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억'에 팔린 익스프레스…요원해진 홈플러스 회생
대금 지급도 두 달 후…MBK DIP 1000억 소진
37개 점포 영업중단…추가 분리 매각도 추진

올해 초 시작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리 매각이 마침내 성사됐다. 하지만 매각대금이 당초 목표의 절반에도 못 미쳐 당장 급한 불을 끄기에도 역부족이다. 홈플러스는 결국 점포 상당수의 영업을 중단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회생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턱없이 부족하다
홈플러스는 지난 7일 하림그룹 계열사 NS홈쇼핑과 슈퍼사업부문(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영업양도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매각으로 홈플러스가 받는 현금은 1206억원이다. NS홈쇼핑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채무 중 일부를 승계하는 조건이어서다. 익스프레스의 순자산이 약 146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낮은 금액이다.
문제는 이 금액이 홈플러스가 기대했던 수준에 한참 못 미친다는 점이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12월 법원에 제출한 회생계획안에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으로 3000억원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당초 홈플러스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리 매각으로 3000억원을, 긴급운영자금(DIP) 대출 3000억원을 끌어와 총 6000억원을 모으겠다는 계획이었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 대주주 MBK파트너스가 최대 채권자 메리츠금융그룹과 산업은행에 각각 1000억원씩의 DIP 분담을 제안했으나 두 곳 모두 응하지 않았다. 결국 MBK파트너스가 지난 3월 단독으로 1000억원을 긴급 투입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벌써 대부분 소진된 상태다.
사실상 운영자금이 바닥을 드러낸 상황이지만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대금은 두 달 뒤인 7월에야 들어올 예정이라는 점도 문제다. 홈플러스가 연체한 협력사 물품대금은 2000억원에 육박하고 세금 체납액도 1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은 간신히 성사시켰지만 매각대금으로는 밀린 빚을 갚기도 빠듯한 셈이다.
믿을 건 메리츠뿐?
이런 상황에서 홈플러스가 기댈 곳은 메리츠금융그룹뿐이다. 홈플러스는 올해 초 MBK파트너스가 메리츠금융그룹에 DIP 분담을 제안했을 때부터 지난 4월 30일 회생절차 연장 당시, 그리고 이번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발표에 이르기까지 메리츠금융그룹에 거듭 자금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홈플러스가 메리츠금융그룹에 계속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메리츠금융그룹이 홈플러스의 최대 채권자이기 때문이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메리츠금융그룹은 약 1조2000억원 어치의 홈플러스 채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68개 점포를 부동산 담보로 잡고 있다. 이 담보 가치는 4조원 상당이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30일 입장문에서 "현 시점에서 대규모 유동성을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는 현실적인 주체는 메리츠금융 그룹이 사실상 유일하다"며 메리츠금융그룹의 협조를 구했다.

하지만 메리츠금융그룹이 구체적인 회신을 하지 않자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실제로 홈플러스는 지난 8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회생절차 개시 이후 부동산 등 자산매각을 통해 확보한 모든 자금이 메리츠 대출금 변제에 사용되고 있어 최소한의 운영자금조차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현금화가 가능한 홈플러스 자산 전부를 담보로 보유하고 있는 메리츠의 자금 지원 없이는 사실상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메리츠가 담보로 자산을 묶어놔 홈플러스가 자금을 마련할 수 없으므로 메리츠금융그룹이 자금 지원을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메리츠금융그룹이 선뜻 추가 자금을 지원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홈플러스의 영업 상황이 악화일로인 상황에서 추가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메리츠금융그룹 내부에서도 추가 지원이 실익이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 물품구매전단채 피해자들의 반대도 거세다. 전단채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4월 말 "메리츠가 DIP 대출을 실행할 경우 우선수익자 추가지정 금지 가처분 신청과 업무상배임죄 고발을 하겠다"고 밝혔다. DIP는 공익채권으로 최우선 변제되기 때문에 DIP가 늘수록 후순위 채권자인 전단채 피해자들의 변제 가능성이 낮아진다.
요원한 회생
메리츠금융그룹의 답을 기다릴 여유가 없는 홈플러스는 결국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홈플러스는 지난 8일 2차 구조혁신안을 내놓고 전국 104개 점포 중 37개의 영업을 오는 10일부터 7월 3일까지 약 두 달간 잠정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회생절차 개시 이후 주요 거래처들이 납품조건을 강화하면서 전 점포에 상품을 공급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매대가 비어가면서 고객 이탈이 심화해 매출이 전년보다 50% 넘게 감소한 상황이다.
이에 홈플러스는 나머지 67개 핵심 점포에 집중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제한적으로 공급되고 있는 상품을 67개 점포에 집중 배치해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미 상품 부족으로 고객이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점포까지 닫으면 고객 이탈이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함께 홈플러스는 수정 회생계획안도 준비 중이다. 핵심은 '추가 분리 매각'이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에 이어 대형마트와 온라인 등 잔존사업부문도 따로 매각해 미지급 채권을 상환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대형마트와 온라인까지 추가 분리 매각에 성공할 경우 홈플러스에 남는 사업이 없다는 점이다. 사실상 회생을 위한 자금 확보가 아니라 사업부문을 조각조각 매각해 채권단에 나눠주는 식으로 해체 수순을 밟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영업 중단에 추가 분리 매각까지 이뤄질 경우 홈플러스가 유통회사로서의 경쟁력을 다시 회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회생계획안 승인 여부를 떠나 정상 영업 기반을 되찾을 수 있을지가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정혜인 (hi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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