 변화가 발견됐다.

해당 영역은 인지 통합, 기억 형성 등에 영향을 미치는 부위다. 코로나19로 인해 변형된 뇌 구조가 회복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지난 4년간 국내 코로나19 환자 약 1만명을 분석한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국내 환자들은 해외보다 인지 장애를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며 “후속 연구를 통해 지원책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중증 환자에 대한 산정특례 등 별도의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코로나19 후유증 여부와 중증이 모두 모호한 상태라 정부가 지원책을 만들기는 아직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진료 현장에 코로나19 후유증 진단 및 진료 체계가 구축되는 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최근 질병청은 4년에 걸친 ‘코로나19 후유증 조사연구 사업’을 끝내고 한국형 진단 체계도 개발했으나 진료 현장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후속 연구 사업을 통해 중증 환자에 대한 추적 조사를 이어갈 예정이고 관련 치료제 개발도 추진할 것”이라며 “5년 정도 더 기다려야 구체적인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나와 있는 코로나19 후유증 치료제는 전무하다. 해외에서 몇몇 기업이 관련 치료제를 개발 중이지만 아직 초기 임상 단계 수준이라 출시가 요원한 상황이다. 이 교수는 “현재로선 사전 예방이 유일한 방법”이라며 “백신을 접종할 경우 후유증 위험이 최대 58%까지 낮아진다”고 했다. 또한 코로나19 급성기에 경구 치료제인 팍스로비드를 사용해도 후유증 위험이 낮아지는데 현재 치료제 비용만 회당 100만원에 달한다. 이 교수는 “중증 환자를 선별하기 어렵다면 치료제만 재정적으로 지원해줘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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