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예측 포기?' 코스피 7500 시대, 어디까지 가나

김태현 기자 2026. 5. 11.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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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최고 전망치 5500을 4개월 만에 돌파… 골드만삭스는 9000 제시, 불장에도 눈물 흘리는 곱버스 개미들, 그리고 잔치 뒤에 숨은 폭탄

[우먼센스] 연초 전문가들이 내다본 코스피 최고치는 5500이었다. 시장은 그 숫자를 4개월 만에 비웃으며 7500으로 달렸다. 그러나 잔치가 한창인 지금, 도화선은 이미 타들어 가고 있다.

사진=임준선(이오이미지)

"어제 하이닉스가 또 최고가 찍었대요. 저 샀어야 했는데."

직장인 A 씨는 요즘 점심시간이 두렵다. 식사 후 카페 옆 테이블에서도, 회사 흡연장에서도 어김없이 주식 얘기가 흘러나온다. 종목 이름이 오가고, 수익률이 오가고, '얼마에 샀냐'는 질문이 뒤따른다. A 씨는 "밥 먹으러 갔다가 주식 못 산 죄책감만 안고 돌아온다"고 했다. 

또 다른 회사원 B 씨는 주식에 열심이다. 회사 내 사원들끼리 단톡방에서 주식 얘기가 끊이지 않는다. B 씨는 "최근 흡연장에서 '한화그룹 종목이 더 오를 것 같다'며 열띈 토론이 오가길래 모두가 주식 얘기하는 지금이 고점인가 싶었다"고 말했다. 

노인정에서도, 동네 마트 계산대 앞에서도 주식 얘기가 나온다는 건 이제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코스피가 7500을 향해 달리는 요즘, 어딜 가나 펼쳐지는 풍경이다.

연초 전망은 이미 옛날 얘기

올해 1월, 국내 증권사들은 저마다 코스피 연간 목표치를 내놓았다. 가장 공격적이었던 현대차증권·NH투자증권·씨티의 상단이 5500포인트였고, 대다수는 4500선 안팎을 점쳤다. 김영익 서강대 교수처럼 '3500이 적정 수준'이라고 강조한 비관론도 있었다. 연초 첫 거래일 직후 키움증권이 전망 상단을 5200으로 올려 잡으며 "예상보다 강하다"고 분석한 것조차 이제는 낡은 숫자처럼 들린다.

사진=Gemini 생성

5월 8일 코스피는 7,498포인트로 장을 닫았다. 4거래일 연속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다. 연초 대비 75% 상승. 코스피는 1월 22일 처음 5000을 돌파한 뒤 2월 24일 6000을 넘겼고, 5월 6일에는 7000 고지마저 밟았다. 연간 목표 상단을 가장 높게 제시했던 증권사들의 예측이 불과 4개월 만에 현실에 추월당했다.

실적이 만든 랠리, 숫자가 증명한다

이 랠리의 뿌리는 실적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에만 영업이익 57조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756% 폭증한 수치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률은 72%에 달했다. 반도체 기업이 매출의 4분의 3 가까이를 이익으로 남겼다는 얘기다.

보스턴 다이나믹스가 X에 공개한 아틀라스 영상. 사진=X

실물 지표도 이 상승세를 뒷받침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 경상수지는 373억 달러(약 54조 원) 흑자로 역대 최대를 경신했다. 올해 1분기 누적 흑자는 737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8배에 달한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149% 급증했고 전체 수출은 57% 늘었다. 그리고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코스피 목표치를 9000으로 올려 잡으며 주목받고 있다. "한국 증시가 올해 세계에서 가장 인상적인 랠리를 연출하고 있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다.

7498.00에 장을 마치며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5월 8일 장의 주인공은 현대차그룹이었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개발형 모델이 손을 짚고 다리를 들더니 360도를 회전하며 기계체조 동작을 선보이는 영상이 도화선이 됐다. 

여기에 미국 법원의 글로벌 10% 관세 무효 판결까지 겹치면서 현대오토에버가 상한가를 기록했고, 현대모비스(15.29%), 현대차(7.17%), 기아(4.38%)가 동반 급등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나스닥 상장이 다음 달 결정된다는 소식도 기대를 부풀렸다. SK하이닉스는 장 초반 약세를 딛고 후반 상승 전환에 성공해 사상 최고가를 또 새겼다.

수급은 팽팽하게 맞섰다. 외국인은 이틀간 12조 원 넘게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은 같은 기간 약 10조 원을 사들였다. 외국인이 던질 때마다 개인이 받아내며 지수를 떠받치는 구도가 이어졌다. 증시 대기자금은 137조 원까지 불어났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출범한 밸류업 지수도 조용히 기록을 새겼다. 연초 대비 65.8% 오르며 코스피 상승률(56.5%)을 9.2%포인트 앞질렀고, 2024년 9월 산출 시작 이후 누적 수익률은 200%를 돌파했다.

불장의 왕따, 불장에도 우는 사람들

이 랠리와 무관하게 소외된 종목도 있다. 대표적으로 한때 국민주로 불렸던 네이버와 카카오다. 4월 코스피가 30% 가까이 오르는 동안 두 종목의 상승률은 3%에 못 미쳤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성장 서사가 없다는 점을 꼽는다. 

사진=Gemini 생성

카카오는 2년 전 130개를 넘던 자회사를 90개 수준으로 정리하며 몸집을 줄였지만, 해외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네이버는 7분기 연속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냈음에도 PBR은 1.1배까지 눌렸다. 기대를 모았던 사우디아라비아 디지털 트윈 프로젝트마저 미국-이란 전쟁으로 중단 위기에 처했다. 시장의 메시지는 냉정하다. 쇼핑으로 꼬박꼬박 이익을 내는 것만으로는 주가를 움직일 수 없다. 지금 투자자들이 매수하는 회사는 이익률을 지키는 회사가 아니라, 다음 성장이 어디서 올지 보여주는 회사라는 방증이다.

모두가 웃는 이 잔치판에서 홀로 눈물을 흘리는 투자자들이 있다. 지수 하락에 2배 베팅하는 '곱버스(인버스 2X)' 상품에 올라탄 개인 투자자들이다. 더 안타까운 건 이들이 줄어들기는커녕 코스피가 오를수록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코스피가 연초 대비 75% 오르는 동안, 곱버스 ETF 연초 이후 수익률은 마이너스 약 80% 안팎으로 쪼그라들었다. 1억 원을 넣었다면 손에 남은 건 약 2000만 원 남짓 수준이다. 지난 4월 29일에는 곱버스 ETN 4개 종목이 강제 청산됐다. 대표적인 곱버스 상품인 KODEX 200 선물인버스2X는 1월 2일 주당 약 500원원대였던 가격이 123원까지 밀렸다. 

더 역설적인 것은 지수가 오를수록 곱버스 매수세가 오히려 늘어난다는 점이다. 지난 4월 한 달간 개인 순매수 ETF 1위가 대표 곱버스 상품으로, 무려 6454억 원이 몰렸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프로들은 손절을 기계적으로 한다. 하지만 손실 경험이 많지 않은 투자자는 합리적 판단보다 만회 심리가 먼저 움직인다. '조금만 버티면 조정이 온다'는 믿음이 강해질수록 다른 신호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분석의 자리에 고집이 들어서는 순간, 곱버스를 장기 보유하며 돈이 서서히 녹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설명했다. 

잔치 뒤에 숨은 폭탄, 전쟁이 만든 물가의 도화선

지수가 7500을 향해 달리는 동안, 조용히 타들어 가는 도화선이 하나 있다. 미국-이란 전쟁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하루 1200만 배럴 이상의 원유 공급이 막혔다.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들고 있다. 5월 9일 현재 미국과 이란 협상이 진정되며 약 95달러 수준에서 머물고 있지만 연초에 비해 큰 폭으로 오른 상황이다. 

사진=Gemini 생성

문제는 원유가 단순히 주유소 기름값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원유에서 추출되는 나프타는 플라스틱·합성수지의 원료다. 단열재, 도료, 포장재, 화학제품까지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거의 모든 공산품의 원가가 함께 오르고 있다. 최근 미국 연준은 기업 경영진들로부터 "알루미늄, 헬륨, 디젤 연료 같은 산업 핵심 투입재 가격이 심각한 부담"이라는 얘기를 직접 듣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뉴욕 연준의 글로벌 공급망 압력 지수는 2022년 7월, 팬데믹 공급 대란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한국 물가도 이미 반응했다. 4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2.6% 올랐다. 석유류 가격이 21.9% 뛰며 전체 물가를 0.84%포인트 끌어올렸다. 경유는 30.8% 올랐고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인 2022년 이후 최대 폭 상승이다. 정부가 휘발유를 리터당 1934원으로 묶는 최고가격제를 유지하지 않았다면 2200원을 넘겼을 것이라는 시뮬레이션 결과까지 나왔다.

사진=Gemini 생성

증시에 더 직접적인 위협은 금리다. 미국 연준 일부 인사들은 금리 인상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했다. 연준이 물가 지표로 활용하는 PCE는 3월 기준 3.5%로, 두 달 만에 0.7%포인트 급등했다. 시장에서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는 사실상 사라진 상태다. IMF는 전쟁이 내년까지 이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세계 성장률이 2%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S&P 글로벌에 따르면 4월 한 달간 세계 원유 재고는 하루 660만 배럴씩 소진돼 사상 가장 빠른 속도를 보여줬다. 

낙관론자들은 '전쟁은 이미 상수가 됐고 투자자들이 서서히 신경쓰지 않게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비관론자들은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는 순간 충격은 한꺼번에 온다"고 맞서고 있다. 코스피 7500이 실적과 유동성으로 만들어진 랠리라면, 그 랠리를 한 번에 뒤집어 유동성이 썰물처럼 빠질 가능성도 존재하는 셈이다. 물가가 예상보다 빠르게 튀고 연준이 금리 인상 카드를 다시 꺼내드는 순간, 그것이 이 잔치를 끝낼 신호탄이 될 수 있다.

다음 차례는 어디? 상법 개정 수혜주를 보라

리스크를 짚었다면 기회도 짚어야 한다. 반도체와 AI 밸류체인이 이번 랠리를 이끌어온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다음 바통은 어디로 넘어갈까.

시장 일각에서는 상법 개정 수혜주, 즉 지배구조 개선 기대감이 부각되는 종목들을 주목하는 시각이 조심스럽게 늘고 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포함한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이 설계된 지 꽤 시간이 흘렀지만, 정작 혜택을 입었어야 할 지주사·금융주·내수 우량주들은 수출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오른 상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이 낮은 주주환원과 불투명한 지배구조였다면, 상법 개정 효과가 실제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으로 가시화되는 시점에 이 종목들에 재평가의 불이 붙을 수 있다. 반도체 수출 수혜주가 먼저 달렸다면, 이제 주주환원 확대의 온기가 나머지 시장으로 번지는 2라운드가 시작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지배주주 관련 기업에 투자한 가치투자자 C 씨는 "제도가 바뀌었다고 주가가 자동으로 오르지는 않는다. 오히려 주주총회 등에서 상법 개정으로 표 대결 등이 일어나 이사회가 바뀌는 일이 일어난다면 그게 촉매가 될수도 있다. 앞으로 주주총회 풍경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투세 공포가 다시 온다

다만 한 가지 변수는 챙겨둘 필요가 있다. 6월 3일 지방선거다. 선거가 끝나면 향후 2년간 대형 정치 일정이 없다. 상반기 내내 증시 활성화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던 정책 기조가 선거 이후 재정 건전성·물가 안정·환율 방어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길 가능성이 있다. 국민연금이 상반기 동안 조절해온 리밸런싱을 재개할 경우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사진=Gemini 생성

여기에 하나 더 주목할 변수가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 있다. 금융투자소득세, 즉 금투세가 다시 시행될 가능성이다. 청와대는 "현재로서 논의한 바 없다"고 공식 부인했지만, 시장은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투자자들이 금투세에 공포심을 가지는 건 과거 금투세 도입이 본격화된 국면에서 증시가 폭락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4월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현행 증권거래세의 '역진성'을 지적하며 "돈을 못 벌어도 거래세는 내야 한다"는 구조적 문제를 언급했다. 대통령 스스로 짚은 것이다.

전업투자자 C 씨는 "금투세가 빠르면 내년에 시행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코스피가 2500이던 시절 "시장이 너무 어렵다"는 이유로 폐지한 세금을 7500 시대에 다시 꺼낼 명분은 이전보다 훨씬 커졌다. 6월 선거가 끝나는 순간, 정치적 부담도 함께 걷힌다"면서 "최근 가상자산 과세 토론회에서 재경부 관계자가 '20% 세율은 오히려 감사해야 할 제도'라고 발언해 논란이 된 것도,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꾸준히 금투세 재논의를 주장해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라고 지적했다. 

7500을 넘어선 코스피가 다음에 어디를 향할지, 전문가들도 이제는 섣불리 숫자를 내놓지 않는다. 올해 내내 시장은 예측을 앞질러 왔다. 다만 이 랠리가 얼마나 더 이어지든, 한 가지만은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어떤 랠리에도 쉬어가는 구간은 반드시 온다. 하락장이 오지 않는 상승장은 없다. 문제는 그것이 언제 오느냐가 아니라, 왔을 때 어떻게 버티느냐다.

경제 유튜버 슈카월드의 전석재 씨 얘기를 새겨 들을 필요가 있다. "대응하려 하지 말고 대비하세요.  스타크래프트에서 럴커의 가시가 날아오는 걸 보고 피하려 들면 이미 늦는다. 그걸 피하는 건 임요환 같은 프로게이머나 가능한 일이다. 우리 같은 일반 투자자가 할 수 있는 건 하락장이 왔을 때 하는 게 아니다. 지금 이 상승장이 한창일 때 해두는 것이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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