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디스카운트 끝내자"…중복상장 칼 빼든 금융당국
일본식 밸류업 개혁 속도…저PBR 기업 공개 압박 현실화
"7천피는 유동성, 8천피는 신뢰의 영역"…시장 체질 개선 시험대
![[사진제공=연합뉴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11/552778-MxRVZOo/20260511065347531divc.jpg)
코스피가 75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다시 쓰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더 근본적인 곳을 향하고 있다.
한국 증시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유동성 랠리가 아니라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끝낼 구조 개혁이라는 판단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최근 중복상장 규제와 저PBR(주가순자산비율) 개혁, 밸류업 공시 강화 등을 동시에 밀어붙이며 자본시장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한국 증시가 처음으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구조 개혁 단계에 들어갔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당국이 사실상 '중복상장 원칙 금지' 수준의 규제 카드를 꺼내 들면서 재계와 투자업계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 "한국 증시는 왜 늘 할인받나"…외국인이 본 핵심 문제
그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 가장 반복적으로 제기한 문제는 의외로 실적이 아닌 지배구조였다.
대표 사례가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이다. 배터리 사업을 물적분할한 뒤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하면서 기존 LG화학 일반주주들은 핵심 성장사업 가치가 빠져나갔다고 반발했다. 두산그룹의 구조 개편 과정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반복됐다.
이른바 쪼개기 상장에 대해 기업은 신규 자금 조달에 성공하지만 기존 주주는 가치 희석을 떠안는 구조라는 비판이었다.
문제는 이런 사례가 한국에 지나치게 많다는 점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중복상장 비율은 18.4%에 달했다. 일본(4.38%), 미국(0.35%)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이 한국 기업에 낮은 밸류에이션을 적용하는 배경에도 이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 일본은 PBR 개혁으로 증시 살렸는데…한국도 따라간다
금융당국이 최근 일본 사례를 유독 강조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일본은 도쿄증권거래소(TSE)를 중심으로 저PBR 기업 압박에 나선 이후 증시 체질이 빠르게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단순히 주가를 띄운 것이 아니라 기업들에게 '자본 효율성을 높이지 않으면 시장에서 도태된다'는 신호를 준 것이다.
한국 역시 비슷한 흐름으로 움직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앞으로 동일 업종 내 PBR 하위 20% 기업을 정기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사실상 '저평가 방치 기업 리스트'를 시장에 공개하겠다는 의미다.
국회에서는 2년 연속 PBR 1배 미만 기업에 대해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를 의무화하는 법안도 논의되고 있다.
현재까지 밸류업 공시에 참여한 상장사는 700개를 넘어섰지만, 시장 내부에서는 아직 보여주기 수준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최근 신규 참여 기업 대부분이 고배당 기업에 집중되면서 실질적인 체질 개선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코스닥 시장 참여율은 여전히 낮다. 기술 성장 기업들은 투자 부담과 공시 부담을 이유로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 "7천피는 반도체, 8천피는 제도"…시장 신뢰 시험대
시장에서는 최근 코스피 급등의 1차 동력으로 AI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외국인 자금 유입을 꼽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실적 개선 기대감이 지수를 밀어 올렸다는 의미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지금부터는 다른 단계라는 말이 나온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7000선 돌파는 유동성과 반도체 랠리의 결과라면 8000선은 시장 신뢰 회복 여부가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며 "외국인은 결국 제도와 지배구조를 본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삼성전자·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장까지 추진하는 것도 같은 흐름이다. 미국으로 빠져나간 개인 투자 자금을 국내 시장 안으로 묶어두겠다는 계산이다.
결국 현재 한국 증시는 단순한 강세장이 아니라 '시장 구조 재평가' 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코스피가 저평가됐던 이유가 성장 부족 때문이었다면, 지금은 오히려 반대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경쟁력과 AI 수혜 기대에도 한국 증시가 선진국 대비 낮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결국 '주주 친화적 시장'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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