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국 정의당 서울시장 후보] “사표는 없다, 가치에 맞는 후보 지지해 달라”

서울시 공공노동자들의 '진짜 사장'이 되길 꿈꾸는 6·3 동시지방선거 후보가 있다. 지난 대선 TV토론에서 '트럼프 레드카드'로 이름을 알린 거리의 변호사 권영국(62·사진) 정의당 대표다.
출마 목표는 대선과 같다. 거대 양당 중심의 선거 구도에서 빛을 잃은 불평등·양극화 의제를 전면에 내걸고 진보정치를 재건하겠다는 것이다. 상황은 그때보다 더 녹록지 않다. 권 후보의 21대 대선 득표율 0.98%. 19대 대선 6.17%, 20대 대선 2.37%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아졌다. 원외 진보정당의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드는 형국이다. 권 후보는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의 가치에 맞는 후보를 지지해 달라"고 당부했다.
권 후보는 "성장을 주장할 때 균형·분배 이야기를 할 정치 세력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며 이번 지방선거가 정의당의 2028년 총선 원내 진입을 위한 디딤돌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6일 서울 강서구 강서양천민중의집에서 권영국 후보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불평등·양극화·기후' 중심 의제로 끌어올릴 것
쫓겨나고 밀려나는 서울 바로잡고자 시장 출마
- 1년여 전에는 대선 후보로, 지금은 서울시장 후보로 <매일노동뉴스> 독자들과 만나게 됐다.
"성장이나 코스피에 밀려나고 있는 불평등·양극화·기후 등의 문제를 다시 지방선거의 중심 의제로 끌어올리겠다는 각오를 가지고 출마했다. 1980년대 초에 대학을 서울에서 다녔다. 가난한 유학생이었다. 지금도 철산동의 경사로가 기억난다. 개발을 막 시작하려고 하던 무렵이었다. 개발된 서울이 화려하고 편리해졌다고 하는데, 오히려 집값 폭등과 고비용화된 생활비 때문에 서민들이 살기에 어려운 도시가 됐다.
실제 살던 사람들은 쫓겨나고, 일하는 사람들은 주변부로 밀려나서 출근해야 한다. 잘못된 서울을 평등하고 인간답게 만들어 보고 싶다. 지난해 12월 경기도 고양시에서 서울 마포구로 이사했다. 서울시장 출마를 염두에 뒀던 건 아니었다. 당 활동이 서울 중심이었기 때문에 먼 거리에 있기는 어렵다는 생각을 하고 들어왔는데 지방선거 시기와 겹쳤다. 아마 경기도에 있었으면 경기도지사에 나갔을 거다.(웃음)"
-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을 위한 '노동권 보장 조례' 제정, 공공부문 직접 교섭, 인공지능(AI) 도입시 노동영향평가제 도입 등을 노동공약으로 발표했다.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공약은 무엇인가.
"AI 도입에 따른 여러 우려가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다. AI가 사람을 완전히 대체하는 방식으로 갈 거냐, 노동을 보완하기 위한 쪽으로 갈 것이냐의 문제는 정책이나 정치의 영역이다. 노조와 충분히 교섭하고 협상하며 풀어가겠다. AI 전환이 일자리와 노동조건에 미칠 노동영향평가를 제도화하고, 조례를 제정해 AI 전환 기금을 만들고 싶다. 노동영향평가와 교섭을 병행하더라도 전환은 피할 수 없다. 전환에 따른 교육·훈련, 그 기간의 소득을 기금으로 지원하는 거다. 서울은 노동의 권리와 가치를 시정 최우선에 둘 거다. 노동부시장을 두고, 현재 노동정책과를 노동정책실로 격상해서 노동 전담 기구를 만들겠다."
- 재정 확보 방안은.
"서울시 예산을 어떻게 재편하는지의 문제다. 오세훈 시장의 정책은 퇴출 대상이다. 사람들의 삶보다도 개발 지상주의와 외적 이미지에 치중한 전시행정 위주의 정책들을 폈다. '약자와의 동행'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약자가 누구인가. 100미터 이상 되는 고층 빌딩인가, 한강버스인가, 광화문 '감사의 정원'인가.
또 빅테크나 플랫폼 기업처럼 AI가 도입됐을 때 초과이익을 보는 곳이 있지 않나. 그런 기업들이 일정하게 기여금을 의무적으로 낼 방법을 찾아 AI 전환 기금에 쓸 것이다. (법 제·개정 없이도) 탄력세율 같은 것을 조정하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시혜·혜택' 민주당과 본질적으로 달라
조례 이행 위해 행정당국 지원·압력 행사
-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도 AI 전환지원위원회 등을 포함해 서울형 프리랜서 권리헌장 제정, 서울형 노동시간 단축 시범 사업 등을 주요 노동공약으로 발표했다. 방향이 비슷하다.
"민주당이 정의당의 노동공약을 참고한 것 같다. 좋은 정책을 반영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노동을 권리의 주체로 생각하냐, 시혜나 혜택의 대상으로 생각하냐는 거다. 자꾸만 뭔가를 해준다고 하는 관점으로, 탁상행정으로 정책을 만들면 실제 당사자들이 가장 힘들게 느끼는 부분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나는 민주당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노동자 당사자의 목소리를 직접 교섭석상에서 듣고 협의하고 구속력이 있는 협약을 체결하는 과정을 만들겠다. 공공부문을 예로 들면 서울시가 관할하는 노동자가 민간위탁까지 포함해 15만명 정도 된다. 진짜 사장으로 교섭의 파트너가 되겠다. 노동하는 사람들이 존중받는 대상이 아닌, 당당한 주체로 우리 사회를 책임지고 나갈 수 있는 체계를 만들고 싶다는 거다."
- 노동권 보장 조례와 초기업교섭촉진조례 등 조례 제정 공약이 많이 보인다. 어떻게 구속력을 확보할 생각인가.
"서울이 모범이 돼 민간으로 확산하겠다. 조례가 유명무실해지는 이유는 행정당국이 지원과 압력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근로감독관이 (노동감독관 직무집행법 제정에 따라) 지방으로 이양된다. 감독 권한을 충분히 활용하고, 노동부시장에게 민간기업 교섭 중재·촉진 역할을 맡기겠다."
"벤치마킹하도록 해야 한다. 다른 지역에도 노조가 많지 않나. 서울의 모습을 선례로 지역에서 요구를 계속 해서, 하향평준화가 아니라 상향평준화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원외 3당 '신호등 연대' 신뢰 쌓는 과정
지방선거 5% 지지율 얻어 총선 도전할 것
- 지난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선거를 치렀던 진보 원외 3당(노동당·녹색당·정의당)이 지방선거 대응에 각각 나섰다. 정의당은 지방선거에서 무엇을 얻고자 하나.
"윤석열 탄핵 광장에서는 내란을 청산해야 한다는 중요한 목표가 하나 있었다. 우리 삶을 바꿀 수 있도록 사회를 대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분리돼 있는 목소리가 아니었다. 정권교체를 통해 사회를 전면적으로 바꿔달라는 주장이었다. 그런데 여전히 한국 사회 정치는 거대 양당 중심의 정쟁에 편중돼 있다. 노동·분배·생태 등의 문제가 어마어마하게 지워졌다.
보수정치에는 없는 왼쪽·아래쪽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할 진보정치를 자리매김하고 발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당대표로서의 책무라 보고 있다. 적어도 민주당에 기생해 존재하는 정치가 아닌, 민주당과 충분히 당당하게 경쟁하고 견제할 수 있는 진보정치의 토대를 닦고, 노·녹·정 신호등 연대를 최대한 강화해서 진보정치를 계속 발전하도록 모색하는 것이 주요하다."
- 신호등 연대가 어느 정도의 결속력을 가지는지, 최종적인 목표가 무엇인지 명확히 합의되지 않은 것 같다.
"정책에는 함께하고 후보 조정은 최대한 가능한 선에서 노력해 보자는 거다. 주어진 후보에 대해서는 연합 선거대책위원회를 만들어서 공동 대응할 것이다. 구체적인 합의가 조만간 발표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녹색당과 정의당이 각각 후보를 냈던) 제주 광역비례는 이미 대승적으로 정의당이 후보를 사퇴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조건들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단일화가 가능한 지역에서는 가능한 대로, 그렇지 않은 데서는 서로 존중하면서 가는 거다. 떨어져 있다가 연대의 정도를 높여가는 것은 시간이 좀 필요하다. 신뢰를 쌓고 가까워지는 과정이다."
- 정의당이 목표로 하는 지지율은.
"정당 지지율 3%가 TV 토론에 나올 수 있는 최저선이다. 3%를 넘어 5%를 목표로 뛰고 있다. 2028년에 총선이 있다. 지역 기반을 탄탄하게 해서 총선에서 다시 원내로 진입할 토대를 만드는 것도 목표다.
총선은 가능한 지역구에서 전력 집중하는 방식으로 가겠다. 노동자 도시가 될지, 이번에 통합된 전남광주가 될지는 전략적으로 고민할 것이다. 두 쪽을 같이 고민해볼 수 있겠다. 비례도 있지 않나. 이번 지방선거에서 돈독하게 쌓아왔던 신호등 연대가 총선에서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겠다. 신호등 연대뿐 아니라 독자적 진보정치에 함께하는 세력들과 연합 전선을 펴겠다."
- 못다 한 이야기가 있다면.
"기득권 정치에 우리 삶을 계속 맡길 수는 없다. 자신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세력을 응원하고 지지해 주는 것이 정치를 건강하게 만든다. 한쪽에서 성장을 주장할 때 균형과 분배 이야기를 할 정치 세력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사표는 없다. 표현된 만큼 영향력을 가지게 된다. 캐스팅 보트 역할도 충분히 할 수 있다.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의 가치에 맞는 후보를 지지해 달라."
글=강한님 기자
사진=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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